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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혹시 ' 입주폭탄' 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입주가 한꺼번에 몰리면 전셋값이 싸게 형성되고, 전세금으로 아파트 매입 잔금을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한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소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되는 구조를 말합니다.
매년 수천가구 규모의 집들이가 진행되고 있는 인천 청라지구가, 이 입주폭탄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김민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청라지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단지입니다.
두달 전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전체 992가구 중 6백여가구는 여전히 비어있습니다.
전세시세는 평형에 관계없이 8천~1억원 수준.
하지만 교통과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보니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급기야 잔금을 감당하지 못한 집주인이 급매를 놓으면서 분양가에 비해 5천~6천만원씩 싼 매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박애란 / 인천 경서동 D공인 대표 : 정상적인 매매라고 보다는 분양받았던 금액에서 분양가를 포기해야만이 거래가 되는 실정입니다. 생활의 불편이 많기 때문에기반적인 시설이 안돼 있기 때문에 수요가 충족이 안되는 거 같습니다.]
맞은편 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분양대금 10%인 계약금 포기 매물이 쌓여있습니다.
지난해 첫 입주민을 맞은 청라지구는 4년에 걸쳐 2만 2천9백여가구의 입주가 쉼 없이 진행됩니다.
그러나 아파트숲만 들어선 채 국제금융단지와 로봇랜드, 시티타워 등 당초 예고된 개발사업은 기약없이 연기된 상태입니다.
제 뒤로 펼쳐진 공터는 당초 6조원 규모가 투입돼 개발 예정인 국제업무지구 부지입니다.
착공예정일이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첫삽은 커녕 개방일정 조차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습니다.
[함영진 / 부동산써브 실장 : 아직 학교라던지 외자유치라던지 앵커시설 설치가 미비하기 때문에 전월세물량도 낙폭이 큰 편이죠. 이렇다보니까 손절하는 사례도 나오고, 계약금을 포기하는 사례. 단기간 시장침체가 종료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국제금융의 허브도시를 표방한 청라지구.
정부의 무책임한 개발계획 남발과 사업시행자간 이견 충돌 속에 빈 아파트만 가득한 유령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SBS CNBC 김민현입니다.
김민현 기자kies@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