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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아현 재개발 부정선거 조짐...홍보요원이 부산까지?

서광 공인중개사 2018. 1. 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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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아현 재개발 부정선거 조짐...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2018.01.28


홍보요원이 부산까지?

GS건설·롯데건설, 특정 후보 지지 유도 관행

국토부측 "북아현 3구역 적폐 사례 예의주시"



북아현 재개발 조합 선거를 둘러싼 부정 사례가 속속 드러나며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은 2015년 철거된 북아현 3구역 금화아파트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오는 7일 북아현 재개발 조합 선거를 앞두고 건설사 홍보요원을 동원한 부정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28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북아현 3구역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서대문구청으로부터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조합장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건설사가 아웃소싱한 홍보요원(OS)을 지방까지 파견한 것으로 포착됐다. 


부정 선거 조짐을 파악한 서대문구청이 대책에 고심 중인 가운데, 북아현동 주민들은 "50년대 스타일의 부정선거가 2018년 북아현 재개발 구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부산에 살고 있는 조합원 정 모 씨는 "홍보 요원이 집까지 찾아와서 그간의 내막을 설명하겠다며 계속 설득했다"며 "서면 결의에 동의해주면 10만원의 대가를 지급한다고 약속했다"고 증언했다. 


공직선거법상 재개발조합도 5대 공익법인 중 하나에 속하기 때문에 투표의 대가로 금품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거주하는 조합원들의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교통비 정도는 줘야 한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10만원 상당의 금품이 전달돼 왔다. 


이 과정에서 홍보요원들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요구하는 관행이 판쳐 왔다는 것. 총 4569가구를 건설하는 북아현 3구역 재개발사업에서는 지난해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서 임병용 사장을 필두로 클린 경영 선언을 한 GS건설과 금품제공 등 불법행위 폭로전으로 맞붙었던 롯데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녹취를 확인한 결과 홍보요원들은 조합원이 거절해도 "그 동안의 사건 진행 방향을 설명드려야 한다"며 방문을 강요하기도 했다. 


홍보요원들의 행태는 다양했다. "조합장 선임총회에 애써 참석하지 말고 10만원 받고 서면결의를 해 달라"고  하거나 "3번이 1번보다 낫다"는 식으로 후보 선호를 제의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재개발 조합원들은 조합 내부의 흐름을 잘 모르기 때문에 조합 집행부가 홍보요원을 통해 미는 후보를 찍기 쉽게 돼 있다. 


박길준 로펌진현 변호사는 "조합이 특정 사안에 대해 합의점을 마련하기 위한 총회에서는 홍보요원을 쓸 수 있지만, 선거를 위해서 쓰는 것은 불법"이라며 "선거법과 도시기반정비법 등에 저촉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투·개표 과정에서 표 조작이 일어날 수 있게끔 서류 박스 투표함을 설치하거나 CCTV를 제거하는 일도 횡행하고 있다. 


 


아래 구멍이 나 있는 북아현3구역 재개발 조합장 선거 투표함. 


투표함 안에 기표 조작이 가능하게끔 구멍을 뚫거나 개표 시 표를 쉽게 섞을 수 있게 서류 박스로 투표함을 만드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모 씨는 이에 대해 "투표함을 들기 쉽게 손잡이 개념으로 뚫은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가벼운 서류 박스 투표함은 어른 하나가 충분히 들 수 있는 수준"이라며 "북아현 3구역 조합 선관위가 투표함이 설치된 현장에서 CCTV도 치웠다"고 토로했다.


이에 서대문구청은 북아현 3구역의 부정선거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북아현 조합원들은 앞서 지난달 26일 구청장에게 직접 민원을 보내고 '부정선거에 대한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국토교통부 한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내 상당수 구(區)에서 홍보요원의 불법 행위가 목격되고 있다"며 "북아현 3구역의 선거 부정은 선거 중단에서부터 조합장에 대한 경찰 수사까지 다양한 제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이처럼 북아현 재개발사업을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서울시와 지자체들이 단속에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지역 재개발 정상화를 위한 모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순자씨는 "지난 정부때부터 북아현 재개발은 대표적 적폐 청산 대상이었다"며 "철거사업 비리를 검찰에 고소하니 홍보요원들이 협박하면서 찾아오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조합장 비리 단속을 소홀히해온 공무원이 '순환보직제'를 피해가는 사례도 있다. 서대문구청 도시정비팀장으로 재직 중인 정 모 씨는 5년째 같은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인사 원칙을 명확하게 적용하지 않은 문석진 현 구청장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양환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각 조합들에게 구청에 선거를 위임하게 하고 선거비용 제한 등의 강제 규정을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조합 선거 비리는 근절된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