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시공자 선정시기 조기화… 서울시, 내역입찰 포기할까
시공자선정 조기화 남은 과제, 7월 시행에 기대반 우려반
출처: 하우징헤럴드 2023.06.07
초기자금 조달 수월, 공사비 증액이 부담
대안설계 제한에도, 지자체가 감독 ‘뒷짐’
내역입찰제 무용지물, 보완대책 마련 시급
공사비증액 분쟁방지, 검증제도 강화 추진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인 시공자 선정 조기화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조합들은 조합설립 직후 시공자를 선정해 사업 초기 자금 조달 문제를 해소할 수 있지만, 공사비 증액 문제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건설사들 역시 구체적인 내역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찰을 할 경우 건설사들이 무리한 대안설계를 제시하면서 경쟁에 뛰어들게 되고,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을 떠안을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공자 선정시기 조기화를 환영하고 있지만, 내역입찰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울시가 신중을 기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무분별한 대안설계 제안 경쟁 어떻게 막을 것인가
시공자 선정시기 조기화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무분별한 대안설계 제안이다. 그동안 시가 고집해온 시공자 선정기준의 원칙은 사업시행인가를 통해 확정된 사업계획 내용으로 내역입찰을 하도록 함으로써, 오랜 시간의 지체 없이 공사 본계약 및 관리처분을 진행해 시공자의 설계변경에 따른 부당한 공사비 증액을 방지하는 것에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시공자 선정시기를 앞당기더라도 내역입찰 제도를 유지할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조합설립 직후’에 시공자 선정이 가능해지도록 하려면 시가 고수하고 있는 내역입찰 제도를 포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설계도서 기준을 사업시행계획인가 수준으로 요구하면 설계도서 자체가 또 하나의 난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해 만든 설계도서가 시공자 선정과 동시에 변경될 수 있어, 과도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역효과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내역입찰 제도를 폐지하면 설계도서의 세부 내역이라는 조건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조합설립인가 직후에도 시공자 선정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역입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꾸준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무분별한 대안설계 제안을 막기 위해 내역입찰 제도를 도입했지만, 그동안 건설사들이 버젓이 대안설계를 제안해오면서 입찰경쟁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무분별한 대안설계 제안을 막기 위해서는 내역입찰제를 고수해 과도한 설계도서 기준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공공지원자인 지자체의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미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및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에 대안설계에 대한 제한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공공지원자인 지자체가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조합에 미뤄 내역입찰 제도가 무용지물된 지 오래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방배6구역, 용산구 한남2·3구역 등을 비롯해 수주경쟁이 펼쳐진 현장에서 대안설계는 수주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이들 현장에서 건설사들이 공사비·설계도서도 없이 혁신설계, 플러스아이디어 등 특화설계안으로 대안설계를 제안해 위법 논란이 일었지만, 정작 지자체들은 조합에 엄중히 관리하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자세를 일관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과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에서 무분별한 대안설계를 제안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국토부가 한남3구역 수주전 당시 과도한 제안에 대해 행정청의 입찰무효 등 관리·감독 조치가 가능한 사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며 “과도한 설계기준을 마련해 조합과 건설사에 부담을 늘릴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그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다 할 수 있도록 강제조항 등의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공사비 증액 막을 방법은… 협의 절차만 강요해선 안 돼
시공자 선정 이후 공사비 증액 관련 분쟁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도 과제다. 서울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사비 검증 제도를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과도한 협의절차를 강요해 사업 기간만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서울시는 정비사업 중 과도한 공사비 책정과 증액 등으로 인한 조합과 시공자 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공사비 검증제도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골자는 한국부동산원뿐만 아니라 서울주택도시공사를 공사원가 사전자문 및 공사비 검증 업무 대행기관으로 지정하고 자문기구와 코디네이터를 통해 공사비 검증 결과에 대한 조합과 시공자의 소명·이의제기·협의 등의 절차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서울시는 △정비사업 조합정관 개정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 개정 △증액 예상 사업장 사전협의 유도 △공사비 증액 사유발생 신고제 등을 담은 ‘공사계약 종합 관리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비 검증제도 강화에 대해 업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공사비 조정에 대한 구속력 없이 절차만 강요하는 수준의 제도가 추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9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는 공사비 검증제도가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국회를 통과한 도시정비법에는 공사비 증액 규모가 일정 기준 이상이 되면 공사비 검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조합은 시공자와 계약 체결 후 △조합원 20% 이상이 공사비 검증을 요청한 경우 △건설사가 일정비율 이상 공사비를 증액(5~10%)하려는 경우 △공사비 검증 완료 후 증액비율이 3% 이상 등에 해당하면 한국부동산원에 의무적으로 공사비 검증을 의뢰해야 한다.
공사비 검증제도가 도입된 후 현장에서는 공사비 조정 효과보다 검증기간 소요로 사업지연과 조합과 건설사 간 분쟁만 더욱 키웠다고 평가받고 있다. 실질적인 검증기관인 한국감정원이 검증에 따른 조정기능이 없어, 자칫 사업만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합이나 건설사 중 한 곳이라도 공사비 검증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를 조정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사비에 대한 주민 간 분쟁, 시공자 변경, 법적 분쟁 등으로 이어져 갈등만 더욱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공사비 검증제도 강화 역시 검증결과에 대한 조정기능이 없어 협의 절차만 강요하는 제도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합은 무분별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건설사들에게 협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 이에 대한 보완책을 담은 검증제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조합과 건설사 모두 공사비 검증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금액에 대한 조정기능 없이 절차만 추가된다면 사전협의체 제도, 종교시설 보상 기준 등과 같이 갈등만 키워 사업추진에 더욱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적정한 공사비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의 및 감액 권고 등을 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하우징헤럴드 문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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