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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월세 상승률, 강남이 강북의 3배(연합뉴스,자료사진) |
강남 3구 등 주요 아파트단지 절반이 월세
월세는 남고, 전세는 부족...전셋값 상승 부추겨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초등학생 아들을 둔 양천구 목동의 주부 김모(40)씨. 김씨는 다음 달 전세 만기가 되면 신월동 쪽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2년 전보다 전셋값이 8천만원이 오르자 집주인이 오른 만큼을 월세로 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전세금을 조금 더 올려주겠다고 통사정을 했지만 집주인은 "전세금을 올려받아도 돈 굴릴 데가 없다"며 거절했다.
김씨는 "빠듯한 생활에 아이를 키우면서 매월 40만원이나 되는 월세까지 부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학군은 좀 떨어지더라도 별 수 없이 이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직장인 박모(32)씨는 최근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의 73㎡짜리 아파트를 보증금 5천만원, 월 35만원에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계약했다.
웬만하면 전세로 신혼집을 얻고 싶었지만 마땅한 전세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던 것이다.
박씨는 "목돈이 부족한데 1억원 이하 전세는 씨가 말랐고 그나마 괜찮은 집은 모두 월세가 끼어 있었다"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숨지었다.
주택 임대시장이 분화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임대차 시장은 전적으로 전세 위주였지만 최근엔 그 자리를 월세가 잠식하고 있다.
재계약을 하거나 새 임차인을 찾아 나온 임대 물건의 상당수가 월세 또는 반전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고유의 전세 제도가 단기간에 사라지진 않겠지만 경제 여건과 인구구조의 변화 등을 고려하면 점진적으로 월세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전체 가구 20%가 월세…올해 들어 증가세↑ =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이 지역은 최근 시장에 나온 아파트 임대물건 중 약 50%가 반전세나 월세다.
예년에는 전체 임대 물량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이었지만 올해 들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주요 아파트단지는 지난해까지 월세가 30% 정도였으나 올해는 40~50%를 차지한다.
특히 전세보증금액이 크고 학군이 좋은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 3구'의 반전세 전환 사례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W공인 대표는 "아무래도 학교와 학원 때문에 동네에 남으려는 사람들은 전세를 구하지 못하면 반전세라도 계약을 한다"며 "7~8월에는 반전세라도 물건이 나오는 대로 바로 계약이 됐다"고 말했다.
수도권 인기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판교신도시 C공인 관계자는 "초기 입주시점보다 전세가격이 80%나 뛰다보니 전셋값 상승분만큼 반전세로 돌리겠다는 집주인이 많다"며 "전세에서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절반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월세 증가 현상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0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월세 가구가 전체 조사 대상자의 21.4%를 차지해 처음으로 20% 선을 돌파했다.
월세 가구는 5년 전보다 2.4%포인트 늘어 같은 기간 0.7%포인트가 줄어든 전세 가구(21.7%)와 맞먹는다.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 동향 조사에서도 신규 주택임대 계약 비중은 전세가 지난해 1월 58.4%에서 지난 5월에는 54.2%로 4.2%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보증부 월세와 순수 월세 비중은 지난해 1월 41.6%에서 올해 5월 기준으로는 45.9%로 높아졌다.
신규로 임대 계약을 맺는 주택의 45.9%에 월세가 끼어 있다는 말이다.
이 가운데 지방(광역시 제외)은 이미 월세가 53.5%로 전세(46.5%)비중을 넘어섰다.
서울도 월세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결과 18일 현재 올해 서울의 월세(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 포함) 계약건수는 7만753건으로 작년 한 해 동안의 월세 계약(5만3천762건)을 벌써 추월했다.
◇저금리ㆍ집값 안정이 원인..월세 이율은 하락 = 이처럼 월세가 급증하는 이유는 저금리와 집값 안정세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서다.
현재 은행 금리가 연 4~5%에 그치고 있는 반면 월세를 놓으면 연 6~8% 정도의 수익은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매매값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은 크게 줄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전세보증금을 올려받아도 투자할 곳이 마땅찮은 것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과거 주택금융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전세제도는 목돈 마련의 수단이었고, 이를 토대로 주택 등 부동산에 투자해 시세차익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전세를 올려받느니 은행이자보다 2~3%가량 높은 고정수입이 가능한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세 증가와 전세 감소는 전셋값 상승세를 부채질한다.
최근 전셋값 상승세의 원인이 집을 사지 않아 전세 수요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내놓는 임대물건의 상당수가 월세여서 전세의 몸값 상승을 부추기는 측면이 강하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세입자들은 대부분 전세를 선호하고, 집주인은 월세로 내놔 수요의 '미스매치(불일치)'가 심화되고 있다"며 "전세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월세 대신 전세를 찾아 외곽으로 밀려나는 '전세 유목민'도 증가하고 있다.
상황이 다급한 임차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 계약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늘어나는 월세만큼 수요는 뒷받침되지 않는 편이다.
성북구 길음동 D공인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이 잘되니까 이자를 내더라도 대출을 받아 전세로 계약하려고 하지 월세로 방향을 돌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요 아파트 단지에는 월세는 내놓은 지 2~3개월이 지나도 소화되지 않고 쌓여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전세금을 돌려줄 능력이 안 되는 집주인은 계약 만기에 쫓겨 결국 전세로 되돌려 계약하는 경우도 많다.
월세 물건이 많다 보니 과거 12%에 달하는 주택 월세 전환율은 최근 6~8%로 떨어졌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일반적인 급여 생활자가 월세로 낼 수 있는 돈은 100만원이 최대치"라며 "저금리 기조라 월세전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데다 대단지 아파트는 너도나도 월세 공급 경쟁을 하다보니 더 떨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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