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줄어드는데 세종시·혁신도시만 지역개발 기대로 땅값 상승
지난달 전국 땅값 두 달 연속 올라…거래는 4.5% 감소
세종시 상승률 전국 1위…평창·춘천도 상승폭 커
“1만㎡ 이상의 나대지를 20% 깎아 내놔도 전화 한 통 없습니다. 전국 토지 시장은 주택 시장보다 더 얼어붙었습니다.”(경기 연천군 미산면 화이트공인 관계자)
올 들어 전국 땅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의 고점을 향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실제 토지 시장은 찬바람이 거세다. 혁신도시·도로 개발, 뉴타운 해제 등 개발 기대감이 있는 일부 지역을 빼고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일부 개발지역만 땅값 오름세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전국 땅값이 전달보다 0.07% 올랐다고 24일 발표했다. 전국 땅값 상승률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난 4월 0.12%에서 9월 0.02%로 떨어져 5개월 동안 둔화세를 보이다 10월에 0.06%로 반등한 뒤 11월 0.07%로 오름폭이 커졌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2008년 10월)보다 0.19% 낮다.
서울 땅값은 0.03% 올라 두 달 연속 상승세를 탔다. 지역별로는 중랑구(-0.02%)를 제외한 24개 구의 땅값이 모두 올랐다.
반면 거래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달 전국의 토지 거래량은 총 18만5469필지, 1억4682만㎡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필지는 4.5%, 면적은 9.8% 각각 감소했다. 건축물 부속토지 거래를 제외한 순수 토지 거래량은 총 7만4593필지, 1억3720만㎡로 필지는 10.2%, 면적은 10.1% 각각 줄어들었다.
◆주택보다 거래 가뭄 더 심화
토지 시장의 가격과 거래 간 미스매칭(불일치)은 혁신도시 등 일부 개발 호재 지역의 땅값 오름세가 전국 평균에 반영된 일종의 ‘착시 현상’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도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을 수 있는 일부 역세권 주변 땅을 제외하고는 관심을 끄는 곳이 드물다.
중앙부처 이전 지역인 세종시는 지난달 0.49% 오르는 등 상승률 전국 1위를 달리며 땅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동계올림픽 개최 예정지인 강원 평창군은 0.23% 올랐고 춘천시도 0.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세종시 금남면 연합공인의 김태영 대표는 “정부청사가 이전해오고 있는 세종시의 주변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며 “세종시 주변에서는 3.3㎡당 40만원 안팎의 토지들이 꾸준히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인 파주 연천 남양주와 충남 천안 당진, 강원 횡성 등은 토지 매매가 거의 없다. 파주 운정역 인근 새운정공인의 호근기 대표는 “정부는 땅값이 오른다고 하는데 어떤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운정신도시 토지 보상금 중 절반가량이 지급됐다고 하지만 주변에 땅을 사겠다는 소리는 몇 달째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남양주 별내동 파워공인의 이휘숙 대표는 “3~4년 전 주택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별내신도시는 현재 아파트 입주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무슨 토지 매수세가 있겠느냐”며 “땅값 상승 여지는 제로(0)”라고 말했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충남 당진군 읍내동 E공인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토지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없다”며 “하반기에 계약을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토지 시장은 개발사업의 원재료 시장이어서 경기 변동에 후행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개발 재료에 따른 기대감만으로 토지 투자를 결정하면 거래 부진으로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이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