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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는게 값이더니… 이젠 급매물 나와도 ‘멀뚱’
동아일보 2018.04.10
펄펄 끓던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 3개월만에 ‘매수자 우위’로 전환
“집주인이 집값을 1000만∼2000만 원 낮춰 급하게 내놔도 선뜻 덤비는 사람이 없어요.”
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G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의 말이다. 그는 “봄 이사철에 집을 옮기려는 실수요자들은 대부분 이미 계약을 끝냈고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집값이 너무 오른 데다 대출도 어려워 관망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달아올랐던 서울의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매물이 귀해 ‘부르는 게 값’이었던 1, 2월과 달리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3개월 만에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었다. 집값 상승에 정부 규제도 본격화되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94.8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서울의 부동산중개업소 약 900곳을 대상으로 매수자와 매도자 중 어느 쪽이 많은지 설문조사한 결과다.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다는 의미고, 100 아래면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아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본다.
지난해 7월 31일 147.8까지 치솟았던 이 지수는 8·2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연말까지 기준선을 밑돌았다. 올 들어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오르자 매물이 귀한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올 1월 8일 113.3으로 기준선을 회복했다. 이후 100을 줄곧 웃돌던 지수가 석 달 만에 다시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매매 거래도 줄었다.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지수는 17.9로 집계돼 지난해 11월 6일(16.9)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높을수록 거래가 활발하다는 의미다.
부동산업계는 3개월 만에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한 배경으로 단기간에 급등한 집값을 꼽는다. 실제로 올 1분기(1∼3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9억 원이 넘는 아파트의 비중이 높아졌다. 부동산114가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서울에서 9억 원이 넘는 아파트가 거래된 건수는 3921건으로 전체 거래량(2만4606건)의 15.9%였다. 지난해 1분기(2087건)보다 4.4%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인 아파트 거래 비중도 16.2%에서 22.3%로 늘었지만 6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줄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대출 규제 같은 정부 규제가 본격화하고 보유세 개편, 금리 인상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4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부동산시장 전문가 100여 명 중 48%가 1년 뒤 주택 매매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특히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다주택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매물이 줄어들어 거래가 뜸한 가운데 높은 가격이 유지되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달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나와 일시적으로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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