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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비용 지원 뒷전·주민갈등 부채질…
정비사업 출구정책 ‘낙제점’
하우징헤럴드 김병조 기자 2015.03.03
출구정책 4년째… 연착륙 못하는 까닭은
지원 규모 당초 약속보다 훨씬 빈약… 재검토 해야
인천시는 조례 개정 전 해제된 지역에 지원 불가
도입 3년이 경과한 뉴타운·정비사업 출구정책이 갈등만 양산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출구정책을 통해 뉴타운사업을 연착륙시키겠다던 공공의 약속은 ‘정치적 말장난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공공에서는 2012년 2월 출구정책을 도입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구역을 해제하고 이 경우 매몰비용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문제 해결은커녕 부작용만 양산하며 사업 현장을 뒤죽박죽 상태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매몰비용 지원 약속 사실상 ‘파기’
우선 출구정책의 근간인 매몰비용 제도가 당초 공공의 약속보다 훨씬 빈약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각 지자체 별로 구체적인 매몰비용 지원 기준이 나오면서 매몰비용 지원 금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기대 이하의 비용 지원으로 출구정책의 효과를 의심케 하고 있다. 성동구 금호23구역은 추진위가 취소된 후, 시에 7억6천300만원의 비용 지원을 신청했지만 1억4천만원만이 지급됐고, 강북구 번동2-1구역은 1억8천만원을 신청했지만 5천400만원이 지원됐을 뿐이다.
경기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경기도의 유일한 매몰비용 지원 현장인 구리시 인창E구역은 추진위 취소 후 11억1천만원을 신청했지만 경기도와 구리시에서는 신청 금액의 10%에 불과한 1억6천만원을 지급했다.
금액뿐만 아니라 매몰비용 지원 사례도 빈약하다. 출구정책 시행 3년이 지나면서 서울시가 176곳, 경기도가 177곳의 추진위·조합을 취소했지만 두 지역을 통털어 매몰비용 지원이 된 현장은 고작 3건에 불과하다.
서울시의 금호23구역과 번동2-1구역의 2건과 함께 경기도 구리시의 인창E구역 뿐이다. 인천광역시와 부천시는 한 건도 없는 상태다.
나아가 매몰비용 지원이 거부되는 사례까지 발생해 출구정책 도입 시 내놨던 공공의 ‘약속 불이행’ 파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 불광8구역과 관악구 봉천10-1구역은 구역해제 후 매몰비용 지원 신청을 했지만 시로부터 ‘증빙자료가 없다’며 비용 지원을 거절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추진위 승인 후 총회에서 의결된 예산이 집행된 경우에 한해, 증빙서류가 있는 경우의 70%만 지원받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같은 매몰비용 지원 제도의 부작용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비용 검증이 진행되는 곳은 △마포구 염리4구역 △영등포구 신길16구역 △노원구 상계3구역 △강동구 고덕2-1구역 △강동구 고덕2-2구역 △△서대문구 홍제2구역 등 19곳이다.
▲지자체들도 매몰비용 지원 소극적
뒤죽박죽 출구정책의 또 다른 증거는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문제로 출구정책의 도입 취지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광역시의 경우는 아예 매몰비용 지원의 소급적용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은 상태다. 인천광역시가 조례 개정을 통해 매몰비용 지원 근거를 신설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2개월 전인 2014년 12월 31일이다.
즉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출구정책이 시행된 2012년 2월부터 2014년 12월 30일까지 약 2년 10개월의 기간 사이에 추진위가 취소된 구역들은 매몰비용 지원이 안 된다는 선언이다.
인천광역시 관계자는 “예산 부족 때문에 조례가 개정되기 이전에 구역이 해제된 추진위에 대해서는 매몰비용 지원을 해 줄 수가 없다”며 “출구정책을 도입한 법적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지만, 지자체 재정이라는 현실적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부천시에서는 추진위뿐만 아니라 조합 취소의 경우에도 매몰비용을 지원해주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법률적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도정법’에 매몰비용 지원 위임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비용 지원이 가능하느냐는 논란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추진위에 대한 매몰비용 지원 근거가 있을 뿐, 조합에 대한 비용 지원 근거는 없다. 하지만 부천시는 지난해 원미·소사·고강 등 3개 뉴타운지구에 대한 시장 직권해제를 실시하며 취소된 추진위뿐만 아니라 조합에 대한 매몰비용 검증 절차가 진행 중이다.
부천시의 경우 전체 31개 추진주체가 있는 뉴타운구역 중 29곳이 취소된 상황으로 이 29곳 중 조합이 취소된 곳이 12곳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도정법에서 위임한 내용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조례 근거를 통해 조합에게도 매몰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법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출구정책 전면 재검토 필요
출구정책의 근간인 매몰비용 지원이 휘청이는 상황에서 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2년 도입된 출구정책의 핵심은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구역을 해제한다’는 것과 그에 따른 ‘매몰비용을 공공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주민 부담이 없다는 식의 매몰비용 지원 약속을 해놓고 지금 와서 갖가지 이유로 쥐꼬리 매몰비용 지원에만 그쳐 ‘출구정책이 결국 정치적 말장난이었다’는 불만까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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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출구정책 피해
결국 주민이 떠안아
매몰비용 소송 급증
■ 비용 책임 공방 가열
공공의 매몰비용 지원 약속이 ‘허언’으로 판명되면서 그에 따른 비용 책임 공방은 결국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뉴타운·정비구역이 해제된 곳에서 매몰비용 부담 주체를 둘러싸고 시공사와 조합원 간 소송전이 벌어지는 등 출구정책의 오작동 상황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해 조합을 해산한 부산 사상구 모라3구역에서는 시공사인 D건설이 조합 임원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는 등 이와 유사한 법적 다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D건설은 모라3구역의 조합설립 후인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운영비, 용역비, 사업자금 등을 명목으로 대여한 총 48억원의 반환을 요구하며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조합원 간의 분쟁도 커지고 있다. 조합이 조합 해산에 가담한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부천 소사1-1구역은 조합해산에 따른 매몰비용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조합해산에 가담한 조합원들의 재산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에서도 이를 받아들인 상태다.
지난해 7월 서울 성북구 장위12구역에서도 조합해산에 가담한 조합원들에게 대한 부동산 가압류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조합 내 매몰비용 부담 논란은 계속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조합해산의 의미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합해산 무효를 요구하는 행정소송도 증가하고 있다.
부산 금곡2-1구역은 지자체가 매몰비용 지원 등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합해산 무효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출구정책의 부작용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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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정책의 역설… “사업 의지 많다” 방증
■ 커져가는 지원책 목소리
뉴타운·정비사업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3년간 구역해제를 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한 출구정책 시행 과정에서 얻은 소득은 역설적으로 뉴타운·정비사업 추진을 원하는 주민들이 많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뉴타운·정비구역 606곳 중 324곳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추진위·조합 등 추진주체가 있는 144곳 중에서는 전체의 70%가 넘는 103곳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조사됐고, 추진주체가 없는 곳에서도 전체 180곳 중 25%인 45곳의 주민들이 정비사업 추진을 계속 하겠다고 의견을 내놨다.
경기도에서도 당초 뉴타운구역 213개 중 현재 57개 구역이 계속 사업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는 지난해 3월부터 도지사 직권해제를 통한 구역해제 정책이 추진 중인데, 실무위원회 심의 결과, 직권해제 추진을 신청한 20곳 중에서 약 절반 가량인 9개 구역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돼 주민들의 사업추진 의지가 높다는 점을 증명했다.
인천광역시도 전체 212곳의 일반정비구역 중에서 138곳의 정비구역이 현재까지 사업을 계속 진행 중이다. 뉴타운지구에서는 아직까지 구역해제 된 곳이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출구정책이 구역해제에만 행정력이 집중되는 한편 사업추진 구역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꼬집으며 적극적인 지원책 도입이 포함된 출구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화성씨앤디 박동우 이사는 “출구정책의 역설은 사업추진을 원하고 있는 주민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 증명됐다는 것”이라며 “이들 현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들이 도입되는 방향으로 출구정책의 재검토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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