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1월 뉴타운·재개발 비리 실태조사 착수
코리아리포스트 201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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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1월 뉴타운·재개발 비리 실태조사 착수
- 공공관리·출구전략 실패 책임 ‘물타기’?
- 업계, “이제 와서 왜(?)… 너나 잘해!”
[코리아리포스트=정훈 기자] 서울시가 뉴타운·재개발사업 비리 척결을 위해 칼을 빼들기로 했다. 사업시행자 측이 공금을 유용 또는 횡령하거나 협력업체로부터 뇌물을 받는 등 비리가 만연해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11월부터 시내 뉴타운·재개발 구역 내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또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비리를 전면 조사키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 계획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부정’ 일색이다. 가뜩이나 도시재정비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리 실태조사는 사업시행자 측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특히 높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 비리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이제 와서 비리 실태조사에 나선다는 게 선뜻 공감이 가질 않는다”며 “2012년 1월 ‘뉴타운·재개발 수습 방안’ 발표 이후 ‘출구전략’을 가동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자 비난 여론과 책임을 면하고자 ‘물타기’를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하면서 내세웠던 논리가 ‘공공이 (관리)하면 민간이 했던 것보다 투명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였는데 결과가 어떠한가”라고 되묻곤 “비리 실태조사는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사업시행자의 부담을 늘리면 늘렸지 사업시행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지난해 1월 이후 올 연말까지 실시하는 실태조사는 사업성 분석이 골자로, 향후 예정된 비리 실태조사는 이와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뉴타운·재개발 비리 실태조사가 ‘면피 행정’을 위한 물타기란 의혹에 대해선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던 일이란 해명이 뒤따랐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는 지난 7월 말 뉴타운·재개발 수습 전략기획단 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고, 실무진은 그동안 자치구마다 한두 곳씩 조사 대상을 지정하는 등의 작업을 해 왔다.
아울러 시는 실태조사 후 비리가 심각한 경우 해당 사업 관련 인허가를 취소하거나 수사기관에 고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타운·재개발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등의 공익적 성격이 있어 시·구가 전반적인 인허가권을 갖고 있어서다.
시가 비리 실태조사를 발표한 배경에 최근 시민 단체 등이 시에 감사를 촉구하는 등 뉴타운·재개발에 만연해 있는 비리를 척결키 위해 시가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란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시민 단체인 ‘재개발행정개혁포럼(이하 포럼)’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별관 대회의실에서 ‘뉴타운·재개발 조합 운영문제 사례발표 및 감사청구 기자회견’을 갖고 “재개발사업 투명화를 위해서는 서울시가 조합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를 철저히 해야 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포럼은 뉴타운 지구 및 재개발 구역의 지정 해제 혹은 추진이 조합의 불투명한 운영이나 비리로 인해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럼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노원구 S구역의 정비업체 대표 A씨는 시공자 선정에 개입해 7억9200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 A씨는 S구역 말고도 인천, 경기도 부천 등지에서도 시공자 선정을 도와준다며 뇌물을 받아 2011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8년, 벌금 8억7000만 원, 추징금 37억62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조합이 필요치도 않은 업무를 만들어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린 일도 있었다. 서대문구 H구역은 국·공유지 정비기반시설 무상양도에 대한 컨설팅 대가로 2010년 8월 B컨설팅업체에 6억3800만 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이는 조합이 국·공유지를 무상으로 받아 공원·도로 등을 지은 후 다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하는 것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65조제2항에 의거해 사실상 자동적으로 처리되는 것이어서 별도 업무를 맡길 필요가 없었다. 현재 H구역 조합장과 B사 대표가 고발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시공자를 선정하기 전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거나 특급 호텔 숙박·관광 등의 향응을 제공해 문제가 된 다수 사례도 제시됐다.
또 현금청산자에게 사업비를 전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포럼 측은 “영등포구 신길11구역, 용산구 용산역전면3구역, 은평구 수색9구역, 서대문구 가재울5구역 등에서 추가부담금을 내지 못해 재개발 뒤 주택이 아닌 현금을 받고 떠나겠다고 한 현금청산자에게 조합이 재개발 사업비를 부담시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총회 비용이 과다 지출된 사례도 다수 지적됐다. 포럼 측은 “조합원이 759명인 양천구 신정2-1구역은 총회 2번에 5억 원을, 603명인 동대문구 휘경3구역은 총회 한 번에 2억4000만 원을 썼다. 2557명인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도 2010년 6월 총회 때 4억3500만 원을 썼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럼 측이 제기한 문제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이와 달랐다. 지적된 사례들 중 대다수가 이미 오래전에 발생했던 일인 데다 해당 비리가 출구전략을 방해한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주를 이뤘다.
한 업계 전문가는 “서울 시내 뉴타운·재개발 사업장이 수백 곳에 달하는데 이들 중 몇몇 사례만 갖고 비리가 판을 치고 있고 그러한 비리가 전반적인 사업 추진을 방해하고 있다는 논리는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근시안적 발상”이라며 “도시재정비시장이 냉각기에 들어간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첫째가 부동산 경기 침체요, 둘째가 (서울시가)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미룬 반면, 정비사업 융자 제도는 허술하게 만들고 운영해 빚어진 자금 조달의 ‘미스매치(mismatch)’인데 이를 조합 비리 탓으로 돌리는 것은 공공관리제도 및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의 실패 책임을 떠넘기려는 꼼수”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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