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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울에서는 ‘꺼진 재개발도 다시 보자’
경향신문 | 2020.05.24
정부 2023년까지 ‘공공재개발’ 2만가구 신규 주택 공급 발표
10년 이상 사업 정체된 지역에
토지·도시공사가 시행 참여해
조합원 분담·중도금 낮추고
세입자 입주자격 범위도 확대
증산4구역·세운정비구역 거론
정부가 지난 6일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서울 도심에 7만가구의 주택을 신규 공급하겠다”고 밝힌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사업 추진이 중단됐거나 10년 이상 진행이 정체된 재개발 지역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참여하는 ‘공공재개발’을 통해 2023년까지 서울에 2만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정책 발표 직후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업계에선 대체로 “입지가 좋은 지역은 참여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신규 택지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한 서울 지역 특성상 도시정비사업 활성화를 지원할 공공재개발이 주택공급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긍정론도 제기된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의 본래 목적은 주거 및 도심환경의 개선이다. 일부 정비사업이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원주민과 세입자들이 밀려나는 등 부작용도 있지만, 사업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다면 추진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한 재개발 지역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공재개발을 계기로 기존 재개발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 분담금 줄어들고 세입자도 ‘보호’
서울시 집계를 보면 서울 재개발 구역 중 102곳이 구역 지정 이후 10년 내 조합 설립에 실패했다. 서울의 경우 정비구역 지정 후 5년 이내 조합을 설립하지 못하면 구역이 해제되는 ‘정비사업 일몰제’가 시행되면서 추진도 못해보고 사업이 무산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공공재개발의 원리는 간단하다.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조합 내 갈등 등 신뢰 문제로 장기간 사업 추진이 중단 상태인 지역을 집중 지원해 재개발하되, 공공임대 물량 확대 등 공공성을 담보해달라는 것이다. 개발로 얻어지는 이익의 일부를 공공으로 환원하는 형태다. 일단 공공재개발을 하려면 LH나 SH가 사업시행자로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이에 대한 주민들의 사전동의가 필요하다.
공공재개발이 확정되면 우선 조합원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분담금의 경우 기존에 산출된 가격보다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조합원이 희망하는 분담금 수준과 실제 여건상 발생하는 분담금 수준의 중간 정도로 분담금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조합원들은 7000만원만 분담하길 원하고, 사업 여건상으로는 1억3000만원 분담이 필요하다면 공공재개발에선 중간 수준인 1억원 정도에서 분담금이 제시된다. 관리처분 시점에서 제시된 분담금 수준은 사업 과정의 변수와 관계없이 끝까지 유지된다.
중도금 납부도 분담금의 60%에서 40%로 하향 조정된다. 현재는 계약금 10%·중도금 60%·잔금 30% 순으로 납부하지만 공공재개발에선 계약금 10%·중도금 40%·잔금 50% 순으로 변경된다. 이주비 지원을 위해 모든 조합원에게는 보증금의 70%(3억원 한도)까지 연 1.8%의 이율로 대출이 제공된다.
분담금 납부가 어려운 조합원의 경우 ‘지분공유’ 형태로 입주가 가능하도록 지원된다. LH나 SH가 분담금을 대납하는 대신 조합원과 LH 등이 절반 정도씩 지분을 공유한 뒤, 조합원이 10년 후 감정가격을 산출해 LH 등의 지분을 매입할지 본인 지분을 매각할지 결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식은 종전 자산가격이 분양가격 이하인 무주택자 조합원(관리처분 시)이 이용 가능하고, 전용면적 60㎡ 이하인 주택에 한정된다.
세입자와 영세상인 지원 범위도 넓어진다. 도시정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공재개발로 확보되는 공공임대주택의 입주자격이 현행 ‘정비구역 지정 이전부터 거주하던 세입자’에서 ‘공공시행자 지정 시 거주 중인 세입자’로 확대된다. 해당 재개발 지역이 정비구역으로 ‘언제’ 지정됐는지에 관계없이 공공재개발이 확정된 시점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라면 공공임대 입주자격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영세상인 지원도 확대해 사업 지역 인근에 공공임대상가 등 대체영업지를 제공한다.
■ 용적률 상향·금융지원 등 혜택
공공재개발 추진이 결정되면 정부는 해당 지역을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설정하게 된다.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사업 인허가가 신속하게 지원되는 특례지구다. 다만 이 경우 조합원 입주 주택을 제외한 50% 이상을 공적임대(공공임대는 전체 물량의 최소 20%)로 공급해야 한다. 투기 방지 대책도 마련돼 지구 설정 시점에 조합원 자격을 취득한 경우 입주권을 받을 때 주변 시세대로 돈을 내야 한다.
활성화지구가 되면 용도지역이 상향돼 ‘2종 주거지역’의 경우 ‘3종 주거지역’으로, ‘주거지역’은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된다. 용적률도 필요하다면 법적 상한 용적률을 일부 초과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 기반시설의 기부채납 수준과 용도지역 상향 또는 용적률 상향 시 공공임대주택 기부채납 비율도 완화된다. 기존 민간 주도 재개발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지원이다. 인허가도 신속히 진행돼 통상 10년이 걸리는 사업기간을 5년가량으로 단축한다는 게 정부 목표다.
기존 재개발에선 없던 주택도시기금을 통한 금융지원도 이뤄진다. 주택도시기금에서 총사업비의 절반까지 연간 1.8%의 금리로 대출된다. 정비사업 대출보증으로 받은 융자금으로 공사비를 납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업성 보전을 위해 분양가상한제 적용도 면제된다. 다만 고분양가 문제를 막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급가격을 관리하게 되고, 일반분양분 주택의 경우 최대 10년 전매제한 및 최대 5년의 거주의무기간이 부여된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공공재개발 지역이 어디가 될지에 쏠려 있다. 정부는 올해 500가구, 내년에 4500가구, 2022년에 1만5000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비구역 해제 뒤 사업 추진을 재모색 중인 증산4구역이나 우여곡절 끝에 일단 정비구역으로 일부 존치된 세운정비구역, 뉴타운 지정이 해제된 미아·장위구역 등이 추진지로 거론된다.
업계에선 올 들어 정비구역 일몰제에서 해제를 면하고 ‘유예’ 판정을 받은 지역들도 사업 대상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공재개발을 문의하는 정비구역이 여러 곳 있다”면서도 “아직 초기 단계이고, 문의 지역이 알려질 경우 일부 부작용도 우려되는 만큼 확정 단계가 되어야 공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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