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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재개발 취소…4~5년뒤 공급절벽 우려
매일경제 2018.09.18
뉴타운 등 372곳 해제 결과
최근 6년 신규공급 30% 급감
재개발 억제, 집값 상승 원인돼
기존 입주권 웃돈 3~5억 `일쑤`
안전진단 강화 등 재건축 규제
맞물려 향후 공급 더 위축
4~5년 뒤 공급절벽 우려
전문가들 정책전환 요구
"강북 등 사업 동력 약한곳
市가 적극 지원해 공급늘려야"
지난해 3월 서울시 직권으로 재개발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성북구 장위동 68-141 일대 장위11구역 전경.
서울시가 20곳 이상의 재개발 사업지에 대해 추가로 정비구역 지정 해제를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야당을 중심으로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재개발 추진 속도가 더뎌 시가 '사업 유보 관리' 구역으로 구분한 서울 내 재개발 구역은 현재 86곳으로 시는 이 가운데 10곳을 '사업 추진 곤란' 구역, 12곳을 '사업 장기 정체' 구역으로 각각 잠정 분류했다. 시는 연말까지 이들 구역의 재개발 추진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고 직권해제 등 방식으로 구역 해제를 추진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지 관할 구청 및 조합 추진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반대) 등의 의견 수렴을 통해 시가 잠정 파악한 결과 22개 구역의 재개발 사업이 현재 어려운 상태"라면서 "연말까지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해 최종 확정하고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개발 구역 86곳 가운데 약 25%에 해당하는 22곳은 정비구역에서 추가 해제될 가능성이 높다. 22곳이 추가되면 재개발 해제 구역은 400곳에 육박한다.
재개발 사업지가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 서울시의 주거지원형 도시재생이나 빈집재생 사업, 민간의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대상으로 전환된다. 다만 상당수 전문가는 소규모 정비사업은 주거지로서 매력도가 떨어지고 주택 공급 확대 효과도 크지 않아 중장기 관점에서 민간의 대규모 정비사업을 시가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주택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창무 서울대 교수는 "서울 주택 수가 340만가구 정도 되는데 노후하면서 기존 주택의 1~2%, 1년에 5만가구 정도는 자연스럽게 멸실되기 때문에 연간 5만가구 이상 신규 공급이 돼야 전체 주택 수가 늘어날 수 있는 구조"라면서 "최근 수년간 서울 신규 공급이 2만~3만가구 정도밖에 안돼 공급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 재개발을 가능한 한 막으려고 하면서 신규 주택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교보증권 분석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신규 입주물량은 2012년 이후 2017년까지 연평균 약 2만5000가구로 이전 5년 연평균 3만5000가구보다 30%에 가까운 1만가구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2011년 10월 박 시장 취임 이후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원주민의 강제 퇴거를 막겠다는 취지로 재개발 구역 해제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왔다. 재개발 구역 해제 시 그동안 조합이 사용한 매몰비용 일부를 시 예산으로 지원하는 한편 2015년 2월에는 도시정비 조례를 수정해 재개발 구역 토지 등 소유자 3분의 1 이상이 신청하면 주민투표를 실시해 재개발 사업 찬성표가 전체 조합원의 50% 미만(기존에는 반대가 50% 이상)이면 직권해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 결과 2012년부터 2018년 6월 말까지 6년 반 동안 서울 내 재개발 정비구역 683곳 중 절반이 넘는 372곳이 해제됐다.
잇단 재개발 구역 해제와 재건축 안전진단기준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4~5년 뒤 도심 주택 공급은 부족을 넘어 절벽 수준으로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크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 "만약 정부가 확실한 공급대책을 내놓는다면 집값이 안정화될 수도 있다"면서 "대출규제나 세금을 더 걷는 정책 일색이라면 4~5년 후에 서울은 또 다른 폭등·급등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400곳에 육박하는 서울시의 재개발 정비구역 해제로 인해 기존 재개발 입주권에 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마포·성동·동작구 등 한강변 재개발 입주권에 최고 5억원, 동대문·서대문·은평구 등 한강변 강북 2선 라인 재개발 입주권에는 최소 3억원 이상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서울 도심 집값 안정을 위해선 무리한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신규 택지 발굴이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에 새로 짓는 게 불가능하다면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리는 것이 서울 지역 주택 가격을 내릴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건설 담당 연구원도 "주택 노후가 지속되고 있고, 재정비 공급 외 특별한 도심 공급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멸실에 따른 공급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재정비 일반분양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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