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스카이브리지 이젠 못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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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아파트 스카이브리지 이젠 못 보나

매일경제 | 2019.05.30

서울시, `과도한 설계변경` 금지
추가 공사비용 건설사 부담해야
"과열경쟁 차단·조합원 보호"

조합원 "차별화" 요구 많은데
건설사 창의성 적용 어려워

대표적 특화설계 중 하나인 스카이브리지가 적용된 서초 푸르지오 써밋 아파트 전경.  

앞으로 서울 재건축 아파트에서 스카이브리지·옥상 수영장 등으로 대표되는 특화설계를 적용한 곳을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서울시에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을 할 경우 건설사가 높은 추가비용을 발생시키는 과도한 특화설계를 할 수 없도록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강남 등 입지가 좋은 곳에 랜드마크 아파트를 짓기 위해 경쟁적으로 내놓았던 특화설계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사업시행계획의 원안설계를 변경하는 대안설계를 제시할 때 정비사업비의 10% 범위 내 경미한 변경만 허용하도록 하는 관련 지침을 마련했다고 30일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개정안 고시와 함께 곧바로 시행에 나선다. 적용 대상은 2010년 7월 이후 시공사나 설계자를 선정하지 않은 구역으로, 서울 내 사업장 대부분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건설사들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과정에서 다양한 특화설계를 포함한 대안설계를 제안한다. 다른 건설사들과의 경쟁을 뚫고 정비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층수나 가구 수를 늘리는 등 과도한 설계 변경을 제안하기도 해 공사비가 올라가고 조합과 갈등이 커지는 문제가 제기됐다. 2017년 강남권 재건축 수주의 과열 경쟁이 대표적이다.

서울시가 이러한 건설사들의 과열 경쟁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앞으로는 정비사업비의 10% 범위 이내에서만 부대시설 설치 규모, 내외장 재료 등 '경미한 변경'만 대안설계에 담길 수 있다.

입찰서에는 대안설계에 다른 추가 비용을 명시해야 하고, 그 추가비용은 전액 건설사 등 시공자가 부담한다. 조합이 설계한 사업시행계획대로 공사를 하든지 아니면 모두 건설사가 자비 부담하라는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시공사의 허위·과장 홍보, 공사비 부풀림 같은 위법행위를 방지하고 조합원의 권익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단 조합원 이익 보호가 목적이라곤 하지만 앞으로 건설사들의 자유로운 경쟁에 따른 긍정적 효과도 누릴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최근 건설사들은 정비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조합원을 위한 특화설계나 프로모션을 내놓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경쟁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화설계란 차별화된 설계로 새로운 테라스 형태 아파트를 짓거나 고층에 스카이브리지를 설계하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랜드마크가 될 만한 아파트에 사활을 걸고 설계하는 게 일반적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반포 등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짓는 것은 수익성보다 자존심 문제"라면서 "향후 수십 년간 아파트 이름에 건설사가 들어가 불리는 광고 효과는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공사비 8000억원대 대형 재건축 사업장인 서초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의 경우 올해 초 8개 대형 건설사가 시공자 선정전에 뛰어들었다.

또 대형 건설사의 건설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없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로 영세 건축설계사무소들이 설계하는 사업시행계획대로 아파트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건축설계사무소의 원안설계에 건설사가 자신의 건설 능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계획을 변경하는 게 보통이었다. 앞으로는 서울시가 허가를 내준 사업시행계획대로만 지어야 하므로 건설사의 창의성이나 차별성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시가 천편일률적인 '아파트공화국'에서 탈피하고자 추진하는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최근 발표한 '도시·건축 혁신안'을 통해 현상설계 공모를 확대하고 특별건축구역 지정, 특화디자인 설계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대안설계 관련 지침은 시공사의 특화된 아이디어 도입 자체를 막아 오히려 아파트가 획일화될 수 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조합이 설계한 사업시행계획의 부족한 점을 시공사가 대폭 수정해 왔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건설사의 손과 발을 묶는 셈"이라면서 "이 같은 구조에서 건설사의 경험이 제대로 발휘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 박윤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