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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6억 매입”→“평균 6억 매입” 말바꾸기… 빌라값도 들쑤시는 국토부

서광 공인중개사 2020. 11. 25. 15:35

 

 

“최대 6억 매입”→“평균 6억 매입” 말바꾸기

빌라값도 들쑤시는 국토부...

 

 

 

 

 

조선일보 | 2020.11.25

 

정부 전세대책에 전문가들 우려

 

정부가 최근 발표한 ’11·19 부동산 대책'에 따라 앞으로는 서울의 매매 가격 7억~8억원짜리 빌라(다세대·연립)도 공공 임대주택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전용 85㎡ 이하 빌라들은 대부분 이 가격보다 낮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런 가격대의 빌라를 사들이면 빌라 시세가 전반적으로 뛸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무리한 개입으로 서민들이 거주하는 빌라 가격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 “빌라값까지 올릴 셈인가”

 

지난 22일 서울 은평구의 한 다세대 공공 임대주택을 방문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공 임대로 쓰려고 매입하는 주택의 평균 가격이 6억원이니 7억~8억원짜리도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11·19 부동산 대책에 아파트가 빠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김 장관이 “질 좋은 빌라라서 효과가 있다”는 논리로 반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을 너무 모른다”고 지적한다.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들이 빌라 거주를 원할지가 의문일 뿐더러, 정부가 비싼 빌라까지 임대주택으로 사들이면서 빌라 가격만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빌라살이’를 강요하는 정부·여당 고위 인사들이 정작 본인 스스로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점에 대한 반발 여론도 크다.

 

11·19 대책에는 민간 주택을 공기업이 사들여 임대로 제공하는 ‘매입 임대’ 방식이 6만2000가구 포함됐다. 이 중 ‘공공 전세’ 1만8000가구에 한해 ‘최대 3억원’인 주택 매입 가격 기준을 ‘평균 6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평균이 6억원이니, 더 비싼 주택도 매입 가능하다는 게 김 장관 발언의 요지다.

 

하지만 김 장관이 언급한 금액은 일반적인 빌라 가격과 괴리가 크다. 지난달 서울 연립주택 중위 가격은 2억3413만원(한국감정원 기준)이다. 공공 전세 평균 매입 가격의 절반도 안 된다. 서울 강북 14구 아파트 중위 가격은 6억7119만원이다. 아파트를 살 수도 있는 돈으로 빌라를 사들여 공공 임대로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빌라라 하더라도 상품성이 있다면 공공에 매각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가 무리하게 비싼 빌라를 매입하다 보면 빌라 가격을 급등시킬 가능성이 크고, 국민 세금으로 빌라 건축업자 좋은 일만 시킨다는 비판도 면하기 어려울 것”이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평균 6억’으로 바뀐 매입 단가

 

이런 와중에 국토부가 당초 ‘최대 6억원’이라고 했던 공공 전세 매입 단가를 별다른 배경 설명도 없이 ‘평균 6억원’으로 바꿔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책 발표 이후 터져 나온 김현미 장관의 ‘평균 6억’ 발언에 끼워 맞추기 식으로 정책 내용을 바꾼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국토부는 지난 19일 전세 대책을 내놓으면서 공공 전세의 매입 단가에 대해 “기존 최대 3억원(평균 1억2000만원)이던 것을 서울 6억원, 수도권 4억원, 지방 3억5000만원으로 개정한다”고 설명했다. 문맥상 최대 3억원이던 상한선을 서울 기준 6억원으로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국토부는 김현미 장관이 임대주택 현장을 방문한 다음 날인 23일 오전에도 “매입하는 임대주택의 단가를 서울 최대 6억원으로 인상하기 때문에 질 좋은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는 자료를 배포했다가, 불과 두 시간 후 수정 보도 자료를 내고 ‘최대 6억원’이란 표현을 ‘평균 6억원’으로 바꿨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료 작성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처음부터 평균 6억원이라는 취지로 자료를 작성했는데 (언론 등에서) 잘못 이해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해명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국토부 공무원 사이에서도 해석이 헷갈릴 정도로 표현이 모호했고, 정부 발표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신중히 따져보지 않고 엉성한 대책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시장 가격보다 훨씬 비싼 집을 공공 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것이 과연 주거 복지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인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6억원짜리 집 한 채를 공공 임대로 제공하면 3억원짜리 공공 임대 두 채가 사라지는 셈”이라며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주거 복지의 범위를 무리하게 중산층으로까지 확대하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 “시세 6억원 짜리 빌라에 전세로 살 만한 사람에게까지 공공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것이 주거 복지 측면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공공 전세 입주자는 만족할 수 있겠지만, 주변 민간 빌라에 사는 임차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