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정비사업, 혹 떼려다 혹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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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바쁜 정비사업, 혹 떼려다 혹 붙인다”
코리아리포스트 2014.02.18
조합·추진위 취소 요건 완화 다룬 도정법 개정안 발의
동법 제16조의2제1항제1·2호 효력 연장 이어 ‘악재’ 추가
[코리아리포스트=정훈 기자] 출구전략 강화 추세로 어려움에 빠진 정비사업이 또다시 악재를 만났다.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및 조합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취소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제 개선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신경민 의원은 지난 6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에 따르면, 신설되는 도정법 제16조의2제1항제4호는 ‘추진위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토지 면적의 합이 1/2 이상 2/3 이하의 범위에서 시·도조례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동의 또는 토지 면적의 합이 1/2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로 추진위의 해산을 신청하는 경우’ 그 구성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역시 새로이 추가되는 제5호에는 ‘조합 설립에 동의한 조합원의 토지 면적의 합이 1/2 이상 2/3 이하의 범위에서 시·도조례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동의 또는 토지 면적의 합이 1/2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로 조합의 해산을 신청하는 경우’ 그 설립인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게 소식을 접한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번 개정안이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의 ‘수’를 기준으로 그 구성승인 또는 설립인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규정에 ‘토지 면적’을 추가해 그 취소를 보다 쉽게 만드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신경민 의원 측도 개정안 제안 이유에 대해 “현행법은 정체돼 있는 정비사업의 종결을 유도키 위해 민법 상 사단법인 해산을 위한 동의 요건에 특례를 둬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가 동의하는 경우 등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추진위구성승인 또는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토록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재개발·재건축사업으로 진입한 투기 목적 세력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의 과반수 동의를 받기가 어렵고, 이로 인해 원주민의 재정착을 저해하고 있어 이에 그 구성승인 및 설립인가 취소를 위한 요건을 추가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이번 법 개정 추진이 일선 사업시행자의 사업 추진 의지를 꺾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추진위·조합 관계자들은 개정안을 ‘악법’이라 규탄하며 법안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비사업 전문가 A씨는 “지난달 14일 도정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당초 이달 1일 실효 예정이던 같은 법 제16조의2제1항제1호와 제2호가 내년 1월 31일까지 효력을 지니게 됐다”면서 “추진위·조합 취소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지난달 말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혹을 1년 더 달고 살아야 하는 것도 모자라 새로운 혹 하나를 더 붙이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의 B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토지등소유자의 75% 동의로 설립한 조합을 과반수 동의만으로 해산토록 한 현행법도 문제가 많은데 취소 요건을 추가하려는 이번 법 개정은 사업시행을 가로막는 악의적인 행태로서 사업을 하지 말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며 “(신 의원 측이) 법안을 폐기치 않으면, 세를 모아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도정법 개정안의 내용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비사업 전문가 B씨는 “추진위·조합 취소 요건 완화는 법적안정성을 해치고 사업시행자 측의 사업 불확실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형평성 차원에서도 불합리하다”면서 “조합 설립 시 재개발은 ‘토지등소유자의 3/4 이상 및 토지 면적의 1/2 이상’의 동의가, 재건축은 ‘각 동별 구분소유자의 2/3 이상 및 토지 면적의 1/2 이상의 토지 소유자’의 동의와 ‘전체 구분소유자의 3/4 이상 및 토지 면적의 3/4 이상의 토지 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충족해 설립인가를 받은 조합을 해산함에 있어 도정법 제16조의2제1항제1·2호의 후단 규정을 통해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로 이를 해산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인 판국에 ‘토지 면적의 합이 1/2 이상인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로 이를 가능토록 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편에서는 이번 법 개정의 배후에 서울시가 있다는 의혹도 흘러나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도정법 개정안의 경우 법안의 내용을 작성하고 건의한 곳이 서울시라는 얘기가 있다”면서 “전면 철거 방식의 기존 재개발·재건축 등에 대해 출구전략을 활성화하려는 서울시의 그간 행적을 봤을 때 신빙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에 서울시를 비난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업시행을 촉진하는 법제 개선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기존 조례를 유지한 채 출구전략 및 대안적 정비사업 추진에 열을 올리는 등 시장의 바람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14일 도정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돼 조례로 정한 용적률에도 불구하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상한까지 이를 정할 수 있게 됐지만, 서울시는 시 도시계획 조례로 이를 법적상한보다 50%포인트씩 낮게 규제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시행에 들어간 개정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과 그 시행령에 따라 재정비촉진지구 내 재개발 임대주택 건설 비율 역시 ‘증가된 용적률의 30~75%’에서 ‘증가된 용적률의 20~50%’로 완화됐지만 서울시는 이를 ‘50% 이상’으로 못 박은 채 요지부동인 상태라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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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도정법 제16조의2제1항제2호 후단 규정에 의해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서울의 A재개발 구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