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뉴타운 내 위치한 한 연립주택의 옥상에는 쓰레기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
부천 원미뉴타운, 논란 10년에 비새는 '헌타운' 어찌하오리까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10여년 뉴타운ㆍ재개발 논란이 있는 동안 우리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하지만 지금 남은건 비 새는 집과 허탈감 뿐이다."
11일 부천시 원미구 원미동 일대 '부천 원미뉴타운'에서 만난 김모(58ㆍ여)씨의 말이다. 김씨가 살고 있는 원미지구 내 4B구역은 지난해 말 토지주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민의견 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25%를 넘어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여기저기서 들끓던 재개발 기대감은 이 때를 계기로 사그라들었다.
김씨는 "뉴타운은 물 건너갔으니 이제 집을 고쳐야 한다"면서 "생각 같아서는 전체적으로 손보고 싶지만 아직 뉴타운 관련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제약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뉴타운 해제시킨다고 말한 지 벌써 9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확정된 게 없어 답답하다"면서 "지난달 장마철 앞두고 비가 안 새도록 방수공사만 했다"고 말했다.
뉴타운 구역으로 지정되면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개발 행위 등이 제한된다. 주민이 소유하고 있는 땅 위에서 건축공사나 토지분할 등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일부 주택 보수 공사는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30년 이상된 노후 주택이 많아 주민들은 대부분 개축이나 대규모 리모델링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이 오랫동안 추진돼 오면서 이도저도 못한 채 땜질식 처방만 해온 것이다.
부천시는 지난 6월 '원미 재정비촉진지구 및 계획 변경(안) 주민설명회'를 열기도 했지만 아직 확정고시가 나지 않아 여전히 주인들은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다.
원미동에서 주택 보수공사를 전문적으로 해 온 강모(62)씨는 "뉴타운·재개발 등의 말이 나온 뒤로는 일다운 일을 못했다"면서 "법에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사를 하라고 말을 해도 사람들이 수리 할 생각을 안 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어 "사람들이 조금만 기다리면 철거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버텨온 게 수년째"라면서 "수도 개량이나 지붕방수 등 꼭 필요한 부분만 임시로 고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조합이 설립돼 뉴타운 개발이 추진 중인 7B구역에서 다가구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이모(53ㆍ여)씨는 "세입자들이 집 수리해 달라고 하는 부분이 많았는 데 뉴타운 때문에 미루면서 월세 5만원을 깎아줬다"면서 "뉴타운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집 고쳐줄 걱정은 안 하겠지만 월세를 못받게 되니 그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한 연립주택을 가리키며 "1979년도에 지어졌다"면서 "1개 동에 총 24가구가 있는 데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자 주민들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아 보수공사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