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민동훈,최윤아 기자][편집자주]
2006년 5월 참여정부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남3구)와 목동, 경기 분당·평촌신도시 및 용인시 등 모두 7개 지역을 '버블세븐' 지역으로 규정했다.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상황을 거품이 끼었다고 표현한 것이다. 당시 강남 집값이 들썩이면 목동, 분당에 이어 용인 집값까지 순차적으로 올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정부의 대출규제, 보금자리주택 등 대규모 공급정책 등으로 버블세븐은 이제 '반값세븐'이 됐다. 거품이 빠르게 꺼지면서 고점에 비해 가격이 50% 하락한 단지가 속속 나오는 것. 이를 보고 있으면 "지금 빚 내서 집 사면 패가망신할 것"이라던 참여정부의 경고가 어른거린다. 실제 당시 고점에 집을 산 많은 사람이 대출이자 부담과 집값 폭락에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버블세븐'이 '반값세븐'이 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하우스푸어는 최악의 주택경기 침체 속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반값세븐'의 하우스푸어 현실을 들여다보고 이를 극복할 대안을 찾아본다.
[['반값세븐'시대 <1>]거품빠진 '버블세븐'…"대출이자 부담 등에 매물만 쌓여"]
◇ 무섭게 오르던 '버블세븐', 이제 무섭게 빠진다
참여정부가 이들 지역을 '버블세븐'으로 지목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1년 만에 버블세븐 집값이 평균 35% 폭등했기 때문이다. 역사상 유례없는 상승세였다. 이렇게 무섭게 오르던 버블세븐 집값은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반대로 무섭게 빠지기 시작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버블세븐의 3.3㎡당 평균 매매값은 2006년에 비해 14%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용인 21% △분당 20.2% △송파구 18% △강남구 12.5% △평촌 16.3% △목동(양천구) 16.4% △서초구 2% 등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평균 하락폭은 20% 안팎이지만 개별 단지 중에서는 50% 가까이 떨어진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용인에서는 마북동 교동마을현대필그린 186㎡(이하 전용면적)가 7억6500만원(2006년)에서 4억원으로 하락했다. 47%가 떨어진 것이다.
분당의 경우 야탑동 탑대우 190㎡가 2006년 최고 14억원에서 거래됐으나 현재 8억7000만원 수준에 매물이 나와 있다. 6년 전보다 5억3000만원(38%)이나 하락한 것이다.
강남3구 중에선 송파구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163㎡는 한때 20억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12억500만원선에 거래가가 형성됐다.
강남구의 경우 개포주공, 개포시영 등 재건축단지 위주로 가격 하락폭이 컸다. 12억6000만원에 거래됐던 개포시영 57㎡는 현재 7억8000만원 수준이다. 평촌에서는 호계동 샘마을우방아파트 133㎡가 9억원에서 5억4500만원으로 하락했다. 목동의 경우 신시가지4단지 142㎡가 13억원에서 7억원으로 6억원 떨어졌다.
◇중개업소 "팔아달라는 전화만 온다"…고점에 매입한 집주인 '발동동'
'버블세븐'이 '반값세븐'이 되면서 대출을 끼고 무리해 집을 산 집주인들은 대출이자 부담과 집값 하락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내놓는 사람이 늘면서 매물만 쌓여간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강남구 대치동 A중개업소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 꼭지에 산 집주인들이 이자부담을 더이상 못버티겠다며 팔아달라고 부탁하지만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가격을 크게 내리면 거래가 되겠지만 대다수 집주인은 '본전생각'에 그렇게 하지도 못해 매물만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 한 중개업소 관계자도 "가격이 40% 정도 떨어지면 당연히 저가 매수세가 나타나야 하는데 대다수가 중대형이라 찾는 사람이 없다"며 "집값이 오를 때 건설사들이 이윤을 남기기 쉬운 중대형 위주로 공급한 것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자만 납부한 3년의 거치기간이 끝나고 이자와 원금을 함께 상환하는 기간이 도래하면서 매물 출시가 부쩍 늘었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대출이자 부담에 투매만 늘면서 가격하락 압력은 더욱 거세졌다는 것이다.
민동훈,최윤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