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몽니에…한발짝도 못나간 사직2구역
매일경제 | 2020.10.11
12일 조합과 `대안개발안` 논의
도심 알짜땅 8년째 흉물 방치
선교사주택 이축 허가가 관건
대법원·법제처, 조합손 들어
감사원도 "과도한 행정개입"
서울시가 역사문화 보존을 이유로 정비구역 해제를 강행했다가 2019년 4월 대법원에서 해제 무효 판결을 받은 사직2구역 전경. [한주형 기자]
서울시가 무리하게 정비구역 해제를 밀어붙이다가 1·2심은 물론 대법원에서도 패소한 사직2구역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해 사업이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과 법제처까지도 잇달아 서울시 행정을 과도한 개입으로 판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태도를 바꾸지 않아 도심지 알짜 땅이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11일 서울시와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는 12일 조합 측과 만나 사직2구역 대안개발 방향을 놓고 논의하는 회의를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8년 전 사업시행인가까지 끝낸 조합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나섰다. 사업시행계획서는 용적률, 높이 등 건축물에 대한 사항은 물론 토지이용계획도 담아 정비 사업의 '마스터플랜'으로 통한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 개입으로 수년째 사업이 지연되자 일부 집행부 임원들마저 떠나는 등 조합 유지도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직2구역은 사직터널 인근 노후한 단독주택을 헐고 아파트 12개동 456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재개발 사업이다. 바로 옆 사직1구역은 12년 전 재개발을 끝내 744가구 규모 '풍림스페이스본'이 들어섰다.
서울시가 대안개발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재개발 구역 내 '서울시 우수건축자산'인 캠벨 선교사 주택이다. 하지만 이 주택은 서울시가 조합에서 사들인 후에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한 것이라 재개발 중단 사유로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2017년 3월 역사 보존을 근거로 사직2구역을 직권해제하고 같은 해 11월 캠벨 선교사 주택을 매입했다.
우수건축자산으로 지정한 시기도 문제다. 조합은 서울시가 직권으로 정비구역을 해제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2017년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을 거쳐 2019년 4월 대법원에서까지 모두 승소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대법원 판결 닷새 만에 선교사 주택을 우수건축자산으로 지정해 스스로 재개발 '알박기'를 진행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시는 대법원 판결을 받고도 조합원 지위를 문제 삼아 사직2구역에 개입했으나 이 또한 올해 4월 법제처 유권해석으로 저지됐다. 서울시는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기간에 토지나 건물을 사들인 이를 조합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제처는 문제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역사 보존을 이유로 재개발 사업을 멈춰 세우는 것도 감사원에서 문제로 지적받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위법성 논란에도 역사문화 보존을 위한 구역 해제 방안을 조례로 제정해 1년 만인 2017년 사직2구역을 직권해제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지난해 이 조례가 법령의 위임을 벗어나 국민 재산권을 제한했다고 봤다. 결국 이 조례는 지난해 삭제됐다.
조합이 선교사 주택을 강제 철거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서울시 개입은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릉지를 고려하고 우수건축자산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기존 개발계획 수정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서울시와 조합 간 논의에서 주목할 부분은 선교사 주택을 옮겨서 개발을 진행하는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 허가 여부다. 조합은 이미 2014년 문화재청에서 해당 건축물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 짓는 것을 허가받아 이를 토대로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신청했으나 서울시는 현 위치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며 이를 반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에서는 철거형 재개발을 원하지만 서울시는 재생을 원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사직2구역은 장기 정체된 정비 사업 진행을 돕는 공공재개발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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