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도시텃밭지 일대/사진=문창석 기자© News1 |
창신4·2구역 뉴타운 해제 이후, 도환·재개발 전환
강북권 주민들 대안사업에 '불만'…정비사업 재추진 움직임
"다 낡은 집 고쳐 쓴다고 주거환경이 나아지나요. 도로도 넓히고 공원도 새로 만들고 해야 지역 주민들 삶에 보탬이 되죠. 소규모 방식의 대안사업도 좋지만 재개발·재건축이 꼭 필요한 곳도 있습니다."(종로구 창신2구역 주민 C씨)
뉴타운 구역이 해제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민간 정비사업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소규모 방식의 대안사업으로는 낙후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주거의 질을 끌어올리기가 힘드니 전면 철거방식의 개발을 다시 도입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뉴타운의 근거법인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지구지정 취소 이후 민간 정비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규정이 명시된데다 일부 구역의 주민들은 소규모로 진행되는 마을 개량 방식에 대한 불만도 내비치고 있어 이같은 움직임이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와 종로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뉴타운 사업이 취소된 창신4구역은 주민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아 도시환경정비사업(이하 도환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인근 창신2구역(옛 창신11구역)은 뉴타운 해제 이후 재개발 사업으로 환원하고 정비구역지정을 위한 작업을 준비 중이다.
2007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창신·숭인 뉴타운은 총 14개 구역, 84만6100㎡ 규모의 사업장이었다. 지구지정 초기 단계에는 뉴타운이 순항하는 듯 보였지만 주택경기가 급격히 꺾이면서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졌다. 이에 따라 북측에 위치한 7개 구역에 대한 지구지정 해제가 진행됐고 결과적으로 사업부지 면적이 44만6100㎡만 남는 상황에 이르렀다.
문제는 도촉법이 재정비촉진지구의 최소 면적을 50만㎡(주거지형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발생했다. 나머지 7개 구역은 구역해제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관계법에 규정된 지구면적 50만㎡를 충족하지 못하게 돼 14개 사업장 모두 촉진지구 지정 이전단계로 돌아간 것이다.
창신4구역이 뉴타운 구역해제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도환사업을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주민들의 개발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창신동의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상업지구에 속한 창신4구역은 역세권이라는 지리적 장점이 있고 사업성도 높아 주민들의 개발의지가 강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환사업 재추진을 묻는 주민투표 결과 토지등소유자의 과반 이상이 찬성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면서 "도로 여건도 열악해 소규모·맞춤형 대안사업은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개발 사업으로 돌아간 창신2구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당초 재개발이 추진됐던 이곳은 창신·숭인 재정비촉진지구가 지정되면서 뉴타운 사업장으로 편입됐다. 뉴타운이 진행되는 도중 전체 14개 구역에서 유일하게 추진위원회 승인이 이뤄진 곳으로 본래부터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지 않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뉴타운으로 편입되기 이전에 재개발을 위한 정비예정구역 지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재정비촉지지구가 해제된 이후 사업이 본래 추진됐던 재개발 체제로 환원한 것"이라며 "기존에 받았던 추진위 승인도 올해 3월 인정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추진위 측은 조만간 재개발 정비구역지정과 관련된 토지등소유자들의 찬·반 의견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가 지침을 통해 토지등소유자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놓은데다 주민제안을 통해 정비구역을 지정할 때는 66.6%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해 토지등소유자의 협조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발판을 미리 마련해 놓겠다는 것이다.
창신2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개발에 대한 의지가 강한 곳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용적률 상향조정 여부나 행정지원 절차 등을 따져보고 이르면 내달 말이나 8월 초에는 재개발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해 주민들의 찬·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서울시가 토지등소유자 50% 이상의 동의를 구해도 25% 이상의 반대가 있으면 정비구역 지정을 할 수 없다고 지침을 내린 점은 과도한 규제라는 생각"이라며 "정비구역지정 요건을 만족하면 조합설립 이전까지 주민들의 의견을 묻고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같은 규제를 없애고 행정지원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창신4·2구역이 전면 철거방식의 정비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나서자 업계 전문가들은 뉴타운에서 해제된 사업장으로 이같은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타운 출구전략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지만 구역 해제지에 적용할만한 뚜렷한 대안사업이 없는데다 개발 소외지로 일컬어지는 강북권에서 주로 사업해산이 이뤄져 이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도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단독주택 재건축이 폐지되는 대신 도입된 가로주택정비사업 역시 시범지구를 제외하고는 현장에 적용된 사례가 없는 실정이다.
특히 도촉법 7조가 재정비촉진지구가 해제되더라도 토지등소유자의 과반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도정법에 따른 민간 정비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이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고 있다. 뉴타운 해제 이후 주민 동의를 통해 창신4구역이 도환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법적 근거도 이 규정에 따른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전문 변호사는 "뉴타운에 대한 해제는 이뤄졌지만 이를 대체할만한 다른 개발 모델이 없다보니 강북권을 중심으로 주거지역 슬럼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뉴타운에서 민간 정비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충분하기 때문에 창신4·2구역의 개발이 가시화되면 다시 정비구역지정을 추진하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