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순서
➊ 분당 ➋ 일산 ➌ 평촌 ➍ 산본 ➎ 중동(1기 신도시)
산본신도시 대표 단지인 래미안하이어스(오른쪽)와 산본주공11단지.
지난 1월 30일 오후. 추운 날씨에도 지하철 4호선 산본역 주변은 인파로 북적였다. 산본역 앞 상업지구 원형광장 주변에는 각종 먹을거리 점포와 약국, 편의점 등이 빼곡히 들어섰고 버스 정류장에는 주변 안양, 의왕, 분당 등지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넘쳐난다. 1기 신도시 산본신도시의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산본역 주변은 이렇게 늘 북적거린다.
산본신도시도 부동산 불황 여파를 피하진 못했다. 2010년 9월 입주한 산본 대표단지 군포시 산본동 래미안하이어스(2644가구)는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산본 래미안하이어스 전용 85㎡ 실거래가는 지난해 1월 5억700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7월 5억1400만원, 12월 5억원까지 하락했다(7월, 12월은 최저가 기준). 산본역 주변 A공인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중 그나마 집값이 저렴해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지만 전세로만 수요가 몰려 매매 거래는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산본신도시는 1990년대 수도권 5대 신도시 개발계획에 따라 조성됐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매년 3만명 이상 인구가 유입되면서 4만2000여가구의 신도시로 면모를 갖췄다. 지하철 4호선 산본역 주변에는 뜨란채세종주공 6, 7단지와 LH 주몽단지, 산본주공11단지 등 대단지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산본역 상권도 꽤 크다. 산본역 앞 약 5만㎡ 상업지구는 산본의 유일한 대형 상권으로 다양한 업종의 점포들이 밀집해 있다. 북쪽으로는 이마트, 남쪽으로는 뉴코아아울렛 등 대형 유통업체가 자리 잡았고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몰려 있는 서쪽과 군포시청이 있는 동쪽은 고객들이 주로 몰려드는 곳이다. 인근에는 아파트단지뿐 아니라 군포시청을 비롯한 공공기관도 많아 수요는 꾸준하다. 대체로 남성, 학생보다는 여성, 주부층이 소비를 주도하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산본신도시는 다른 1기 신도시에 비해 여러모로 미흡한 점이 많았다.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해 ‘버블세븐’으로 지정된 분당, 평촌신도시는 물론이고 수도권 북부 대표 신도시인 일산신도시보다 집값이 낮다. 산본신도시가 어느 시에 속해 있는지 모르는 수요자도 꽤 많다. 산본신도시의 위기, 기회요인을 살펴봤다.
평촌·의왕 등 주변 경쟁지역에 밀려
산본신도시의 위기요인으로는 첫째, 주변에 안양, 의왕 등 강력한 경쟁지역이 많다는 점이다. 입주 20년이 지나면서 도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1, 2기 신도시에 비해 자족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때문에 수도권에서도 대표적인 ‘베드타운’ 신도시로 불린다.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전형적인 베드타운 성격이 강하고 안양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광역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일수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1기 신도시 중 주거 선호도가 가장 낮고 수원, 화성, 용인 신규 아파트단지가 입주하면서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둘째, 리모델링이 쉽지 않다. 대부분 아파트가 고층단지로 구성돼 리모델링을 할 경우 다른 신도시에 비해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1991년 8월 준공한 산본주공11단지는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들조차 리모델링에 시큰둥한 분위기라 전망은 밝지 않다. 채익종 다다디앤씨 사장은 “산본은 분당, 평촌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탄 후에야 집값이 회복될 수 있는 지역이다. 리모델링 수직증축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천, 안양, 의왕 등 주변 지역이 계속 개발돼 신규 아파트가 쏟아져 나온다면 산본은 노후 아파트 이미지를 벗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회요인도 있다.
안양·의왕·군포시 통합 추진 중
첫째, 거주환경이 좋다. 수리산 자락에 위치해 공기가 좋고 기본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는 평가다. 또 주변 평촌, 안양에 비해 집값이 싸고 중소형 평형 아파트 비율이 70%를 넘어 젊은 부부들이 선호한다. 덕분에 매매보다는 전세 수요가 넘쳐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산본신도시는 2011년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전셋값 상승률(21.56%)을 기록했다. 평촌(13.66%), 분당(13.26%), 일산(12.69%), 중동(8.7%) 등 다른 1기 신도시보다 한참 앞선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전셋값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산본역 주변 산본주공11단지 전용 38㎡ 전셋값은 9000만~1억1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둘째, 교통여건이 괜찮다. 지하철 4호선 산본역, 1·4호선 환승역인 금정역과 가깝다. 영동고속도로, 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덕분에 수원 삼성전자나 평택산업단지 등 인근 거점으로 출퇴근하는 젊은 직장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가 추진하는 GTX 노선 중 금정~의정부 라인 수혜를 입을 수 있다. GTX가 개통되면 서울까지 20분 정도에 오갈 수 있을 전망이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하철 1, 4호선 환승역인 금정역이 향후 GTX 금정~의정부 노선의 시발점으로 개발되면 서울 접근성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셋째, 안양·의왕시와 통합되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군포시 주민들은 경기 안양, 군포, 의왕시 등 안양권 행정구역 통합을 위한 주민서명을 해왔다. 안양, 군포, 의왕 등 안양권 3개시 통합은 2009년 11월 행정안전부가 자율통합대상으로 발표했지만 정치권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바 있다. 3개시 통합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2014년 7월쯤 인구 106만명, 재정규모 1조3000억원의 대도시가 탄생한다. 물론 변수도 있다. 의왕 지역 시민, 사회단체 회원들이 안양권 통합반대 의왕범시민위원회를 꾸리는 등 통합 여부를 둘러싸고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산본신도시 투자는 괜찮을까.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신혼부부나 자녀가 있는 30대 수요가 꾸준해 소형 아파트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산본역 인근 소형 아파트들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높아 리스크가 크지 않다. 1991년부터 공급된 산본 주공아파트 단지들은 전용 30~60㎡ 소형 평형이 많고 전세가 비율도 70%를 넘어선다. 전용 59㎡형 아파트 매매가는 2억원대 초반이고 전셋값은 1억원대 중후반 선으로 전세를 끼고 매입하면 1억원 이하로 매입이 가능하다. 최현일 교수는 “다른 1, 2기 신도시보다 규모는 작지만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어 중소형 아파트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양재모 교수 역시 생각이 비슷하다. “소형 평형이 많은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규제가 완화된다면 다시 투자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새 아파트를 원한다면 2010년 9월 입주한 산본역 인근 래미안하이어스가 제격이다. 산본신도시 대부분 단지들이 1990년대 초에 건설돼 노후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희소가치가 있다. 2644가구 대단지이면서 산본역과 가깝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비록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향후 상승 여력이 있어 급매물을 노려볼 만하다.
소형 오피스텔 투자를 권하는 전문가도 많다. 소형 오피스텔은 임대료 대비 매매 가격이 저렴해 임대수익률이 높은 덕분이다. 임대수익률이 높은 단지로 산본역 인근 대우디오플러스가 꼽힌다. 공급면적 74㎡의 경우 매매가가 1억2000만원에 보증금 500만원, 월세 65만원으로 연 임대수익률은 6%를 넘는다.
상가에 투자하려면 금정역 주변을 노려볼 만하다. 한동안 금정역세권 주변 개발이 어려웠지만 지난해 8월 금정역 인근 산본동과 금정동 일대 71만3000여㎡에서 건물 신축, 증축 등 개발행위가 가능해져 토지주의 재산권 제한이 풀리게 됐다. 부동산 전문가인 김종선 BSI경영연구원 원장은 “금정역세권이 개발되면 금정역 주변 오피스건물 투자로 은행 이자 이상의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본시장사거리 일대 중소 상가빌딩 투자도 괜찮다. 한태욱 위원은 “순수 투자목적이라면 초등학교, 학원 밀집 지역 상가 투자가 유망하다. 안정적 수입이 있는 젊은 부부들 거주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 사진 = 박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