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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위기 때 큰 차익…‘부동산의 추억’ 코로나에도?

서광 공인중개사 2020. 4. 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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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위기 때 큰 차익…‘부동산의 추억’ 코로나에도?





헤럴드경제 | 2020.04.2


서울 집값 외환위기 후 4년간 83% 뛰며 ‘V자 반등’
금융위기 때 12억대 대치동 은마는 올초 22억에 거래
IMF, “OECD 36개국 중 한국이 올해 성장률 1위에 오를 것”
한국경제 복원력에 베팅한다면 ‘빅세일’ 펼쳐진 지금이 기회
‘규제완화’ 불발 총선 후폭풍 겹쳐 서울 알짜 재건축 급매물 속속 등장
15억 이하 중소형은 대출가능…30~40대, 강남 갈아탈 기회


지구촌을 불황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글로벌 경제위기는 대개 10년 주기로 오곤 한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그랬다. 1930년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되는 지금의 코로나19발 경제위기도 2010년 유럽발 재정위기를 기준으로 삼으면 10년 만에 도래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일으킨 불황으로 집값이 추락하고 시장에 공포감이 팽배할 때 부동산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은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발 빠른 사람들은 이때를 기회로 활용해 압도적 차익을 누리기도 한다. 서퍼처럼 파동에 올라타는 법을 경험적으로 체득해서다. 외환위기 후 1998년 한 해 14.6% 떨어진 서울 아파트값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간 82.9% 뛰며 ‘V자’로 반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매매가 12억3000만원이던 대치동 은마 84㎡(전용면적) 아파트는 ‘W자’ 복원력을 나타내며 올 초 22억원에 거래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일단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투자 리스크와 기회 요인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실을지가 중요해졌다.

우리 경제는 과거 위기 때마다 ‘V자’ 또는 ‘W자’ 반등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은 저력이 있다. 외환위기 때도 충격이 집중된 1998년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5.1%로 추락했지만 이듬해 11.5%로 반등했다. 금융위기 때 또한 2008년 0.8%로 떨어졌던 성장률을 2009년 6.8%로 끌어올렸다. 이번 위기에도 한국 경제가 V자 반등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 타격을 ‘선방’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IMF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한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염병에 치명적 영향을 받는 서비스산업 의존도가 낮은 반면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강한 점이 작용했다. 코로나로 억눌려왔던 세계의 소비욕구가 분출되면 한국이 최대 수혜국이 될 가능성도 크다. 코로나 사태에서 기회 요인을 찾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경제의 복원력을 판단 근거로 삼을 만하다. 부동산은 길게 보면 큰 위기 때 큰 차익을 안겨줬다. 좋은 상품을 싸게 사는 ‘빅 세일’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코로나 집값’ , 금융위기 때 견줘보면 감 잡혀…강남 주요 아파트 30% 하락


코로나 여파로 꺾일 줄 모르던 서울 아파트 시세가 약 10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면서 향후 집값 추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다운 턴이 집값 대세 하락의 신호탄인지, 아니면 일시적 조정에 그칠지가 관심사다. 이런 궁금증에 힌트를 얻으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떠올려봄 직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실물경제 위기와 전염병 팬데믹(2009년 신종플루)이 겹쳤다는 면에서 이번 코로나19사태와 유사점이 많다. 당시 국내 감염자 수는 75만여명, 사망자는 263명에 달했다.

2008년과 지금은 사태 발발 전 장기간 이어진 집값 급등세로 시장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2002년(29.79%) 2006년(31.11%) 폭등기를 포함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7년 넘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 이전 역시 2014년 상승 반전한 뒤 2017년(11.44%) 2018년(18.32%) 급등기를 포함해 약 6년간 장기 상승세를 유지했다.

집값 상승세로 인해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가 쏟아진 시기라는 점도 닮았다.

그러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울 아파트 가격 추이는 어떠했을까. 하락세가 정점에 달했던 2012년 7월 부동산114 지수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금융위기 직전보다 7.5%가량 하락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지수 기준으로는 9% 떨어졌다.

특히 강남 재건축 하락폭은 30% 전후로 서울 평균보다 훨씬 컸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은마아파트 실거래가는 2012년 2월 전용 77㎡ 기준 7억9000만~8억3000만원 수준으로 최고가 대비 30% 급락했다. 같은 해 3월 개포주공 3단지 전용 36㎡가 5억4500만원에 실거래됐는데 이는 최고가 7억4500만원에 비해 27%나 빠진 가격이다. 향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거의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면 서울 평균 10% 내외, 재건축 평균 약 30%의 하락폭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공급 부족·높은 전세가율, V자 반등의 열쇠

2008년 금융위기 때와 지금의 코로나 사태는 닮은 점도 많지만 차이점도 분명하다. 제로금리 수준의 ‘초저금리’와 정비사업 규제로 인한 공급 부족, 전세금 상승에 따른 높은 전세가율 등이 그러하다. 시장에서는 이런 3대 요소를 들어 이번 하락세가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먼저 금리 수준. 금융위기 이전 기준금리는 5.25%였다. 위기 발생 이후 2009년 2월까지 6차례에 걸쳐 2.00%로 내려갔다. 반면 코로나 사태 발생 당시 기준금리는 1.25%로 지난달 16일 0.5%포인트 인하하며 사상 첫 0%대(0.75%)로 떨어졌다.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돌고 있는 1000여조원의 유동자금은 집값을 언제든 띄울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내년부터 심화되는 공급 절벽도 시장 불안 요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8년 미분양 가구는 전국적으로 16만5000여가구, 수도권만 2만7000여가구에 달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2007년 밀어내기 분양이 많았는데 이때 준공한 물량이 대규모 미분양으로 이어졌다. 반면 지금은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4000여가구에 불과하다. 또 지난 3년간의 재개발·재건축 규제 탓에 내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여가구로, 올해(4만2000가구)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집값 하락 저지선인 전세가율도 금융위기 때와 사뭇 다르다. 서울 아파트 기준 전세가율은 금융위기 당시 34.97%로 낮았지만 현재는 50.22% 수준으로, 15%포인트가량 높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이 강화되면서 집주인 실거주가 늘었고,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월세 수익을 원하는 집주인이 많아지면서 전세 공급이 감소한 까닭이다.

부동산전문가 가운데 낙관론자들은 이런 점들을 중요시해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반등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코로나에 총선 후폭풍 겹쳐 서울 알짜 아파트 급매물 ‘쑥쑥’…‘강남 갈아탈 기회’

실거주나 긴 호흡으로 투자 목적의 주택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올해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이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등 강북으로 이어지더니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고가 아파트 대출 규제, 보유세 인상, 코로나 확산이라는 3중 악재에 흔들리던 집값이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총선 승리로 더 탄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붙어 있는 급매 안내문. 21대 총선에서 여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을 접은 강남 일대 실망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연합]


특히 재건축 기대감이 사라진 강남3구의 하락폭이 크다. 개포 주공, 대치 은마, 잠실 주공5단지 등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3억~4억원씩 내린 급매물까지 나오고 있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강북의 오피스텔, 소형 아파트 등을 정리한 돈으로 강남의 아파트를 사두겠다는 30∼40대들이 꽤 있다”며 “일단 전세를 끼고 급매물을 사두고, 좀 더 자금을 모아 몇 년 뒤 입주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급매물은 강북 지역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자이2차 전용 84㎡는 최근 15억2000만원에 나온 매물이 팔렸다. 지난해 12월(실거래가 16억4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내려간 가격이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84㎡도 지난달 14억7000만원에 계약되며 2월보다 가격이 1억6000만원 내려갔다.

이런 급매물 출회는 5월까지 쭉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유세 부담으로 오는 6월 전에 집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는 6월 1일을 기점으로 보유 주택 수를 가지고 책정한다. 또한 10년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 기간이 6월까지다. 6월 말까지 잔금을 치를 여력이 된다면 2억~4억원 싸게 나온 급매물을 잡을 수 있다.

특히 이 참에 서울 강남으로 갈아타려는 실수요자들은 대출이 가능한 15억원 이하 급매물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잠실 신천 파크리오 전용 59㎡는 지난해 12월만 해도 KB 시세 평균이 15억9000만원이었지만 이달 14억9000만원으로 15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금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어느 시기보다 낮기 때문에 매수자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부담이 가벼워졌다. 금융위기 때는 대출금리가 연 7%였지만 지금은 2~3%대로 절반에 불과하다.

주식시장에서 ‘동학 개미’들이 삼성전자 저가 매수에 열중했듯이 교통·학군·편의시설 등 입지가 뛰어난 서울 지역 내 핵심 아파트는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불황의 끝이 보일 때 가격 회복 탄력성이 가장 높아 더 큰 수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소득과 일자리, 지역 개발, 인구 유입 등 펀더멘털이 강한 곳은 부동산 시장의 블루칩이라 할 수 있다.

▶불황에 초저금리 시대…월세 받은 수익형 부동산이 ‘효자’

부동산은 시세차익을 남기는 투자형 부동산과 시세차익보다는 임대수익이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구분할 수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는 월세가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가치가 커진다. 여윳돈을 은행에 맡겨봐야 고작 연 1%대 이자다. 아파트·다가구·오피스텔 월세는 이자율로 환산하면 연 4~5%로, 이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자영업자가 임차인인 상가 등은 경기침체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만큼 주거 목적의 부동산이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

수익형 부동산의 입지는 교통(역세권), 교육(학원 ·학군), 편의시설(쇼핑) 3박자를 갖춘 곳이 최선이다. 아파트의 경우 ‘신축 10년 이내+소형+중저가’ 조건을 맞출 경우 세입자의 선호도를 높일 수 있다.

아파트에 비해 임대료가 싼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가장 큰 수요층은 젊은층이다. 대학가·오피스 밀집지역이나 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역세권이면 금상첨화다. 역세권에서는 수요가 많은 만큼 임대료나 매매 가격이 안정적이고 공실 부담이 덜하다.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투자 문턱이 낮다는 점이 장점이다. 오피스텔은 그러나 주택이 아니기에 취득세 감면 대상이 안 돼 취득세율이 4%다. 또 관리비가 아파트보다 많이 나오고 임차인의 손바뀜이 자주 일어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주변에 오피스텔 공급이 너무 많으면 공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