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부동산경기 장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 정상화를 위한 규제완화 대책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행동에 나서는 상황에 이르렀다. 부동산 거래 부진으로 취득세수가 감소하면서 지방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는 지난해부터 약속했던 취득세 감면조치를 담은 법안 처리마저 늑장을 부리는 등 거래대책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17일 경기도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엔저 현상으로 인한 수출 부진, 북한 핵실험 및 정전협정 파기 발언으로 고조된 남북 긴장감 등의 요인이 작용,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며 경기도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부동산경기 침체가 전례없이 장기화되며 세수 급감이 예상되고 있는 점이 비상경영을 선언한 주요인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비상경영을 선포한 데 이어 15일 주간정책회의에 참석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현재의 경기도 재정은 그야말로 절벽상황"이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감액추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복지비는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부동산 거래가 뚝 끊기면서 취득세수가 감소, 지방재정에 위협을 느낀 김 지사의 볼멘소리다.
가장 큰 문제는 주택거래 부진이다. 취득세 감면 분에 대해선 국가가 보전해주기로 했지만 거래 자체가 되지 않으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지난 1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2만7070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8만1412건)보다 75%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도 5.7%(1624건) 감소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두 번째로 높은 경기도는 세수의 58%를 취득세에서 충당한다"면서 "부동산 거래 침체가 지속되면서 지난 2009년 4조5000억원이던 취득세수가 3조3000억원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경기도에서만 297개의 건설업체가 폐업했으며 73개는 부도 상태에 다다랐다. 중개업소당 거래 건수는 2009년 7.9건에서 6.5건으로 17.7% 감소했다. 경기도의 54개 공공택지지구 중 26개는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12개 지구는 사업이 지연됐거나 시행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경제여건은 이렇게 심각하지만 국회는 여전히 호황기에 도입한 규제강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주택 정상화에 필요한 규제 완화 대책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지난 1월 진영 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발의한 취득세 감면 연장 법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기간이 6개월로 축소돼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하지만 여야의 대치 상황이 지속되면서 상임위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정상화 대책의 하나로 꼽히는 분양가상한제는 더욱 심각하다. 주택 거래 활성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야당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정책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분양가 상한제 폐지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DTI 등 금융규제 완화 등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정치권과 다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지금과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분양가 폭등을 걱정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이 영향으로 주택수요 침체 속에 공급주체 역시 위축되며 공급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건설에는 최소한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왜곡을 부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2일 취임한 서승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달 말 종합적인 부동산 대책을 예고했다. 이날 서 장관은 취임식 직후 "지금까지 정책을 찔끔찔끔 내놓으면서 시장의 내성만 키웠다"며 "종합 대책을 확정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 발표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 장관은 DTI(총부채상환비율), LTV(담보인정비율) 등 금융규제에 대해선 "금융건전성을 위한 규제이지 부동산 정책에 적용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달 말 나올 대책도 금융규제 완화가 빠진 반쪽 대책이 될 것이란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극심한 거래침체 상황에선 금융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이번엔 빠질 것으로 보여 효과가 반감될까 걱정"이라며 "정책 발표와 함께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 바로 시행될 수 있어야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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