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물권자 물건 사면 현금청산’...시장 뒤흔들 대법 판례
파이낸셜뉴스 | 2023.07.29
재개발·재건축 입주권 판단은 어렵고 복잡합니다. 규정 해석을 잘못해서 청산 당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입주권 규정을 명확하게 확인해서 거래를 했는데, 하루아침에 청산자로 변경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본인이 청산자로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있고, 일선 공인중개사 사무소 및 지자체·조합도 모르고 있어 추후 2차·3차 피해가 예상되는 건이 나타났습니다.
재개발·재건축 샀는데 '현금청산?'...대법 새 판례 나왔다
지난 6월 대법원(2022두56586) 판결이 나왔습니다. 핵심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1세대에 속하는 수인의 토지 등 소유자로부터 양수한 수인은 원칙적으로 그 전원을 대표하는 1인을 조합원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쉽게 말하자면, 1세대 다물권자에게 매수한 사람도 분양 자격은 하나라는 것입니다.
동일 구역 내 복수의 물건을 보유한 사람은 입주권이 하나만 나오는 게 원칙인데요. 그런데 여러 개의 물건을 제3자에게 처분하면 어떻게 될까요.
일명 ‘물딱지·현금청산’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정확히는 해당 물건들을 모아서 하나의 입주권이 나오는 것으로 권리가격의 비율에 따라 지분 공유로 보유하게 됩니다. 그러면 다물권자 물건을 사면 안 되면 되는 건가로 끝내기에는 사안이 복잡한데요.
여기서 종전에는 어땠는지를 간단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다물권자의 경우에서도 ‘1인 다물권자’와 ‘1세대 다물권자’를 구분했습니다.
1인 다물권자는 도시정비법 39조 1항 3호의 명시적 규정에 의해 조합설립인가 후 승계 취득한 사람도 입주권은 하나로 보았는데요. 그러나 ‘1세대 다물권자’의 경우는 다릅니다. 도시정비법 39조 1항 2호 규정을 보면 1세대 다물권자의 경우도 대표하는 1명을 조합원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2호 규정에는 이혼 및 성인 자녀의 분가는 제외한다는 규정도 있는데요. 즉 1세대 다물권자는 그대로 보유하면 입주권은 하나만 나오지만, 조합설립인가 이후라도 이혼 및 분가로 입주권이 늘어날 수 있어 조합원과 입주권 숫자가 반듯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즉, ‘1인 다물권자’와 다르게 ‘1세대 다물권자’의 물건을 승계 취득한 소유자는 독자적인 분양 자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세대 다물권도 '1입주권'...시장 '대혼란'
해당 사항은 2012년 법제처 법령해석도 있었고, 다른 하급심에서도 1인 다물권자야 쟁점이 있었지만, 1세대 다물권자는 입주권을 부여하는 쪽이었습니다.
2023년 2월 ‘1인 다물권자’에 대해서 대법원이 1입주권으로 정리했을 때만해도 예상했던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6월에 ‘1세대 다물권자’ 역시 1입주권이라는 판단이 내려오자 정비업계에 혼란이 오게 되었습니다.
대법원에서는 구 도시정비법 19조 1항 2호와 3호를 중첩 적용해서 1인의 조합원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입법 취지 고려 시 투기세력 유입 방지 및 사업성 저하 방지, 기존 조합원의 재산권 보호를 들었습니다.
다 좋긴 한데, 이미 그간 관행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종전 해석으로 거래를 해왔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1세대 다물권자’는 종전 하급심 판례를 떠나서도 변호사님들도 입주권을 받는데 문제가 없다고 보았고, 지자체 및 국토부도 청산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실무적으로도 조합에서 분양 자격을 부여해서 분양신청을 해왔었는데요. 그런데 이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 것입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은 승계 취득자입니다. 온전한 재개발·재건축 물건을 매수한 것은 온전한 분양자격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 매수한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현금청산자 혹은 공유지분권자로 전락하게 된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이건의 경우 대법원이 도시정비법을 해석하는 기준을 바꾼 것이지, 종전에는 ‘1세대 다물권자’에 대한 해석이 틀린 게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들어 매도자가 일명 물딱지를 매도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러면 매수자는 현금청산자가 된 뒤 매도자에게 1차적으로 책임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사기나 기망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지요.
그리고 2차적으로 해당 물건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에게 물건 분석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한 일부 과실에 대한 책임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공인중개사가 전문 직업인으로서 해당 규정을 몰랐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은 종전의 해석이 대법원 판결로 달라진 것이라 사항이 다릅니다.
종전 규정으로 분양자격을 줘왔던 건이다 보니 매도자도 사기가 아니고, 공인중개사도 권리분석을 잘못했다고 볼 수가 없는 것이죠. 즉, 6월 대법원 판결로 피해자는 발생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1세대 다물권 취득...매수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면 1세대 다물권자의 물건을 매수한 사람들의 선택지는 크게 3가지입니다. 우선 가장 쉬운 방법은 종전 규정 그대로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해석이 바뀐 정도로는 종전의 관리처분계획이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유효합니다.
따라서 관리처분인가가 난 경우에는 조합에서 뒤엎지만 않으면 입주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리처분인가 이전이라면 문제가 되는데요. 현금청산자로 될 예정인데, 그렇다고 입주권을 부여해달라고 소송을 하기에는 대법원 판단이 내려진 시점에서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나마 차선택은 매도자를 대상으로 ‘착오’를 이유로 계약 취소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입주권을 받을 것을 전제로 매수를 했는데 입주권이 안 나오게 된 시점에서 매도자에게 매매 계약 취소를 요구하는 것이죠.
다만 이 경우도 매도자의 잘못은 없다 보니 다른 물건을 취득했다면 얻었을 프리미엄이나 이자 등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입주권을 받고 싶다고 할 때 가장 마지막 방법은 법 개정입니다. 결국 대법원도 해당 구 도시정비법 19조 1항 2호 3호의 해석에 대한 부분을 본 것이다 보니, 법 자체가 모호하게 된 것을 명확하게 변경하면 되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구 도시정비법 19조 1항 2호(현 도시정비법 39조 1항 2호)를 보면 법조문 상 이혼 및 성인 자녀의 분가는 예외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1세대 다물권자로부터 양수했다 해도 매도자가 세대분리 후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면 온전한 분양자격이 나올 수 있습니다.
종전 하급심 및 법제처 등에서는 해당 근거를 들어서 1세대 다물권자에게 승계 취득한 사람도 분양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는데, 대법원에서는 엄밀하게 판단해 안된다고 한 것입니다.
따라서 소극적으로 법조문 그대로 이혼 및 성인 자녀의 분가의 경우에만 입주권이 나온다고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어느 누가 보아도 상식적으로 이상한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1세대 다물권자 입장에서는 그냥 바로 처분하면 안 되지만, 자녀의 경우는 성인이 된 뒤 세대 분리하고 처분하면 되는 것입니다. 남편과 아내가 각각 동일 구역 내 주택이 하나씩 있다면 그냥 처분하면 1입주권이고, 이혼한 뒤 처분하면 2입주권이라는 결론이 됩니다.
마치 대법원이 이혼을 조장하는 것같은 상황이 된 것이죠. 대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이렇게 규정하는 게 얼마나 합리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자녀의 경우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세대분리해서 독립 분양자격을 얻을 수 있는데, 몇 년 빨리 처분했다고 안 주는 것이 얼마나 조합의 사업성에 영향을 끼치는지도 모르겠고요.
불합리한 부분이 법조문이 아니라 해석에 의하여 발생하고 있습니다. 법을 명확하게 개정을 한다면 종전 ‘1세대 다물권자’의 물건을 취득한 사람도 다시금 온전하게 분양자격을 회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법개정이 입주권에 대한 유일한 길일 정도로 절망스러운 상태입니다.
뒤흔들 판결 나왔는데...조합도 시장도 몰라
해당 부분은 앞으로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지금은 많은 조합도 해당 판결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면 청산자로 분류해서 안내가 나갈 것이고, 입주권이 나오는 줄 알고 매수했다가 논란이 될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간 종전 규정으로 해석 글들이 있다 보니 어중간하게 공부한 사람들은 입주권이 나오는 줄 알고 매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매도자에게 착오로 인한 취소 청구를 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단순히 원금만 돌려받기에는 프리미엄을 포기하기 싫어서 제3자에게 몰래 매도하는 사람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매도자, 매수자, 해당 물건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까지 모두 다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됩니다. 앞서 공인중개사의 경우 해석이 달라진 것이라 법적 책임이 없다고 했었지만, 그것도 대법원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입니다. 설령 종전 규정이 맞다고 생각하고, 변경된지 모르고 거래했다 해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따라서 폭탄 돌리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판결이 나왔지만, 아직도 정비사업 현장은 평화롭습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이슈가 되는 판결인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무서운 것은 틀린 게 아니라 맞았던 게 달라진 것이다보니, 개인이 입주권에 대해 정확하게 모르면, 사고 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더 무서운 것입니다. 정비사업 매수를 희망할 때에는 정비사업 전문가를 통하여 법적 검토를 받고 취득하는 것을 권장해드리고 싶습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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