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력 증대·집값상승 효과는 제한적
정부가 가계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마지막 보루’로 여겼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일부 완화하기로 방침을 밝히면서 침체 일로를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거래 부진으로 인한 내수 불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에선 DTI 규제 완화가 구매력 증대 및 집값상승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DTI 규제 완화는 부동산 업계와 수요자들이 줄곧 요구해왔던 사안인 만큼 환영할 만한 대책임은 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하지만 현재 부동산 침체 국면이 단순히 대출이 막혀서 집을 못사는 사람들이 많은 탓에 빚어진 게 아닌 다양한 외생변수에 의한 결과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왕 DTI를 풀 계획이었다면 차라리 지난 5·10 부동산 대책에 일부 내용을 포함시켜 발표했더라면 파급력이 더욱 컸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의 방침을 밝히면서 장기 침체 국면에 빠졌던 부동산 경기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 전경. |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유럽발 경기침체라는 거시적 요인 등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라며 “가계부채나 하우스푸어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극대화되면서 수요자들도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만 해도 일부 저신용자들에 국한지어 해결책을 마련해가는 모습이 필요함에도 총량 규모로 접근하면서 대출 수요자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DTI 완화 방향이 보유 자산에 따른 차등적용, 미래소득 증가분을 인정하는 등으로 논의되는 분위기는 단기적 대증요법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정부도 은퇴자나 하우스푸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 내집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으로 DTI 완화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은퇴자들의 경우 매수보다는 매도할 수 있는 기회, 집을 팔고 갈아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여 일종의 출구 전략을 마련해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DTI 완화만으로는 부동산 거래 정상화, 더 나아가 내수 경기 진작에 동력이 부족한 만큼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대출 한도를 줄여주는 것만으로는 파급력이 기대만 못하고 추가적으로 취득세를 완화하는 등 거래세를 낮추는 대책이 맞물려야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시장은 5·10 대책 발표 이후에도 봤듯 정부가 다음에 어떤 카드를 쥐고 있는지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에 그 기대치를 넘지 못하는 대책으론 심리적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수요자 입장에선 금리 영향도 크기에 최근의 금리인하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DTI 규제 완화 시점이라는 시각이 주류를 이뤘다. 현재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중지, 양도세 중과 폐지안 등의 거래 활성화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관련 법개정이 지연돼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백웅기ㆍ이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