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추가분담금 문제로 갈등이 커지고 있는 왕십리뉴타운 2구역 |
왕십리 중대형 아파트·상가 미분양
추가분담금 발생하자 전셋값에 반영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집주인들 마음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네요. 지난해 말 3억원에 거래됐던 전용면적 59㎡ 전셋집이 입주가 임박하면서 3억8000만원까지 올랐습니다. 조합원들은 추가분담금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서 전셋값은 쉽게 안 떨어질 것 같습니다." (왕십리뉴타운 인근 D공인)
유명한 곱창 가게 밀집지역과 주방기구 판매점들이 늘어선 왕십리 난계로와 접한 왕십리 뉴타운 2구역. 다음 달 입주를 앞두고 최근 입주민 사전점검을 마친 아파트단지 입구에는 수시로 차량들이 드나들고 있다. 입주민들을 상대로 대출상담을 하기 위해 단지 내에 임시천막을 설치하는 등 금융권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2002년 은평·길음 뉴타운과 함께 시범뉴타운으로 지정된 이후 12년 만에 입주를 하게 된 왕십리 뉴타운 2구역은 지상 최고 25층, 14개동 1148가구의 대단지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삼성물산 등 4개 건설사가 함께 시공했다.
전체의 80% 이상이 85㎡ 이하 중소형으로 구성된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본격 앞두며 전세 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졌다. 하지만 전셋값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 물량이 넘치면서 일시적으로 전셋값이 떨어지는 일반적 사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왕십리 뉴타운 인근 I공인 관계자는 "지난주 3억5000만원에 전용면적 59㎡ 전세계약을 하려고 거의 협의가 끝났는데 집주인이 갑자기 3000만원을 더 올리겠다고 해서 끝내 무산됐다"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매매시세는 4억원 중반대로 일부 마이너스 프리미엄도 있지만 문의가 없어 전세시장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전세시장만 '나홀로 강세'를 보이는 게 전체적인 시장상황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된 분담금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입주를 두 달여 앞두고 조합원(423명)들은 분담금(평균 약 1억3000만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는 고지를 받았다.
조합원들이 분담금을 전세금에 반영시키면서 전셋값이 더 강세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 추가분담금은 중대형 평형 아파트와 상가가 장기간 미분양 상태로 방치된 후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할인분양 등을 실시하며 발생한 추가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분담금 규모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조합이 지출한 사업비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조합원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인근 B공인 대표는 "아무래도 집주인들이 목돈이 필요해지면 세입자들에게 부담을 돌리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세물량이 전반적으로 급감한 상태에서 도심과 가까운 초역세권 아파트라는 점이 부각돼 세입자들이 높은 전세금을 안고서라도 물량을 확보하려는 추세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내부를 둘러보고 나오던 입주예정자 이모씨는 "시세차익 같은 기대감은 이제 없다"면서도 "전세나 월세 수요가 많다는 점은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전체 33만7000㎡에 땅에 세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사업이 추진된 왕십리 뉴타운은 2구역이 다음 달부터 입주를 시작하지만 1구역은 잔여물량 분양과 동시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장기간 분양을 미뤄온 3구역은 오는 3월 분양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실제로 진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분양가가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민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