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 부담감에…
강남 다주택자 집 내놓기 시작했다
동아일보 | 2020.11.12
지난달 공시가 현실화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일별 매물 8% 늘어
서초 17% 등 강남 고가주택 집중
가격 힘겨루기로 거래량은 미미… 수도권 중저가 매물은 빠르게
11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500여 채 규모의 아파트 단지. 이곳에서 전세 매물은 단 2, 3건에 불과하지만 매매 매물은 16건에 달한다. 인근 A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보유세가 부담돼 팔겠다는 집주인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용 63m² 매물 호가가 12억 원으로 1년 전 실거래가보다 3억∼4억 원이나 높아 매수자들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끌어올려 보유세 부담을 높이겠다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한 뒤 서울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고가 주택은 매수자와 매도자 간 힘겨루기로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반면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선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집값 안정이 당분간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부동산정보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물은 총 4만6083건으로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 공개 직전인 10월 26일(4만2559건) 이후 16일 만에 3524건(8.2%)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8월 초만 해도 6만여 건에 달했지만 ‘패닉바잉’ 등의 영향으로 10월 초 3만8000여 건까지 떨어진 뒤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지난달 27일 공청회를 열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으로 시세반영률을 올리는 검토안을 제시한 뒤 이달 3일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단계별로 상승시키겠다고 발표한 영향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강남권 매물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서초구는 지난달 26일 3698건에서 이달 11일 4333건으로 17.1%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3797건에서 4251건으로 11.9% 늘었다. 특히 서초구 급매물은 이 기간 305건에서 397건으로 30.1% 증가해 서울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는 지역도 있다. 비(非)규제지역인 경기 김포는 서울 여의도를 오가기 쉬운 지하철 김포골드선 주변 단지 위주로 거래가 활발하다. 김포 북변동의 아파트 매물은 같은 기간 113건에서 64건으로 43.4% 감소했다. 이 기간 사우동도 142건에서 101건으로 28.9% 줄었다. 북변동 A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변에 신축아파트가 들어서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3억∼4억 원대의 기존 아파트값이 덩달아 오르고 있다”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실수요자들 문의도 많다”고 전했다.
서울에선 성북·노원구 등 동북권 중저가 단지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며 아파트값을 견인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래미안8단지’는 지난달 19일 전용면적 59m²가 전월 실거래가 대비 약 1억 원이 오른 10억 원에 팔렸다.
이런 분위기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가격은 11월 첫 주(2일 기준) 0.02% 오르며 전주(0.01%)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의 매수 여력이 여전한 만큼 보유세 상승에 따른 매물 증가가 집값을 하락시킬 것이라고 단정하긴 이르다고 본다. 고준석 동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물이 늘고 거래가 줄면 통상 가격이 떨어지지만, 아직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공급이 늘지 않으면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다른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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