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는 사업지연에 따른 사업비 증가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금융비용을 감당키 어려워 마지노선인 올 하반기로 물량이 대거 미뤘지만 불투명한 시장상황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1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에서 분양 예정인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총 27곳, 2만1079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올 한해 전체 서울 재개발·재건축 공급예정물량 3만5000여가구의 60%에 달하는 수준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올해 재개발·재건축 공급물량이 9년만에 최대치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사업시기를 연기한 단지들이 늘어나서다.
올해 서울에 공급되는 재개발·재건축 물량 중 44%가 지난해에서 올해로 분양이 미뤄진 물량이었지만 그마저도 하반기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반기 대단지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A건설 분양담당자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경기부양을 의식해 분양시기를 올해로 미뤘었지만 기대했던 4·1 대책의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아 하반기로 또 미뤘다"면서도 "여전히 분양시장이 살아나지 않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재개발·재건축 공급이 하반기로 집중되는 이유는 더이상 분양을 미룰 경우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감 탓이다.
인허가 절차를 마친 상태에서 착공에 들어갔지만 조합이 기성률에 따른 공사비를 지급하기 위해선 분양을 통해 자금을 끌어모아야 해서다. 시공사 입장에서도 PF보증에 따른 금융비융 부담이 큰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업을 더이상 미루기 힘든 상태다.
문제는 분양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분양된 서울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단지 가운데 1순위 마감에 성공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자 조합과 시공사들은 별도의 미분양 대책금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분양에 실패해 할인분양에 나서야 할 상황을 대비해 예상 분양수익의 일정비율을 미분양 대책금으로 편성해 놓은 것.
연내 분양계획을 세운 B재개발구역 조합 관계자는 "분양이 지연되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분양 상황이 염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이 더 늦어질 경우 추가부담금이 더 늘어날 수 있어 미분양 대책금을 따로 준비해서라도 분양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동구 C재건축 조합장은 "그나마 분양이 잘되는 중소형으로 설계변경을 했고 분양가도 당초 계획보다 낮춰 잡았기 때문에 1순위 마감은 아니어도 대규모 미분양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시장상황이 불확실해 하반기 분양 계획만 세웠을 뿐 명확한 시점은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은 "올 하반기에만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6~7곳에 달해 공급과잉 우려가 크다"며 "일부 중소형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요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