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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체납·선순위 보증금 확인할게요”…전세계약 전 세입자 권리 강화

서광 공인중개사 2023. 2. 20. 15:08

“세금체납·선순위 보증금 확인할게요”

전세계약 전 세입자 권리 강화...

 

 

이코노미스트 | 2023.02.17

주택임대차보호·주택기금법 개정안, 국무회의·국토위 통과
집주인, 납세증명서·선순위보증금 세입자 요구시 제공해야
보증금 떼먹은 ‘악성 임대인’ 신상도 공개

2022년 12월 27일 오후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피해 상황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내 집 마련을 꿈꾸거나 자산 증식을 원하는 이들은 시장의 분위기와 상관없이 늘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한 주 간의 부동산 정책부터 중요한 핫이슈까지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앞으로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집주인의 체납 여부와 선순위 임차인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또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보호하기 위해 임차권 등기 절차도 더 빨라질 전망입니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개정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세입자가 되려는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선순위보증금 등 임대차 정보를 집주인에게 요청할 수 있는 ‘정보 확인권’이 새로 생긴 건데요. 전세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정보 확인을 요구할 경우 의무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현재까지는 세입자가 정보제공을 요구해도 집주인이 거부할 경우에는 강제할 수 있는 법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세입자 권리를 강화하고 집주인의 정보 제공 동의를 의무화하도록 했습니다.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집주인에게 납세 증명서 제시를 요구할 수 있는 규정도 새로 나왔습니다. 집주인이 별도의 대출을 받지 않았더라도 국세 등을 체납해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전세보증금보다 더 먼저 차압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집주인은 세입자의 요구 이후에 새로 발급한 납세증명서를 제시해야 합니다. 만약 집주인이 납세 증명서를 보여주지 않을 경우 세입자가 되려는 사람이 직접 과세 관청에서 체납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동의를 해줘야 합니다.

최우선변제 보증금 1500만원, 변제금액 500만원씩 상향

세입자가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갈 때 우선적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세입자의 범위와 금액도 늘어났습니다. 최우선 변제대상 세입자의 보증금액과 최우선 변제금이 각각 1500만원, 500만원씩 올라간 건데요. 

현재 서울은 1억5000만원 이하 주택은 최대 5000만원까지 우선변제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서울 주택 보증금은 1억6500만원 이하, 최우선 변제금은 5500만원 이하로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과밀억제권역과 용인‧화성‧세종‧김포는 주택 보증금 1억4500만원 이하, 최우선 변제금 4800만원 이하로 금액이 올라갔습니다. 광역시와 안산‧광주‧파주‧이천‧평택은 주택 보증금 8500만원 이하, 최우선 변제금 2800만원 이하로 높였습니다. 이 밖의 지역은 주택 보증금 7500만원 이하, 최우선 변제금 2500만원 이하로 인상했습니다.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보호하기 위해 임차권 등기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나왔습니다. ‘빌라왕’ 사건처럼 집주인 사망 후 상속 관계를 정리하기 어렵거나 의도적으로 고지를 피할 경우 임차권 등기가 이뤄지기 어려웠는데요. 이번 개정안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임차권등기명령 조항의 준용 규정에 ‘가압류 집행은 채무자에게 재판을 송달하기 전에도 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갔습니다. 이로 인해 임대인에게 고지하기 전에도 임차권등기가 이뤄질 수 있게 됐습니다.

상습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악성 임대인의 신상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공개하는 법안도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습니다. 국토위는 15일 전세보증금 반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돌려준 임차보증금을 상습적으로 갚지 않는 집주인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보증금 총 2억원, 3년 동안 2건 이상 안 갚으면 집주인 신상 공개

신상 공개 대상 악성 임대인은 총 2억원 이상의 임차보증금을 갚지 않고, 구상채무 발생일로부터 3년 안에 2건 이상의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임대인의 이름, 나이, 주소, 임차보증금 반환채무에 관한 사항, 구상채무에 관한 사항 등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다만 집주인이 사망했거나 구상채무와 관련한 민사소송이 걸린 경우에는 명단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고의나 중과실 없이 경제난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임대인들이 명단 공개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일정 기간 동안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를 준 뒤 ‘임대인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최종 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공개를 확정할 경우 해당 정보는 국토교통부가 출시한 ‘안심 전세’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세 사기범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특별법 개정안도 국토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국세·지방세 체납자와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사기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임대사업자 등록을 제한하고, 기존 임대사업자일 경우 등록을 말소하고 2년간 재등록을 금지하는 건데요. 

또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했는데도 보증금을 1억원 이상 돌려주지 않으면 이름 등을 공개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는 외국인의 체류 자격을 법률로 규정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들 법안을 국회 통과 후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박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