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9일 내놓은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안 / 서울시 |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대주택 입주자를 차별하는 사회 문제에 ‘사전 차단’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택지개발에 따른 아파트 위주의 공급방식에서 벗어나 세입자의 차별과 소외 해소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이 9일 내놓은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안'은 ‘임대주택=저소득층 거주’ 라는 사회 인식을 개선하겠다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이는 민선5기에 계획한 임대주택 6만가구 외에 박 시장 취임 후 추가로 약속한 2만가구 공급물량에 반영된다. 서울시는 추가 공급될 2만가구를 '신개념의 수요자 맞춤형 주택'이라고 설명했다.
9일 서울시는 ▲차별없이 더불어 사는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다함께 참여하는 ▲공동체 중심 친환경 희망둥지 등의 임대주택 공급철학을 담은 ‘원순씨의 희망둥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박 시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안으로 향후 4년간 연차별로 평균 2만가구를 공급하겠다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존에 계획된 6만가구는 건설형 2만7262가구, 매입형 3만1941가구로 나눠진다. 나머지 2만가구는 ‘수요자 맞춤형’으로 공급된다. 올해 예정된 물량은 총 9363가구로 ▲평형 축소 및 임대비율 조정(2027가구) ▲소규모 보금자리 주택(1325가구) ▲SH공사 미매각용지 활용(2699가구) ▲시유지 활용건설(468가구) ▲장기안심주택(1350가구) ▲다가구·다세대·공공원룸 등 매입(1494가구)으로 공급된다.
◇임대주택 ‘차별’ 없앤다
서울시의 이번 임대주택 공급안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소셜믹스(social mix)’다. 소득 계층간 갈등확산을 방지하고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차별없이 더불어 사는 희망둥지’를 만들겠다는게 박 시장의 복안이다.
우선 임대주택에 거주하면서 불편과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기로 했다. 그 첫 단계가 임대주택 입주자들의 거주권과 생활권을 보장하도록 한 계획단계부터의 ‘소셜믹스’다.
이를 위해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혼합단지에서는 역세권이나 복지시설 인접지역 등 입지가 우수한 곳에 임대주택을 우선 배치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인 임대주택 거주자가 자동차 없이도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임대주택을 분양주택과 차별하는 계획도 원천 금지한다.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이 동등한 자재·마감을 사용하도록 하고 계획에서부터 출입구, 주차장, 커뮤니티시설 등 세밀한 부분까지 차별이 없도록 철저하게 점검·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GS건설이 마포구 합정동에 내놓은 ‘메세나폴리스’의 경우 출입동선을 교묘히 분리 계획해 임대주택 입주자를 차별한다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임대주택이 특정지역에 집중되는 현상도 개선하기로 했다. 이로써 도심내 원룸이나 다가구·다세대주택은 자치구별로 골고루 배치된다. 다가구·다세대·원룸 등 매입주택은 올해 2694가구가 계획된 상태로 2014년까지 9488가구가 25개 자치구에 골고루 분배될 예정이다. 이중 시유지 활용 건설의 경우 문정, 연남, 신정, 등촌, 신내 등 시유지 5곳은 사업에 착수한 상태다. 수서 등 주차장 부지 20곳도 임대주택과 복합개발을 추진한다.
◇'임대=저소득층' 개념 깬다
임대주택의 대상 범위도 ‘저소득층’에서 ‘청년층, 여성 독신가구, 신혼부부, 한부모 가정, 장애인, 대학생’등으로 확대됐다. ‘임대주택=저소득층 거주’라는 인식을 깨기 위한 조치다.
다만 종전의 영구임대, 국민임대, 장기전세주택은 지속적으로 공급된다. 이외 ▲청년층과 여성 독신가구를 위한 공공원룸주택 ▲신혼부부와 다자녀가구를 위한 장기안심주택 ▲한부모가정과 장애인 등 영세가구를 위한 기존주택 매입전세임대 ▲대학생을 위한 대학생 기숙사와 희망하우징을 신규 유형으로 내놨다.
85㎡초과 장기전세주택은 공급이 중단된다. 서울시의 평균 가구원수가 감소 추세에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는 85㎡이하로 공급하되 60㎡이하 소형이 80%이상으로 대폭 늘어난다. 국민임대주택도 60㎡이하로 공급하되 50㎡이하를 80% 이상으로 내놓기로 했다.
◇'내게 맞는' 임대주택
공공주도로 공급돼온 임대주택은 민간 협력방식으로 다양화된다. 서울시는 장기안심주택, 협동조합주택, 민간토지임차형 주택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이중 장기안심주택은 민간주택을 임차할 때 서울시가 임차금액의 30%, 최대 4500만원을 보조해 세입자의 전세부담을 경감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1350가구가 예정됐다.
협동조합주택은 무주택 서민들이 주택협동조합을 구성해 공동으로 집을 짓고 공동체 생활을 하는 방식이다. 올해 강서구 가양동에 20가구 내외의 시범사업이 진행될 예정으로 서울시는 용역을 통해 적합한 사업모델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범죄에 취약한 독신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구로구 천왕 도시개발지구내 공공청사부지를 활용해 경찰지구대 위에 ‘여성안심주택’을 건설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입주자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임대주택도 모습을 드러낸다. 신혼부부와 대학생이 주로 입주하는 임대주택의 경우 공공보육시설과 독서실 등을 우선 설치하는 방식이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서울과 같은 과밀화 도시에서 택지개발에 기댄 임대주택 공급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민간과 공공 협력으로 공급방식을 다변화해 임대주택 8만가구를 차질없이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를 위해 임대주택을 학교·병원과 같이 설치가 용이한 공공시설의 범주로 도입하기 위한 관련 법률 개정을 국토부에 요청, 적극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배경환 기자 kh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