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헤럴드 2014.07.01
재투표로 구역해제… 구로구청의 막가파 행정에 주민들 고통
주민들 “해제 동의서 철회 접수 받지 않았다” 강력 주장
탁상감정 통한 종전자산평가액 천차만별… 사업지체 불러
정비구역 해제에 몰두하는 서울시 자치구의 편파행정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구로구청의 편파행정이 구설수에 올랐다.
구로구청이 정비예정구역인 구로1구역의 구역해제 동의서 접수 결과 30%가 미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투표를 실시, 결국 30%를 넘기게 해 구역해제를 유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역해제 찬성 무효표를 제출한 주민만을 대상으로 재투표를 실시한 것이 논란의 화근이 됐다.
구역해제에 반대하는 무효표는 그대로 놔둔 채, 구역해제에 찬성하는 무효표 제출자만을 대상으로 재투표를 실시해 결국 구역해제 찬성 숫자만 교묘히 늘리는 행정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구로구청은 이 같은 구역해제 동의율 30% 초과 사실을 토대로 지난해 10월 구로1정비예정구역을 해제했다.
주민들은 이 결과를 놓고 구로구청이 “구역해제 실적쌓기에 나섰다”며 분노하고 있다.
사실상 구로구청이 구로1구역을 구역해제시킨다는 내부방침을 정해 놓고 당초 투표 결과가 30%에 못 미치자 재투표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기존 지자체 예산 6억3천여만원 투입해 정비구역 지정 목전… 편파 실태조사 진행하면서 지난해 10월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
당초 구로1구역의 사업추진은 원만했다. 이 구역은 지난 2010년 11월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2011년 2월부터 3월까지 약 2달 동안 실시한 주민의견수렴 결과 주민 대다수가 재개발사업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로부터 6억3천만원에 달하는 거액의 예산까지 지원받아 정비구역 지정을 받기 위한 용역을 진행하면서 구역지정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문제는 구가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구역해제를 위한 동의서 30%가 접수됐을 때 입장이 돌변했다는 점이다.
구는 해제동의서 검토 결과 30%에 미달되자 기존 해제동의서를 반려하겠다는 입장을 번복하면서 보완과 추가접수를 받아줬다.
이때 구는 해제동의서 철회를 원하는 주민들의 철회 접수는 받지 않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를 두고 주민 김영옥 씨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지자체의 편파행정으로 ‘잃어버린 4년’이라는 시간 속에 주민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자체의 탁상감정… 공시지가 높고 면적 더 넓은 곳이, 공시지가 낮고 면적 더 좁은 곳보다 종전자산평가액 덜나와
구로1구역 문제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엉터리 종전자산평가 결과가 토지등소유자들에게 통보되면서 더 가중됐다.
이 구역의 경우 구로구청의 탁상감정 결과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대지면적·입지가 좋은 곳은 보다 높게 평가받고, 상대적으로 그보다 못한 곳은 낮게 평가받는 일반적 상식 범위를 벗어난다.
통상 종전자산평가액은 건물이 소방도로 및 사거리 도로변에 접해있는 경우 등에 한해서 더 높게 책정된다.
이에 반해 구릉지 일대의 주택가들은 종전자산평가액이 더 낮게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지면적과 공시가격이 더 낮으면서도 구릉지에 위치한 곳이 소방도로에 접한 곳보다 종전자산평가액이 더 높게 책정됐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구로1구역 내 구릉지에 위치한 대지면적 32평형·높이 3층의 한 건물은 공시가격이 1억7천900만원으로 책정됐다.
같은 조건에 위치만 소방도로에 접한 곳의 공시가격은 2억5천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구로구청이 제시한 종전자산평가액은 구릉지에 위치한 곳이 더 높게 책정됐다.
구릉지에 위치한 종전자산평가액은 4억500만원, 소방도로에 접한 곳의 종전자산평가액은 3억8천300만원으로 나타났다.
구릉지에 위치한 곳이 평지·소방도로에 위치한 곳 보다 2천200만원 더 높게 평가된 것이다.
나아가 건물규모, 대지면적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종전자산평가액이 무려 1억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곳도 있었다.
나란히 바로 옆에 위치한 두 개 건물은 소방도로에 접해있고 대지지분이 각각 29평, 32평에 3층 높이다.
두 개 건물의 공시지가는 29평이 1억8천300만원, 32평이 2억5천600만원이다. 하지만 종전자산평가액은 29평이 4억6천200만원, 32평이 3억6천700만원으로 큰 차이가 났다.
이와 같은 결과를 주민들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라며, 구로구의 탁상감정을 사업지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대훈 구 주무관은 “감정평가는 사업시행인가를 기준으로 개별감정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정확하다”며 “하지만 주민들에게 최대한 정보를 제공하기위해 비용 문제를 감안해 이른바 탁상감정을 통한 개략적인 종전자산평가를 산정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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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해제에 초점 맞춰
‘실적 쌓기’ 위한 꼼수
■ 갈등만 키운 개별분담금 통보
구로1구역 주민들은 “구로1구역이 지자체가 포커스를 ‘구역해제’에 맞춰 행정을 펼쳐오면서 명백한 ‘편파행정’에 의해 희생된 곳” 이라고 주장했다.
지자체가 실태조사를 통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곳들을 해제시켜 성과를 채우기 위한 ‘실적 쌓기’에만 혈안이 돼있다는 것이다.
구는 지난해 7월 주민설명회에서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인별 추정분담금을 주민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주민의견청취시 개별추정분담금을 제공하도록 돼있고, 정비사업의 추진여부 결정에 필요한 정보는 각각의 토지등소유자 추정분담금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주민들의 주장은 다르다. 개인별 추정분담금이 중요하지만 산출이 어렵고 정확한 시세 반영이 어려워 신뢰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공공의 이름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주민들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되레 구역 내 갈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당시 정비예정구역의 경우에는 서울시 지침사항에도 개인별 분담금이 아닌 표본지별 추정분담금을 산정하도록 정해져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시가 발표한 ‘정비(예정)구역의 자료구축 실태조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비예정구역의 경우 개별분담금이 아닌 표준지분담금을 산정하도록 표기돼있다.
하지만 구가 탁상감정에 의한 종전자산평가로 산출한 개별분담금을 통보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감정의 벽도 높아졌다.
당시 구가 발표한 추정분담금은 확정되지 않은 개략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이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믿게 됐다는 것이 주민들의 의견이다.
한 주민은 “구의 탁상감정에 의해 산정된 종전자산평가 결과 상식을 초월하는 편차가 발생했다”며 “이는 주민들 사이에 갈등을 고조시키면서 재개발에 대한 불신과 회의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해 개정된 ‘정비(예정)구역 실태조사 가이드라인’에도 정비예정구역의 경우 표본지분담금을 산정하도록 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구는 같은해 시 보도자료인 ‘서울시, 뉴타운·재개발 실태조사 1년 추진경과 발표’에 따라 “인터넷 확인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그동안 클린업시스템을 통해서만 확인하도록 했던 개인별 추정분담금을 우편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을 따른 것으로 해명했다.
이에 대해 주민 김영옥씨는 “행정자체가 철저하게 ‘구역해제’에만 무게를 두고 상황에 따라 만든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지자체는 다수의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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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사업장도 출구전략으로 주민분란 이어져
■ 서울시 기존 정책 문제점
현재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서울시 출구정책이 구역해제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최초로 출구정책이 도입될 당시에는 ‘사업촉진’과 ‘구역해제’라는 두 가지 방법이 도입됐다. 하지만 시가 ‘구역해제’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여론이 높다.
아울러 출구전략 시행 2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출구정책에 의해 추진하는 개별 정책에 대한 결과도 찬성측과 반대측 모두 불만을 쏟아내고 있어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종전에 사업추진 여부를 놓고 벌이던 갈등 양상이, 이제는 해산동의율을 놓고 벌이는 갈등으로 겉모양만 변화시킨 채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시대적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출구정책이 도입될 2012년과 현재 주택경기가 상승 중인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2년 당시에는 사업을 중단하고 구역을 해제하는 것이 주요 이슈였다면, 현재는 부동산 훈풍이 불어오는 등 기반이 다르다는 것이다.
진희섭 주거환경연구원 부장은 “최근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들을 완화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다시 살아나면서 구역해제보다는 사업촉진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지자체는 ‘성과’ 위주 출구정책이 아닌 부족한 기반시설과 노후된 주거환경에서의 생활로 인해 개발을 필요로 하는 다수 주민들을 위한 정책을 내놔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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