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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거래절벽에 입주 포기 속출
불꺼진 아파트...전국 덮치는 '미입주 공포'
서울경제 2019.02.19
10% 넘는 잔금 연체이자 부담
1,000만~4,000만원 손해 감수
평택·용인 등선 '손절' 나서기도
미입주 심화땐 건설사 돈줄 막혀
전세반환대출 등 일시시행 필요
[서울경제] “분양권 소유자들은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서 직접 못 들어오고 관심 있는 세입자는 살던 집 전세가 안 나가서 계약을 못하고 있습니다. 돈의 흐름이 완전히 막혀 버렸습니다.”(강남구 일원동 A 중개업소)
“전세 임차인을 못 구해 3,000만~4,000만원 손해를 보더라도 분양권을 처분하겠다고 내놓은 매물이 수두룩합니다. 입주 기간이 끝나면 10%가 넘는 연체이자를 물어야 하는데 올해 인근에 추가로 입주하는 아파트가 많다 보니 집주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손절’에 나서고 있습니다.”(평택 동삭동 A중개업소)
지방에서 시작된 아파트 입주 대란이 수도권까지 번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대표단지인 헬리오시티는 입주 개시 후 두 달이 다 돼가지만 입주율이 30~40%에 불과해 강남권 전체 전세 시장에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노른자 단지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루체하임도 입주지정기간이 지난 1월14일 종료됐지만 입주율은 60%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늘고 있는 지방은 1월 입주율이 69.6%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70%선이 무너졌다. 강원도의 경우 61%를 기록했다. 새 아파트 10가구 중 4가구가 빈집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수도권 미입주 사태가 건설사 부도나 대규모 잔금 연체로 이어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면서도 하반기까지 입주가 누적되면 입주난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헬리오시티발 동남권 전세시장 ‘입주 대란’=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72.1%에 불과했다. 입주율은 계약된 아파트 중에서 입주 기간이 끝났음에도 잔금을 못 치른 가구의 비중이다. 박홍철 주산연 책임연구원은 “지방의 경우 미분양분까지 감안하면 실제 입주율은 더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입주율 하락은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86.7%)의 입주율도 지난해 8월만 해도 91.4%로 90%를 넘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서울 입주난의 진원지는 헬리오시티다.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전셋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전용 84㎡의 경우 지난해 12월 전세 가격이 6억 후반~7억원선에서 거래됐는데 요즘에는 6억원에도 나가지 않는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헬리오시티의 물량은 강남권의 다른 새 아파트 입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의 경우 오는 27일부터 두 달간 입주가 이뤄질 예정인데 전용 84㎡는 7억 초반까지 호가가 내렸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8년 장기 계약도 가능하다고 내거는 집주인도 있다”고 말했다.
입주 기한을 넘기면 수분양자들은 8~15%에 달하는 잔금 연체이자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분양권 급매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평택시 동삭동 ‘자이더익스프레스 3차’의 전용 84㎡ 분양권은 분양가보다 4,000만원가량 내린 2억8,000만~2억9,000만원에 할인된 채 매물로 여럿 나와 있다. 지난해 준공한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는 아직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분양가보다 1,000만원 싼 가격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 다음달 입주 예정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중흥 S-클래스 에코시티는 1,521가구 규모인데 대략 전세 매물만 최소 300개가 중개업소에 나와 있다.
‘최저가 절충 가능’ 하다는 매물도 곳곳에 붙어 있다. 진영읍 S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입자 구하기가 힘들어 전용 84㎡ 전세값이 1억 2,000만원 수준으로 연말보다 1,000~2,000만원은 더 떨어졌다”며 “아예 긴급 처방으로 분양가보다 2,000만~4,000만원 낮은 마이너스 피 매물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송대지구 양우내안에퍼스트(1,715가구)도 1월부터 입주 시작했는데 세입자 못 구한 주인들 상당수다. 울주군 M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84㎡ 전세 매물이 8,000만원까지 나와있다”며 “3월까지 입주 진행할 예정인데 미입주가 대거 발생할 듯하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수준 공급폭탄에 대출·거래 묶여=입주 대란의 원인은 사상 최대 수준의 입주 물량과 대출규제, 거래절벽의 악재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7년부터 전국 아파트 입주량이 급증하며 지난해는 45만가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전국적으로 38만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이는 2010년 이후 평균 입주량 30만 가구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그중에서도 수도권 물량이 많다. 2017년 17만5,000여가구에서 지난해 22만6,000가구, 올해도 19만7,000가구에 달한다.
주산연에 따르면 주요 미입주 사유로는 ‘기존 주택매각 지연(37.0%)’ ‘세입자 미확보(24.7%)’ ‘잔금대출 미확보(23.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달 말 입주하는 길음 래미안 센터피스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유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된데다 전세 가격 추가하락 기대감에 세입자들이 관망세”라며 “주변 단지 대부분이 입주 기일을 넘겨 연체까지 가는 사례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특히 지방의 경우 미입주 관련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산연 연구실장은 “미입주 문제가 심각해지면 잔금을 받지 못한 건설사들의 자금줄이 막혀 하청업체들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살던 집의 전세금을 받지 못해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등을 일시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진·한동훈·박윤선·이주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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