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ver "북아현뉴타운을 만드는 사람들" 클릭 ◈
부동산 폭등에…
집 팔았다가 부부싸움, 담합에 분쟁 속출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서 잠도 못자고…매일 부부싸움에….”
주부 A씨(41)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남편하고도 서로 ‘네 탓’을 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운다. 집 문제 때문이다.
서울 양천구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A씨는 길 건너편 목동의 아파트 단지를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다. 학군 좋기로 유명한 맞은편 목동 아파트들은 재건축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격이 뛰는데 자기 아파트 가격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A씨는 한 달 전 바로 그 목동으로 이사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의 학교 배정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가격을 맞추려다 보니 A씨는 자가 거주에서 하루아침에 세입자 신세가 됐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북을 중심으로 경전철 사업에 착공하겠다고 밝힌 뒤 A씨가 살았던 아파트가 일주일 간격으로 몇 천씩 올랐다. 시장에 나와 있던 물건도 집 주인들이 거둬들이면서 사라졌다.
A씨는 4일 “집 팔아서 전세 왔는데…앞으로는 서울에서 절대 집을 못 살 것 같아 하루하루가 불안해서 생활이 안 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아예 서울을 떠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이러다 가정파탄에 나라까지 망할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불안한 부동산 시장이 사회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A씨처럼 매도시점을 잘못 잡았다가 가정불화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가격 상승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가격 담합까지 모의하고 있다. 담합에 비협조적인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단체로 항의 전화를 하거나 아예 거래를 끊기도 한다. 중개업소끼리 갈등도 심각하다. 허위 매물 정보를 올리는 중개업소와 정도를 지키려는 중개업소간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는 8월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 건수가 2만건을 넘어서는 등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월 기준 2만건을 초과한 것은 201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이다. KISO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총 2만1824건의 허위매물 신고가 접수됐다.
허위매물 신고가 급증하는 것은 입주자 카페 등에서 집값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한 ‘호가 담합’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 보니 사람들은 기다리면 싸게 살 수 있다는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실제 강남4구는 물론 새롭게 뜨고 있는 마포·용산·성동구(마·용·성), 재개발 이슈가 있었던 양천구 등에선 아파트 소유자들이 카페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가격을 맞추고 있다. 용산구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적당선에서 키 맞추기를 하자”며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시장에 싼 가격으로 내놓은 사람에게는 매물을 거둬들이라고 종용하기도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격이 치솟으면서 불안한 매수 대기자들의 문의가 쇄도하자 아예 매물 가격을 올려놓은 뒤 거래를 하자는 것이다.
한 주민은 “4억5000만원에 내놨더니 1000만원 더 주겠다고 팔라고 하더라”면서 “지방에 살던 사람은 자기집을 전세로 돌리고 서울에 부동산 사러 올라왔다고 했다”고 전했다.
A씨의 아파트 역시 입주자들 커뮤니티가 담합해서 25평짜리 3억8000만원 하던 것을 6억원까지 올려서 내놨다.
매물 가격을 조정하는 건 집주인들뿐만이 아니다. 일명 ‘여왕벌’이라 불리는 중개업소까지 나섰다. 담합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응징이 가해진다. 일부 아파트에선 주민들이 자신의 집값이 저평가된 것은 단지 내 중개업소 때문이라며 단체로 항의 전화를 걸어 업무를 할 수 없게 만들었고 다른 지역의 중개업소와 거래를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중개업자들끼리 고소·고발도 발생하고 있다. 용산의 한 중개업자는 타 중개업소가 허위 매물 정보를 올렸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당했다. KISO 관계자는 “혼탁한 부동산 시장을 순화시키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거래 시장을 왜곡시키는 조직적이고 무분별한 신고로 인해 시장이 과열되는 문제점이 있어 신고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부동산 news > 부동산 종합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9.13> 부동산 대책 보도자료 (0) | 2018.09.13 |
---|---|
눈치보기 들어간 강남 부동산 '폭풍전야' (0) | 2018.09.12 |
“그때 집 샀어야 했는데”… 상대적 박탈감에 가정불화 -우울증 (0) | 2018.09.05 |
“1주택자 양도세 면제 실거주 조건 2년 → 3년” (0) | 2018.09.04 |
북위례 분양 내달 스타트… 올 하반기 최고 '로또 단지' 속속 예약 (0) | 2018.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