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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가로주택정비사업'…제도개선 '시급'

서광 공인중개사 2014. 2. 1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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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가로주택정비사업'…제도개선 '시급'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시범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577번지 일대/사진=구글 맵스© News1

조합동의율 '완화', 매도청구권에 따른 '반발' 먼저 해소해야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뉴타운 출구전략과 맞물려 재개발·재건축의 대안 사업으로 도입된 '가로주택정비사업'이 현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전면철거 방식의 개발을 지양하고 낡은 집을 다양한 방식으로 정비하고자 제도가 마련됐지만 까다로운 조합설립 요건과 낮은 사업성이 제도 안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5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2012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단독주택 재건축을 폐지하는 대신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도입했지만 현장에 적용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 지구(55가구)와 동대문구 장안동 구역(56가구)은 주민반대에 부딪히며 조합설립도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이런 이유로 국토부와 서울시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조합설립 동의율을 완화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매도청구권 인정에 따른 주민반발 등 넘어야할 산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 시급하지만…재산권 침해 논란 불거질 수도

가로주택 정비사업이란 전면철거 방식의 재개발·재건축과는 달리 마을공동체를 유지하면서 낡은 주거지를 개선하는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이다. 정비계획 지정과 수립, 기반시설 부담 등의 절차 없이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조합원은 최대 3가구까지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같은 장점에도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제도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까다로운 조합설립 요건 때문이다. 이 사업은 낡은 단독·다가구 주택에 20가구 이상이 거주하고 1만㎡ 이하의 일반주택단지 조건만 만족하면 추진할 수 있지만 도정법상 주민 90%이상의 동의를 구해야만 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20가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2가구 이상이 반대하면 사업추진이 불가능한 셈이다.

서울시 장안동과 반포동 서래마을 2곳의 시범지구가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도 조합설립 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추진위원회 설립 없이 바로 조합을 구성할 수 있지만 워낙 동의요건이 까다로워 제도가 현장에 적용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서울시와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율 완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 비율을 80%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도개선에 앞서 매도청구권 인정에 따른 재산권 침해 논란을 먼저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매도청구권이란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주민의 집을 조합이 강제로 사들일 수 있는 권리인데 이 권리가 인정됨에 따라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주민을 쫓아내는 개발'이라는 비판에 휩쓸릴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조창혁 한가람법무법인의 변호사는 "조합설립 동의율을 낮추게 되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주민을 쫓아내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면서 "주민참여형 공동체 사업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후속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낮은 '사업성' 개선, 용적률·층수제한 등 완화해야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할만한 '당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이 사업에 적용되고 있는 층수제한을 완화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조합원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성 개선을 위한 첫 번째 방안으로는 층수제한 완화가 손꼽힌다. 도정법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사업지가 1종 일반주거지이면 4층, 2종 일반주거지일 경우에는 7층 이상으로 건축물을 올릴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비사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것은 몇 층을 더 올릴 수 있는지가 결정한다"며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층수제한을 폐지하거나 완화해주면 조합설립 동의율을 낮추지 않아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조합원의 사업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제도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블록단위로 쪼개 사업이 진행되는 소규모 방식이라 재건축처럼 시공기업이 대규모 주택의 분양을 일괄적으로 책임지는 지분제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기 어려운 구조다. 조합원 입주주택을 제외한 주택이 미분양으로 남았을 경우 그 손실을 조합원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은 물론 미분양 주택을 활용할 뾰족한 방법도 없다.

한 대형건설기업 관계자는 "분양주택이 워낙 적고 기대 수익도 낮다보니 지분제로 계약하는 시공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서울시나 민간임대사업자가 미분양으로 남은 집을 매입해 임대로 돌릴 수 있는 등의 제도를 마련해 조합원들의 부담을 줄여준 다음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