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주택시장에 회복조짐이 나타나면서 수십억원의 현금 자산을 보유한 강남 부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비수익용 자산을 처분하고 5% 전후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뚜렷하다.
27일 서울 강남 지역 은행의 PB(프라이빗뱅커)센터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권 부자들로부터 토지나 중대형 아파트 등 비수익 부동산을 처분하고 중소형 빌딩이나 상가 등 안정적인 수익형 부동산을 찾기를 원한다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
▶강남 중소형 빌딩 투자1순위= 이남수 신한은행 서초PWM센터 부동산팀장은 “최근 중소형 빌딩을 구입해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으로 임대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고객이 많다”며 “마땅한 빌딩이 없으면 대학가, 도심 등의 수익성이 보장되는 상가 등에서 대상을 물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명수 미래에셋생명 부동산팀장은 “개인 명의로 30억~40억원대, 법원 명의로 100억원대 중소형 빌딩을 매수해 달라는 문의가 최근 가장 많다”며 “무조건 강남 지역에서 매수 대상을 찾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움직임에 따라 실제로 빌딩 거래는 최근 증가세다. 빌딩정보업체 알코리아에셋에 따르면 50억 미만 소형 빌딩은 지난해 2분기 129건, 3분기 105건, 4분기 116건 각각 거래됐다. 전년도 각 분기와 거래량을 비교하면 분기별로 30~50% 가량 늘어난 것이다.
거래된 빌딩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강남구가 10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초구 63건, 송파구 38건 등으로 강남3구에서만 총거래량의 3분의1(204건)이 집중됐다.
▶아파트, 한쪽에선 처분하고, 다른쪽에서 매입 대상 찾고= 강남부자들의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이중적이다. 주택시장이 회복분위기인 만큼 그동안 처분하지 못했던 일부 아파트를 팔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이미 가격이 많이 떨어진 만큼 자녀들을 위해 새 아파트를 물색하는 경우도 있다.
이남수 팀장은 “중장기적으로 중대형 아파트값이 오르긴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회복 분위기가 확산될때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60대 이상 강남 자산가들이 자녀 증여용으로 강남권 아파트 매입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 |
다만 강남 자산가 중 상당수는 은퇴자로 대부분 소득이 없어 DTI(총부채상환비율) 적용에 따른 대출을 전혀 받지 못해 적극 나서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고 지점장은 “대출을 끼고 집을 사야 세금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산이 있고 소득은 없는 은퇴자나 자산가를 위해 DTI를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면 매매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이자보다 높다면 중장기 투자 나선다= 오피스텔, 원룸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여전한 편이다. 소규모로 투자해서 4~5% 수익률만 나오면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강남 부자들은 최근 이런 소형 수익형 주거시설이 공실률이 높고, 관리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점이 알려져 철저히 검증된 지역에서만 대상 물건을 찾는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최근 20억~30억원 정도의 자산을 가진 고객이 방배동, 서초동 등 강남권에 다세대, 다가구, 다중주택 등 원룸용 건물을 찾고 있다는 문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요즘 강남 부자들은 단기간 투자로 큰 수익을 얻겠다는 생각보다 대부분 은행 수익률보다 조금만 나으면 중장기로 투자하려고 한다는게 대부분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성곤 씨티은행 개인여신 총괄본부장은 “강남 부자도 최근 주목받는 위례신도시 분양,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등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유망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며 “은행 이자율이 워낙 낮기 때문에 4~5% 수익률만 보장되면 관심을 가지는 게 요즘 부자들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박일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