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으로 재건축·재개발 분담금 납부시대…숨통 트인 정비사업
주택연금으로 재건축·재개발
분담금 납부시대…숨통 트인 정비사업
출처 하우징헤럴드 2025.02.26
10억 주택 65세 가입자 최대 3억 납부 가능
재건축 반대여론 높은 1기 신도시에 활용 기대
고령조합원 참여시켜 주택공급 확대 길 열려
소규모정비·리모델링도 현금 없는 조합원 가능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재건축·재개발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한 고령의 조합원이 연금대출한도 총액의 최대 70% 목돈을 정비사업 분담금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새로 신설된다.
은퇴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재건축·재개발 참여를 주저하는 고령의 조합원들의 사업참여를 높이고, 이들의 안정적 노후생활도 뒷받침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안’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지난 18일 공포해 확정했다. 시행은 한 달 후인 내달 19일부터다.
▲지난해 발표한 8·8대책의 일환…고령 조합원 참여시켜 주택공급 확대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자신의 집에 계속 살면서 평생 동안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부부 중 1명이 만 55세 이상이고 담보로 제공하는 주택이 공시가격 12억원 이하라면 가입할 수 있다. 공시가격 상한선이 있는 이유는 초고가주택 소유자가 주택연금 가입 후 호의호식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차원이다.
연금대출액을 설정한 후 가입자가 사망시까지 매달 연금을 지급받는다. 연금지급액이 대출액을 넘어서더라도 차액을 갚을 필요가 없다.
재건축·재개발 분담금 납부 시 주택연금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지난해 발표한 8·8대책에서 출발했다. 도심주택 공급을 획기적 확대하겠다는 취지의 대책 중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고 부담을 경감하자’는 방향에서 나온 정책이다.
초점은 현금 동원 능력이 부족한 고령자의 재건축·재개발 참여를 활성화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자는 데 잡혔다. 당시 정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주택연금 가입자가 정비사업 분담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주택연금의 개별인출 목적과 한도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현행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에서는 주택연금 대출액의 잔존가치를 낮추는 개별인출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교육비·의료비·주택유지수선비 등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는 일정한 경우에만 개별인출이 허용된다. 이것도 연금한도액의 50% 이내에서만 가능하다. 지속적으로 일정액 이상의 연금을 생활자금으로 가입자에게 지급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여기에 추가해 재건축·재개발 분담금 납부 시에도 개별인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분담금 납부 목적으로 개별인출할 때는 연금한도액의 70%까지 확대해 분담금 납부에 최대한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후 매달 받게 되는 연금은 남은 연금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지급받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공시가격 10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한 65세 가입자는 재건축·재개발 분담금 납부를 위해 약 3억1,500만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산하면 공시가격 10억원 중 연금대출액 한도를 4억5,000만원으로 설정한 후 분담금과 월지급 연금액이 정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연금액은 재건축·재개발 공사가 준공되면 주택가치가 상승한다는 점에서 적정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주택연금 가입 당시보다 가치가 상승했으니 그에 따른 연금대출액 상승 및 매달 지급받는 연금액도 동반 상승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주택연금은 해지도 가능하다. 상환해야 하는 연금대출잔액을 갚으면 된다. 상환금액은 그간의 연금지급액(월수령액+개별인출금), 보증료와 대출이자 합산액이다.
주택연금으로 분담금 납부가 가능한 구체적인 정비사업은 △재건축·재개발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아파트 리모델링 등 3개 부문이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1기 신도시 재건축·재개발도 포함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재개발도 정비계획 수립 이후에는 ‘도정법’ 적용을 받는다는 점에서 주택연금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1기 신도시 준비위 “고령 조합원 재건축 반대 여전…설득 도움될 듯”
일선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는 새로운 정비사업 분담금 납부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은퇴 등으로 인해 현금흐름이 끊긴 고령층에 대한 설득 방안은 재건축·재개발 업계의 해묵은 숙제다. 분담금 부담 때문에 고령자들의 동의율이 적으니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재개발사업이 재건축사업보다 장기간 소요되는 이유도 이 같은 높은 고령자 비율과 관계가 깊다고 분석한다.
특히, 고령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1기 신도시에서는 벌써부터 상당수의 고령 토지등소유자가 재건축에 반대해 이에 대한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30년 전, 30~40대 젊은 시절에 분양 받아 최초 입주한 후 현재까지 거주 중인 원주민 성격의 입주민들이 상당하다는 증거다.
지난해 평균 90% 내외가 넘는 선도지구 지정 동의율 달성이 가능했던 이유는 자녀들이 대신 동의서를 제출하는 형태였다는 것이다.
선도지구 동의서 징구에 참여했던 1기 신도시 재건축 준비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령 소유주 세대를 방문하면 “나는 재건축 안 한다”며 현관도 열어주지 않고 문전박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한다.
고령의 토지등소유자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 은퇴해 분담금을 낼 돈이 없다. 둘째, 전셋집을 구하러 다녀야 하고 이사하는 게 번거롭다. 즉, 현재 거주지에서 여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셋째, 장시간이 소요되니 참여할 이유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안양 평촌신도시의 한 재건축 준비위 관계자는 “평촌 지역에도 재건축에 반대하는 연로하신 토지등소유자들이 많아 이들의 설득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주택연금 제도를 활용해 고령자 분들에게 좋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정책이다”고 말했다.
출처 : 하우징헤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