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감정평가사들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서울 성북구 거주자 K씨의 목소리는 극도로 격앙돼 있었다. 그의 말은 한 동네 바로 이웃집간의 감정평가액이 3.3㎡당 15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는 것. 토지면적이 10평(33㎡)일 경우 1500만원, 100평(330㎡)일 경우 1억5000만원 가량의 차이로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두 집은 동네 한 가운데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번지수마저 192-43, 192-44번지로 연이어 있어 누가 봐도 같은 권역, 같은 동네 이웃지간이었다. 토지의 높고 낮음이 다르지도 않고 일조권이나 조망권 또한 다르지 않아 보였다.
왜 같은 동네 이웃집에 대한 감정평가액이 이토록 달라졌을까.
해당 권역은 도시 인프라가 열악해 재개발조합이 대부분인 강북권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재건축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비교적 도시 구획이 잘 되어 있는 곳이다.
사진 속 나란히 서 있는 서울 성북구 내 두 주택의 토지 감정평가액이 하나는 3.3㎡당 약 900만원, 하나는 3.3㎡당 1050여만원으로 약 15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이 동네 주민들은 해당 감정평가업체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곳에 재건축조합이 설립된 것은 지난 2009년. 당시 조합원 156명 중 137명이 동의해 조합이 설립됐지만 조합설립과 개발을 반대한 H씨 등 18명은 끝까지 개발을 반대해 조합 측과 법정소송까지 가는 사단을 벌였다. 반면 이웃집 K씨는 조합 설립에 찬성해 조합원이 됐다.
이웃지간인 H씨와 K씨 소유주택의 감정평가액이 큰 차이를 보인 것은 결과적으로 개발 찬반에 대한 입장차에서 기인한 셈이다.
H씨는 이미 설립된 조합 측으로부터 매도청구 소송을 당해 법정 소송을 벌인 끝에 법원 판결에 의해 소유 재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받고 이에 따른 보상을 받았다. 당시 자신 소유 토지(346㎡)에 대해서만 10억9999만원의 감정평가를 받았다. 3.3㎡당 1047만원 수준이다.
반면 K씨는 해당 조합이 2009년 설립된 후 2010년 1월 시공사를 선정하고 2011년 6월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등 순풍에 돛단 듯 순항하는 줄만 알았다. 그러다가 관리처분을 앞두고 자기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액을 받아들고 경악하고 말았다.
옆집 H씨와는 달리 자신 소유 토지 162㎡에 대해 H사와 J사 양측 감정평가업체로부터 똑같이 4억3902만원의 감정평가액 통보를 받은 것이다. 3.3㎡당 감정평가액으로 환산하면 895만원 수준이다.
결국 입지나 일조권, 높낮이 등에서 큰 차이가 없는 이웃집간의 감정평가액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뉴타운과 재개발 및 재건축 개발사업 반대 활동가인 조영미씨는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사업 등에 관련된 법에 따르면 현재의 개발사업은 모두 해당 조합원의 자산을 감정평가액 수준으로 보상하게 돼 있어 조합원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며 “이런 문제가 개선되려면 앞으로는 조합원에 대한 보상액이 감정평가액이 아니라 시세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사업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 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손해를 안 보면 다행인 사업이라는 인식이 최근 확산되고 있다”며 “서울시와 국회, 정치권 등에서는 하루빨리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마을 주민 S씨는 “현재 규정상 조합 측이 감정평가업체 두 곳으로부터 감정평가를 받아 평균을 내도록 돼 있으나 두 업체가 토지에 대해 동일한 평가액을 내리고 있어 무의미하다”며 “조합과 감정평가업체간의 밀착 의혹이 짙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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