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은 조합이 ‘갑’(甲)이지 않냐고 말하는데 그거 다 옛말이에요. 이제 재개발·재건축도 시공사가 ‘슈퍼갑’이에요.”(서울 강북 A재건축조합장)
최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다수의 조합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사업의 주체인 조합이 시공사 눈치 보기에 급급한 ‘을’(乙)의 처지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업계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사업성이 떨어진 게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윤상필 도시환경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예전에는 건설사들이 서로 수주를 하려고 금품과 향응까지 제공해 문제가 됐었는데 지금은 너무 관심을 보이지 않아 조합에서 모셔와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시공사 선정부터 '쉽지 않네'
대다수 조합들의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시공사 선정이다. 시공사가 있어야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시공사 선정은 정비사업의 ‘꽃’으로 불렸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정비사업 구역에는 연일 수십명의 홍보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축제 분위기를 조성했다. 다수의 건설사들이 워낙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다 보니 일부 건설사들은 금품·향응 등 선을 넘다 적발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이제 예전처럼 정비사업에 시공사로 들어오려고 열을 올리지 않는다. 이에 조합들도 선뜻 시공사 선정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시공사 선정에 나선 몇몇 조합들은 건설사들의 저조한 참여로 여지없이 유찰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다수의 조합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사업의 주체인 조합이 시공사 눈치 보기에 급급한 ‘을’(乙)의 처지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업계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사업성이 떨어진 게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윤상필 도시환경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예전에는 건설사들이 서로 수주를 하려고 금품과 향응까지 제공해 문제가 됐었는데 지금은 너무 관심을 보이지 않아 조합에서 모셔와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시공사 선정부터 '쉽지 않네'
대다수 조합들의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시공사 선정이다. 시공사가 있어야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시공사 선정은 정비사업의 ‘꽃’으로 불렸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정비사업 구역에는 연일 수십명의 홍보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축제 분위기를 조성했다. 다수의 건설사들이 워낙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다 보니 일부 건설사들은 금품·향응 등 선을 넘다 적발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이제 예전처럼 정비사업에 시공사로 들어오려고 열을 올리지 않는다. 이에 조합들도 선뜻 시공사 선정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시공사 선정에 나선 몇몇 조합들은 건설사들의 저조한 참여로 여지없이 유찰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중랑구 면목4구역과 중구 만리1구역이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좌절됐고, 12월에는 부천시 중동1-1구역 단 한개의 조합만 시공사를 선정했다. 통상적으로 건설사들이 연초에 세운 수주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말에 막판 스퍼트를 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건설사들의 발길이 끊기다 보니 애가 타는 쪽은 조합이 돼 버렸다. 조합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공사 선정 후 가계약을 체결할 때 시공사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게 됐고, 그로 인한 피해는 조합원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오게 된다.
변선보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가계약을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는 임시계약이라 치부하는데 이는 치명적인 오산”이라며 “시공사 선정 후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이는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이상 쉽지 않아 결국 본계약도 시공자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공사 선정 후엔 ‘공사비 인상’
어렵사리 시공사를 선정한 조합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업시행인가 후 본계약을 앞두고 조합은 금융비용 등의 압박으로 계약을 서두르지만 시공사들은 여유를 부리며 조합을 괴롭힌다. 자금줄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시공사로서는 급할 이유가 없어서다.
조합이 기운이 빠질 때 쯤 되면 시공사는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조합의 목을 조인다. 서울 강동구 B재개발조합장은 “시공사와의 본계약이 가까워지면서 밤잠을 설치기 일쑤”라며 “조합원은 지금도 비싸다고 아우성인데 조합 입장에서는 금융비용에 쫒기다보니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조합이 ‘시공사 교체’라는 비장의 카드조차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자고로 협상이란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있어야 이뤄지는 법. 이와 관련해 변선보 변호사는 “여차하면 ‘너 나가’라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시공사 선정이 어려워진 가운데 조합은 차마 그 말을 내뱉을 수 없는 것”이라며 “오히려 시공사가 ‘공사비 안 올려주면 나 그냥 빠질게’라고 협박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거대한 공사비 폭탄에 조합은 혼비백산하고 뒤늦게 이를 막아보려 하지만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착공 후엔 ‘분양대책비 인상’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본계약이 끝나고 착공에 들어간 뒤에도 시공사들의 횡포는 계속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려스러운 문제는 바로 ‘분양대책비’다. 분양대책비는 미분양을 대비해 따로 잡아 놓는 예산이다. 시공사들은 최대한 많은 분양대책비를 확보하려고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미분양 우려가 크다는 것이 이유다.
분양대책비가 많다는 것은 분양가를 큰 폭으로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하는 만큼 조합원들에게는 수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분양대책비 인상에 따른 조합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왕십리2구역 재개발사업의 분양대책비 증가에 불만을 가진 50대 남성이 조합장 해임을 요구하며 건물 옥상에서 투신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윤상필 연구실장은 “시공사들이 분양대책비를 몇백억 단위로 높게 잡다보니 최초 분양가를 평당 1600만원에 잡았던 아파트가 나중에는 1300만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한다”면서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해 미분양에 대비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분양대책비를 지나치게 많이 잡다보니 조합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힘 없는 조합으로서는 무분별한 분양대책비 증가 또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이에 대해 변선보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분양대책비 인상을 막을 수 없다면 조합은 분양대책비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분양대책비가 300억원으로 인상됐더라도 시공사가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 100억원만 쓰도록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정비사업의 주체는 주민이다. 주민들이 모여 조합을 만들고 조합은 대표자 성격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 반면 시공사는 말 그대로 조합에서 발주한 공동주택을 건립하는 시공자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 위기에 처한 조합을 구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김병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