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잔혹사…'버블세븐'에서 '미분양 무덤'으로
머니투데이 2013.01.26
[[부동산'후']용인 서북부 난개발→버블세븐→미분양 무덤·반값세븐 이어져]
- 2006년 호황기 집값 30%↑ … 금융위기 후 급락
- 중대형위주 공급·광교등 인근 신도시 조성 악재
- 신분당선·GTX역등 광역교통 인프라 반등 기회
↑용인 수지구 일대 아파트 전경. ⓒ이기범 기자 |
#2004년 입주가 시작된 경기 용인 죽전지구 아파트값은 '판교' 후광 효과로 2007년에 최고점을 찍었다.
2001년 당시 3.3㎡당 850만원에 분양돼 죽전에서 가장 비싼 분양가로 주목받은 LG자이 그린카운티(현 죽전자이) 160㎡(이하 전용면적)는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2007년에 최고가인 16억원(3.3㎡당 2700만원)을 기록했다. 3.3㎡당 650만원대에 분양됐던 보정동 현대아이파크 84㎡도 같은 시기에 6억5000만원(1970만원)에 거래됐다.
당시 입주자들은 집값 고공행진으로 들떠 있었다. 일부는 대출을 받아 사업자금으로 쓰거나 다른 아파트에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12월 죽전자이와 현대아이파크 실거래가는 각각 7억6000만원, 4억1000만원으로 최고가 대비 39.1%, 38.1% 하락했다. 무리하게 대출받은 이들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기도 했다.
용인은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부침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지역이다. 특히 수지구와 기흥구를 중심으로 한 용인 서북부는 수도권 남부 최대 밀집주거지역으로 시장의 흐름에 민감히 반응해왔다. 한때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목동, 경기 분당 및 평촌 등과 함께 '버블세븐'으로 불릴 정도로 수도권 집값 거품기에 주목받은 지역이다.
하지만 분당신도시처럼 계획 신도시가 아닌 마구잡이 개발로 인해 교통, 교육, 주거환경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해온 '난개발'의 오명을 받아왔고 최근에는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미분양 무덤'과 '반값세븐'이란 달갑지 않은 별칭까지 얻게 됐다.
중대형 미분양이 쌓이면서 시행사와 건설업체들이 자금난을 겪는 골칫거리로 전락하게 됐다. 여기에 집값 하락세로 '깡통아파트'와 '하우스푸어'가 양산되면서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온 곳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럼에도 용인 서북부는 지하철, 도로 등 교통여건이 점차 개선돼 서울과의 접근성에서 분당신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전셋값이 집값의 60% 이상 치솟으면서 '내집마련'과 '중대형 갈아타기'에 매력적인 지역으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용인이 난개발의 오명을 쓰게된 결정적인 때는 2000년대 들어 민간업자들이 사들여 개발한 상현리, 성복리 일대에 무차별적으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부터다. 특히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 집중되면서 실수요보다는 투기수요도 가세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
◇'난개발'의 시작
용인 서북부지역에 아파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시기는 분당신도시 입주가 끝나갈 무렵인 1990년대 중반이다. 당시 분당신도시 개발로 인근 지역의 개발압력이 높아지던 시기여서 민간사업자들은 경계지역인 용인 죽전리 준농림지 일대(현 죽전동)에 값싸게 아파트를 내놓았고 분당 진입 수요를 흡수하는데 나섰다.
한국토지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도 분당신도시와 경부고속도로를 사이로 남서쪽에 풍덕천동 일대를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해 수지1,2지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로, 학교 등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죽전리에 민간사업자들이 무분별하게 아파트를 지으면서 교통, 교육, 쓰레기, 하수처리 등 각종 민원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택지개발지구로 개발된 용인 수지 역시 준농림지를 지구단위계획으로 개발해 용적률을 끌어올린 탓에 과밀화가 심각했다. 신도시가 아닌 개별 블록 개발이어서 도로나 학교, 유치원, 공원을 전체 규모에 맞게 조성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결국 난개발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용인이 난개발의 오명을 쓰게 된 결정적 시점은 2000년대 들어 민간업자들이 땅을 사들여 개발한 상현리·성복리 일대에 무차별적으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부터다. 특히 중대형아파트 공급이 집중되면서 실수요보다 투기수요가 가세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신규 중대형아파트 분양가격이 고가에 책정되면서 기존 아파트 매매가를 끌어올리는 '레버리지 효과'로 중소형 집값을 올리고 다시 분양가가 상승하는 악순환을 불러왔다.
전용 84㎡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97년 IMF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300만원대에 불과했지만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7년에는 16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불과 10년 만에 분양가가 5배가량 오른 것이다.
◇'버블세븐'이 '미분양 무덤'·'반값세븐'의 굴욕으로
용인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탄 시기는 부동산시장 호황기에 접어든 참여정부 들어서다. 강남 재건축아파트값이 급등한 2002년 이후부터 집값 상승세는 경부고속도로 남부 축으로 분당과 평촌신도시에 이어 용인으로 들불처럼 옮겨붙기 시작했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대책 발표에도 용인 집값은 판교신도시 분양이 본격화되는 2006년에 절정기를 맞았다. 강남3구, 목동, 분당신도시, 평촌신도시와 함께 버블세븐으로 지목된 시기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용인 집값은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33%, 29%의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는 14% 급락했다. 용인 아파트가격은 최고점 대비 -19.7%로 서울(-7.8%) 수도권(-8.6%)에 비해 변동폭이 크다.
전문가들은 용인 집값의 급락이 두드러진 이유로 부동산 경기침체 외에 중대형 위주의 공급과잉 문제를 꼽는다. 집값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 '판교 후광효과'는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광교신도시 조성계획이 발표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커졌다.
민간업자들이 분양가상한제 도입 전에 수지 성복동·신봉동·동천동에서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면서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고분양가에 공급된 중대형은 악성 미분양으로 쌓여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용인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7296가구에 달한다. 이는 2위 김포(3823가구)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용인 미분양 가운데 분양에 실패한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3000가구가 넘고 대부분 85㎡ 초과 중대형이 차지한다.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용인 집값의 하락폭이 타 지역보다 큰 이유는 광교, 동탄2신도시 등 개발로 신규유입수요를 상당수 뺏기고 있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중대형 악성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은 채 과거 집값 급등기에 무리하게 대출받아 투자한 하우스푸어의 경매물건이 늘면서 당분간 집값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당선 연장노선이 지난해 11월 서울 왕십리와 수원 망포역까지 연장됐고 2009년 7월에는 용인-서울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 출퇴근 시간은 종전 1시간~1시간 20분대에서 30~40분대로 단축됐다. 사진은 용서고속도로 개통 당시 모습. |
◇신분당선·GTX 효과·전세가비율 60%대 등 변수
광역교통여건이 크게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수요 변화에 주목할 변수다. 분당선 연장노선이 지난해 11월 서울 왕십리와 수원 망포역까지 연장됐고 2009년 7월에는 용인-서울간 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서울 출퇴근 시간이 종전 1시간~1시간20분대에서 30~40분대로 단축됐다.
정자역에서 광교신도시로 이어지는 신분당선이 2015년 개통하면 동천동·풍덕천동·성복동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서울까지 30분대면 도착할 수 있게 된다. 동탄2신도시와 일산 킨텍스으로 이어지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의 중간 정차역이 기흥 또는 죽전에 생길 예정이어서 분당신도시 못지않은 교통여건을 갖추게 된다.
집값이 크게 하락한 데다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60% 이상 넘어서면서 세입자들의 변화도 주목할 변수라는 분석이다.
서성권 부동산114 연구원은 "용인 집값은 미분양 적체와 신도시의 아파트 공급물량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거시경제 회복에 따라 세입자들의 매매전환, 중대형 갈아타기 등의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인(경기)=김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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