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뉴타운 실태조사 주민 갈등 ‘증폭’
코리아리포스트 2013.10.29
대책 없는 뉴타운 실태조사 주민 갈등 ‘증폭’
뉴타운 수습방안 발표 이후 무더기 해제 잇따라
작년 1월 30일 이후 지금까지 112곳 해제
[코리아리포스트=김동현기자]서울시 실태조사로 인해 뉴타운 지역 내 주민들의 갈등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 내에 뉴타운으로 지정된 곳은 모두 34개. 지난 2007년 마지막 뉴타운이 지정된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추진이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뉴타운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오히려 주민들간의 충돌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성동구 성수동과 성북구 동소문동, 동작구 뉴타운 지역 등에서는 실태조사에 대한 불만을 품은 일부 주민들이 항의 집회까지 벌인 바 있다.
여기에 같은 뉴타운 지구 내에서도 주민투표 결과가 구역별로 차이가 나고 있는 것도 갈등의 한 요인이다. 천호뉴타운의 경우 주민 투표 결과 7구역은 사업 추진을 결정한 반면, 4구역은 정비구역 해제를 결정하기도 했다.
또한 조합이 설립된 곳들의 경우 실태조사로 인해 오히려 사업 시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재개발조합 측에서는 조합이 설립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해 ‘뉴타운 출구전략’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대문구의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은 얼마나 빨리 진행하느냐에 따라 수익성에 큰 차이를 보인다”며 “모든 재개발 구역을 일률적으로 묶어서 사업성이 좋은 구역마저도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실태조사로 인해 추진위 구성 자체가 무산된 곳도 있다. 성동구의 A지역 재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성동구 송정동은 비대위 측의 반대로 인해 추진위가 해체됐다”고 말했다.
이렇듯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좌초된 후, 서울시는 ‘뉴타운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서울 전역에 걸쳐 실태조사를 실시 중이지만 정작 주민들의 형편은 나아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실태조사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오히려 미로(?)를 헤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바로 서울시의 실태조사의 원래 취지와 다르게 정비(예정)구역 해제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사업 추진에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 갈등만 고조시키고, 불필요한 행정의 반복으로 인력과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주민(남, 68세)은 “해제할 것을 애초에 왜 지정했는지 모르겠다”며 “재개발 때문에 동네 민심만 흉흉해졌다”고 말했다.
실태조사는 원래 뉴타운·재개발 구역 중 사업성 악화와 주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을 대상으로 분쟁을 조정하고,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절차를 말한다.
즉, 서울시는 도시정비의 책임기관으로서 사업성이 떨어진 것을 보완하는 방법을 찾고, 주민 갈등과 분쟁을 조정하여 사업 추진 방향을 새로이 잡을 수 있도록 협조·지원해야 하는 게 본연의 임무일진대 현재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본 임무는 망각한 채, 정비(예정)구역 해제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뉴타운·재개발 수습방안이 발표된 이후, 그동안 해제된 정비(예정)구역에 대해 집중조명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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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재개발 수습방안 발표 이후, 정비(예정)구역 해제 ‘총정리’
총 21개월 동안 월 평균 5.3곳 해제
서울시는 최근 서대문구 홍은동을 비롯한 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 5곳을 해제하면서 작년 1월 뉴타운·재개발 수습방안을 발표한 이후, 그동안 해제된 정비(예정)구역이 총 112개 구역이라고 지난 17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1일 열린 제16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예정)구역 해제를 위한 ‘2010 서울특별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변경(안)’의 원안을 가결하며 정비(예정)구역 해제를 본격화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뉴타운·재개발 수습방안’을 추진한 이래 첫 번째 구역 지정 해제였다.
당시 강북구 수유동 711번지 일대를 비롯한 재개발 정비(예정)구역 4곳과 관악구 봉천동 1521-17번지 일대를 비롯한 재건축 정비(예정)구역 14곳, 총 18곳을 무더기 해제했다.
이후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7일 제20차 도시계획위원회심의에서 서울 성북구 안암동2가59 등 정비(예정)구역 8곳을 추가로 해제했다. 당시 2012년 2월 1일 도정법 개정 이후 정비(예정)구역 및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하여 주민의 뜻대로 정비(예정)구역이 해제된 첫 번째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중랑구 면목동 1069번지 일대 면목제3-1주택재개발정비구역은 이미 분양신청까지 완료한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의 과도한 분담금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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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해제된 구역들을 사업별로 살펴보면 △재개발구역은 35곳, △재건축구역은 69곳, △도시환경정비사업은 8곳이다.
또한 구청별로 살펴보면 △강북구 9곳, △도봉구 5곳, △노원구 3곳, △중랑구 7곳, △성북구 8곳, △동대문구 11곳, △광진구 5곳, △성동구 3곳, △중구 1곳, △종로구 17곳, △은평구 3곳, △서대문구 8곳, △마포구 2곳, △용산구 1곳, △강동구 2곳, △강남구 1곳, △서초구 1곳, △동작구 2곳, △관악구 8곳, △영등포구 2곳, △금천구 5곳, △구로구 5곳, △양천구 2곳, △강서구 1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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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북 간 격차 더 벌어졌다… 우려 목소리 커져
이 같은 구역 해제 상황에 대해 일각에선 강남·북 간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 목소리도 나온다. 해제 지역이 강북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S은행 부동산팀장은 “뉴타운은 과거 강남과 강북 간 격차 해소를 위해 시작됐던 사업”이라며 “개포주공 등 강남 일대 재건축 사업만 진행되면 결국 강남과 강북 간 주거 여건은 물론 생활 격차도 더 커질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 역시 “개포지구 등 강남에선 재건축이 속속 진행되는 반면 강북 등 외곽 지역 재개발은 잇따라 해제되는 추세”라며 “(정비구역 해제로) 강남과 강북의 격차가 점점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추가 해제 계속… 더 큰 문제
대안 사업도 사업성 기대 어려워
앞으로도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해제 구역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시는 내다봤다. 이에 무더기 구역 해제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시가 뉴타운 대안사업으로 내놓은 방안은 주거환경관리사업과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제 지역에 대해 주민이 희망하면 마을 만들기 사업을 포함한 주거환경관리사업 등 대안적 정비사업으로 전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주민들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주거환경관리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같은 대안 정비사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며, 건물 신축이나 증개축 등 건축 행위도 가능하다. 하지만 재개발, 재건축만큼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주거환경관리사업 공동이용시설 확충을 통해 주거환경을 보전·정비·개량하는 사업이며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가로구역에서 기존 가로를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지만 층수 제한이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다고 해도 사실상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욱이 서울시는 뉴타운 대안 사업의 성공 케이스로 ‘장수마을’과 ‘연남동’을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천편일률적인 행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 부동산연구소 팀장은 “구역 해제로 인해 주거환경개선의 희망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 주거환경관리사업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전면철거 방식 대신 도시재생에 초점을 맞춘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라면서도 “그러나 이를 마치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는 서울시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건축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장수마을과 연남동은 서울시가 뉴타운 대안 사업의 ‘시범 케이스’로 집중 관리한 제1호 사업지들이다”며 “때문에 성공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으며 이와는 달리 차기 제2호, 제3호 사업지는 그보다는 덜한 관리로 사업이 성공할지 의문이다. 또한 서울 내에서 구역 해제된 곳들은 저마다의 사정과 구역 상황이 다른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주거환경관리사업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대안 사업을 제시한다는 것은 천편일률적인 행정이다”고 비난했다.
정비사업 이대로 가면 수급 불균형 야기
“중장기 관리 대책 필요”
또한 무더기 해제와 관련하여 “정비사업 침체로 나타나게 될 주택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중장기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원장 남희용, 이하 주산연)은 지난 9일 ‘도시정비정책 변화와 대응방안 연구’를 통해 “도시정비사업 관련 정책 및 제도적 환경변화의 영향으로 서울시와 경기도 등에서 정비구역 해제가 증가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21년 이후에는 도시 내에서 신규 아파트 공급량이 급격히 감소해 주택 수급 문제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주산연은 “서울은 2021년 이후 정비사업을 통한 아파트 공급이 급감해 ‘공급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서울시는 매년 정비사업에 의한 신규 주택 공급 의존도가 50% 이상으로 높고, 아파트 선호도가 여전히 높은 것을 고려할 때 2021년 이후에는 신규 아파트 공급량 감소로 인한 주택수급문제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여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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