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news/부동산 종합 소식

공시가 9억 초과 ‘31만가구’…다주택자 ‘세금 압박’ 커졌다

서광 공인중개사 2020. 3. 19. 18:49

naver "북아현뉴타운을 만드는 사람들" 클릭



공시가 9억 초과 ‘31만가구’

다주택자 ‘세금 압박’ 커졌다.





경향신문 | 2020.03.18


ㆍ고가주택 공시가격 급등

현실화율 높아지면서 세부담 늘어
다주택자들 ‘보유냐 매도냐’ 고민
“과세기준 6월 전에 매물 풀릴 것”
“0%대 금리, 급격한 매도 없을 것”
부동산 전문가들 전망은 엇갈려







정부가 고가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인상하면서 이들 주택의 세금 부담이 커지게 됐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주택 거래가 위축된 데다 보유세 부담까지 늘어나면서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올해 1월1일 기준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지난해 집값 상승세를 주도했던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22.57%), 송파구(18.45%) 등 강남 3구의 공동주택은 전국 시·군·구 가운데 상승률 1~3위를 차지했다. 교육수요 등으로 주택가격이 뛴 양천구도 18.36% 올랐고, 재개발로 시장 기대감이 큰 영등포구(16.81%), 성동구(16.25%), 용산구(14.51%) 등도 공시가 상승률이 높았다.

공시가격은 시세에 ‘현실화율’을 곱해 산출한다. 정부는 이 비율을 시세 9억~15억원 공동주택은 전년보다 2~3%포인트 높은 약 70%로 잡았다. 시세 15억~30억원 및 30억원 이상은 75%, 80% 수준으로 기존보다 7~10%포인트 높였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그동안 고가 주택의 현실화율이 저가 주택에 비해 낮아 형평성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현실화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가 주택에 한정해 공시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면서 이들 주택에 부과되는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도 늘어난다. 올해 공시가격이 25억7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5.2% 오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95㎡)의 보유세는 지난해 1123만원에서 올해 1652만5000원으로 약 530만원 오른다. 올해 공시가격이 21억18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0% 넘게 상승한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99㎡도 보유세가 지난해 695만3000원에서 올해는 1018만원으로 오른다. 국토부는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아파트가 작년 21만8124가구에서 올해 30만9361가구로 41.8%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주요 지역의 공인중개소는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송파구의 ㄱ공인중개사는 “지난해만 해도 공시가격이 발표된 당일에 보유세가 얼마나 늘어날지를 묻는 상담전화가 꽤 있었는데 오늘은 한 통도 안 왔다”며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집값이 한창 오를 때는 주택을 계속 갖고 있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보유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요즘처럼 집값이 멈춰 있거나 하락 조짐이 보이면 매도 여부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다주택자들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보유세 부담은 예고돼왔던 것이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까지 겹치자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 처분 여부를 두고 갈등 중이라는 얘기다.

시장에는 이미 가격이 빠진 매물이 나오고 있다.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개포주공 1단지(전용 58.6㎡)는 지난달 평균 26억5666만원에 거래됐으나 이달 22억6000만원으로 14.9%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과세기준일인 6월1일 이전에 다주택자 매물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때까지는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가 한시적으로 배제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어서 세금 부담을 더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에 일정한 소득이 없는 고령자와 은퇴자 가운데 다주택자는 주택 수 줄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현실이 되면 국내 집값이 급락할 수도 있다.

기준금리가 0%대로 내려앉은 만큼 급격한 가격 조정이 이뤄진 매물 출현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제로금리 수준의 기준금리 인하조치가 단행된 상태라 투매 수준의 급격한 매물 출회 양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영·이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