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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에 수도권 울고… 청약훈풍에 지방 웃었다
[동아일보]
《 올해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부터 계속됐던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전세금이 두 자릿수로 오르는 곳이 속출했다. 반면 지방에서는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신규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어 침체의 늪에 빠진 수도권 지역과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끌었고, 소형 주택 선호현상이 더 강해졌다. 하지만 전국 집값을 견인하는 서울 재건축시장은 좀처럼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올해 부동산시장을 ‘전세대란’ ‘지방훈풍’ ‘수익형 부동산 인기’ ‘다운사이징’ ‘재건축시장 급랭’이라는 5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
① 전세대란
공급물량 감소와 신규 분양 및 매매시장 침체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세난이 계속됐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11월 말까지 전국의 전세금은 12.2% 올랐다. 집값 상승률(6.7%)의 배 가까운 수치다. 정부는 이를 잡기 위해 6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급격한 전세금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임차 가구 중 월세 가구의 비중이 크게 증가해 전체 임차 가구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비공식 통계도 나왔다.
② 지방훈풍
올 한 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서는 ‘부동산 훈풍’이 불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11월 말까지 수도권 집값은 0.6% 오르는 데 그쳤지만 6대 광역시는 11.2%, 기타 지방은 12.2% 올랐다.
집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지방시장의 분양성적은 좋았다. 올해 평균 청약경쟁률은 전국이 3.33 대 1이었는데 지방(4.32 대 1)의 영향이 컸다. 특히 부산은 평균 10.42 대 1로 지방 부동산시장의 투자열기를 주도했다. 이 기간 수도권(0.99 대 1)은 청약이 모집주택 수에 미달하며 침체된 분위기를 반영했다.
③ 다운사이징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가격 부담이 적고 환금성에서 유리한 중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건설사들은 설계변경을 통해 중대형 아파트를 중소형으로 경쟁적으로 바꿨다. 최근 5년간 신규 공급 아파트 중 85m² 이하 중소형이 차지하는 비율도 크게 늘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 63%에서 올해는 무려 86%나 됐다.
④ 수익형 부동산 인기
가치가 떨어진 아파트를 대신해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얻은 것도 올해의 특징이다.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은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부각되면서 관심을 받았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오피스텔 분양물량은 3만2643실로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었다.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 건수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인허가 물량은 6만3000채로 추정돼 역대 최고 물량이다.
⑤ 재건축시장 급랭
대외적인 경기 불안은 부동산 시장의 위축을 불렀다. 특히 부동산가격 상승을 견인해온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가 직격탄을 맞았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 총 13만4839채 가운데 절반이 넘는 7만9933채가 연초보다 가격이 떨어졌고, 1억 원 이상 가격이 떨어진 아파트도 1만5973채에 달했다. 특히 고가의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강남권이 고전했다. 강남구가 8.6% 떨어진 것을 비롯해 강동구(―6.8%)와 송파구(―5.8%)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