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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전셋값' 매매가의 90%…"집살까 vs 전세살까"

서광 공인중개사 2015. 2. 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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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전셋값' 매매가의 90%…"집살까 vs 전세살까"

 

 




[서울 전세가율 90% 넘는 아파트 사는 이모씨의 주거비용 시뮬레이션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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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수 머니투데이 디자이너.


#서울 성북구 종암동 월곡역(지하철 6호선) 부근 S아파트 59㎡(이하 전용면적)에 세들어 사는 이모씨(37)는 최근 전셋집의 계약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하자 고민이 많다.

2년 전 1억8000만원에 계약했는데 무려 6000만원을 올려달라고 해서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이 올 1월 2억4900만원에 거래돼 전셋값과 매매가 차이는 불과 900만원. 하지만 주변 시세를 알아봐도 무리한 요구가 아니어서 깎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집주인은 전세 대신 보증부월세로 돌렸으면 하는데 매달 30만원을 내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이씨는 "매매가가 쉽게 오르기 어렵다는 얘기에 매입하기 꺼려지지만 이러다간 전셋값이 집값을 뛰어넘겠다"며 "다음달부턴 1%대 초저리 모기지상품도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사 다니기 귀찮은데 이참에 대출받아 아예 사버릴까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올해 들어서도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 일부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율이 90%를 넘기도 한다. 세입자로선 전세에 사는 것이 주거비용이 싸게 먹히는 반면 집주인은 금리가 낮기 때문에 전세를 놓아도 이득을 볼 수 없는 상반된 이해관계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에 내집마련을 고민하는 실수요자들이 늘곤 있지만 여윳돈이 많지 않은 서민과 중산층에겐 커다란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전세 거주와 내집마련이 거주비용 측면에서 어느 것이 유리한지 이씨의 사례를 통해 따져봤다.

우선 이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그대로 계약연장하려면 6000만원이 필요하다. 금리가 다소 저렴하고 '깡통전세' 우려가 없는 전세금 안심대출(연 3.7% 가정)을 통해 빌리면 연 222만원의 주거비용이 든다. 다만 2년 후에는 전세금 상승분만큼 추가로 빌려야 해 이자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23일 KB국민은행 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4.86%. 이씨가 6년간 이 집에 거주한다고 가정하면 두 번의 재계약을 해야 한다.

해마다 5%씩 전셋값이 뛴다고 가정, 2년 후 10%를 올려준다면 2400만원이 추가로 들고 4년 후에는 2640만원이 필요하다. 금리가 같다면 최초 2년은 해마다 222만원, 2~4년은 연 310만8000원, 4~6년은 연 408만4800원씩 총 1882만5600원이 소요된다.

이씨가 해당 아파트를 현 시세(2억6000만원)에 사서 보유하려면 800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아야 한다. 자격조건이 돼 디딤돌대출(연 3.3% 가정)을 통한다면 매년 264만원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매입 당시 취득·등록·지방교육세 등으로 286만원과 재산세로 해마다 34만8000원(공시가격 2억원 가정)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아파트값이 유지된다면 6년간 총 2078만8000원이 들어 전세거주비가 196만원가량 저렴하다. 빠르면 다음달 출시되는 '은행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한다면 6년간 연 1%대 금리(1.2% 가정)가 가능해 주거비용이 대폭 줄어든다. 6년간 총 1070만8000원으로 전세보다 811만7600원 저렴한 셈.

이때 아파트값이 올라 시세차익이 생긴다면 상황이 역전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1.09%)을 토대로 매년 1% 상승, 6년 후 가격이 6% 올랐다면 1560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어 거주비가 줄어든다.

디딤돌대출로 집을 샀다면 시세차익을 뺀 주거비용이 518만8000원으로 전세에 비해 저렴하다.

수익공유형 모기지로 구입했다면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30.8%)만큼 480만원을 은행이 가져가고 남은 1079만원만 집주인의 수익으로 돌아가 주거비용은 8만7200원가량 남는다. 집값 상승폭이 커질 경우 디딤돌대출이 수익모기지보다 이익이 더 커진다.

다만 아파트값이 연평균 1% 하락해 집주인이 1560만원의 손해를 보면 전세로 거주하는 편이 집을 매입하는 것보다 주거비가 대폭 줄어든다.

전세는 변함이 없는 반면 디딤돌대출은 3638만원, 모기지는 2630만원 등으로 주거비가 크게 오른다. 결국 아파트값이 6년간 3% 이상 떨어지면 아무리 초저금리로 집을 샀다고 해도 전세에 비해 주거비용이 커진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지난해 각종 부동산대책에 힘입어 100만건 거래에 집값은 2% 상승에 미치지 못했다"며 "요즘처럼 1%대 저물가 시대엔 집값이 매년 2%씩 오르긴 쉽지 않아 보여 결국 집값이 하락하면 대출자만 모든 손실을 떠안게 돼 있다"고 꼬집었다.

송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