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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2012-06-12
건설업계, 매몰비용 회수 움직임…손배소 이어질 듯
서울·수도권 뉴타운·재개발 구역에서 '매몰비용' 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3동 재개발 구역 전경[사진 제공=서울시]
서울과 수도권의 뉴타운·재개발 구역에서 '매몰비용'(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이미 사용한 비용)을 둘러싼 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라 재정비사업을 접는 곳이 생겨나면서 시공사가 그동안 투입한 수십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돌려달라고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돈을 갚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조합이 설립된 뉴타운·정비구역이 구역 해제에 본격 나설 경우 매몰비용 부담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소송전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공사 "빌려준 돈 돌려달라" vs 조합원 "우린 돈 못낸다"
분쟁의 첫 스타트는 경기도 수원 세류113-5구역 재개발조합과 삼성물산이 끊었다. 수원시가 세류동 세류113-5구역의 조합설립 인가를 취소하자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그동안 대여한 41억원과 이자, 손해배상금 등을 돌려달라고 통보한 것.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가 조합에 일반적으로 돈을 꿔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조합이 돈(운영자금)이 없다보니 정비·설계업체에서 먼저 돈을 꾼 후 향후 시공사 선정 이후 시공사가 그 자금을 조합에 대여해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이미윤 과장도 "이 지역은 2010년에 조합설립 인가가 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이 됐는데 사업이 무산돼 시공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향후 어느 지역에서든 뉴타운 구역이 해제될 경우 시공사 측은 당연히 투입된 자금을 돌려받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향후 뉴타운·재개발사업을 접는 곳이 늘면서 매몰비용 문제를 놓고 줄소송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사업 초기인 추진위 단계의 사업장이 먼저 해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건설사가 추진위에 대여한 자금을 회수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현재 건설사가 시공권을 확보한 정비구역의 10~20%는 추진위 승인 단계의 사업장으로, 건설사들은 구역당 10억~20억원가량을 추진위에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사업장 조합원들은 돈을 갚을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신길동 재개발구역 한 조합원은 "새 아파트 짓겠다고 해 도장 한 번 찍어준 것밖에 없는데 왜 우리가 돈을 내야 하느냐"며 "한푼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뉴타운 매몰비용 처리를 놓고 분쟁의 조짐이 보이자 미리 시공사 선정 전에 해제 움직임을 보이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경기 부천 소사본1D구역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조합해산 동의서를 받고 있다. 조합장은 최근 조합원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그동안 조합이 3억원 정도의 비용을 사용했다"며 "언제 새 아파트를 지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운영된다면 타 지역 조합처럼 수십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에서는 신설 2구역이 처음으로 뉴타운 구역해제 신청을 했다. 장위뉴타운 일부 구역도 구역 해제를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매몰비용은 조합과 조합원 간의 갈등도 키우고 있다. 조합원들은 "우리는 비용을 쓴 적 없다”며 조합 측이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세류113-5구역의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조합 무효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그동안 조합에서 쓴 원금만 41억원"이라며 "조합장과 11명의 연대보증인이 다 물어내야지, 우리 조합원들에게 단 1원도 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뉴타운재개발비대위연합 관계자도 "매몰비용에 대해 조합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은 어느 법 조항에도 없다"며 "조합원이 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모르쇠…대책 없나
뉴타운 출구전략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매몰비용에 대해 서울시는 여전히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행령에서 정해져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말도 할 수 없다"며 "국토해양부에서 입법예고 중이니 향후 정해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는 올해 초 박원순 시장이 "구역별로 매몰비용의 일정액을 부담하겠다. 중앙정부도 뉴타운사업에 책임이 있어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관련 법을 고쳐 매몰비용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이후 한 걸음도 나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조합원이나 건설업계는 매몰비용 처리문제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인데도 서울시가 이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남1구역 주민은 "서울시가 주민들에게 예상 분담금을 알려준 후 그것만 갖고 찬반 결정을 내리라고 하는데 쉽지 않다"며 "매몰비용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미윤 부동산114 과장도 "앞으로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소송이 급증할 텐데 매몰비용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입찰 비용이나 조합 운영비 등을 제외하고 세세한 곳까지 보전해주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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