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조사] 추정분담금 못 믿겠다… 주민갈등만 조장
하우징헤럴드 2013.09.11
조사관도 못믿는 실태조사
불신 팽배… 해법 첩첩산중
■ 일선 현장에서는 어떻게 보나
서울시의 뉴타운·재개발 실태조사가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실태조사 현장에서 활약한 실태조사관들도 현행 실태조사는 문제가 많다며 고개를 젓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임명한 1천900여명의 실태조사관 제도의 효과가 무위에 그치고 있다.
실태조사관 A씨는 “1년간의 실태조사 결과, 박원순 시장이 열지 말았어야 할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게 확인됐다”며 “실태조사가 되레 구역 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실태조사 결과=가장 큰 문제는 실태조사 과정을 주관하는 어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 구청, 실태조사관 등 실태조사에 개입한 공공기관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실태조사에 따른 갈등의 책임은 주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실태조사관 B씨는 “출구전략 정책의 핵심인 서울시가 실태조사 절차만 만들어 놓고 책임 문제에서 뒤로 빠진다”며 “해당 구역은 결국 논란만 무성해진 채 사업 기간만 늘어날 뿐”이라고 말했다.
▲실태조사가 되레 갈등 조장=실태조사로 인해 갈등 조정이 되지 않고 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실태조사관 C씨는 “실태조사가 갈등 조정은 커녕 싸움만 더 크게 확대시키고 있다”며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쪽에서는 해산동의서를, 다른 한 쪽에서는 이를 막으려 하는 또 다른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태조사관의 중재도 작동불능 상태다. 실태조사관들이 대개 업계 종사자들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불신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로서 조언을 할 경우 “업자는 조합과 한 통속”이라며 “업자의 얘기를 믿을 수 없다”며 폄하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업계 전문가들을 제외하고 실태조사관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적임자는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실태조사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실태조사관을 믿지 못하는 실태조사 제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실태조사관 D씨는 “실태조사 현장에서 중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실태조사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며 “서로 양 측이 자기 주장만 하다가 회의가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추정 분담금 신뢰성 문제=추정 분담금에 대한 신뢰성 논란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 실태조사 시점에서 주민 분담금이 1억원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2억원으로 늘어나면 누가 그 책임을 지느냐는 것이다. 서울시는 자치구가 용역발주해 추정분담금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정확성 문제는 자치구 책임이라며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시의회 최조웅 의원실 관계자는 “서울시는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것이니 추정 분담금을 믿으라고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추정 분담금 결과에 대해 서울시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실태조사는 기본적으로 사업 중단 장치=서울시의 중립성에도 의문을 던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실태조사 실시 자체가 사업을 중단하려는 반대 주민들의 신청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태조사관 E씨는 “실태조사가 시작되는 순간, 사업 반대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며 “이 분들은 사업성을 최대한 열악하게 만들어 사업 중단의 근거로 사용하려고 한다”며 “결국 실태조사는 기본적으로 중립을 지킬 수 없는 구조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사업성을 판단 기준으로 하는 현행 실태조사 프로세스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태조사관 F씨는 “서울시의 출구전략은 단순히 사업성을 알아보고 사업성이 없으면 사업을 접으라는 구조에서 문제가 시작된다”며 “예산투입 등 공공성을 강화해 서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공공성에 대한 의지는 찾아볼 수 없는 절름발이 정책”이라고 말했다.
▲실태조사 끝난 이후가 더 문제=실태조사 이후에 후속 대책이 없는 것도 문제다. 특히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추진위 및 조합 등 추진주체가 취소된 이후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추진위원회 승인이 취소된 경우 소위 매몰비용 보조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없다. 설령 서울시가 70% 범위에 대해 비용 보전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선예산-후시행’하는 행정 구조 속에서 고질적 예산 부족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조합이 취소됐을 경우에는 법률적 비용지원 근거도 없어 사업의 장기적 표류가 기정사실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태조사관 G씨는 “실태조사가 끝나면 문제가 봉합되는게 아니라 또 다른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며 “추진위·조합이 취소된 곳은 추진위·조합의 민원이, 추진위·조합의 존속이 결정된 곳은 비대위 측의 민원이 나오는 식으로 계속해서 종전보다 문제가 더욱 확대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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