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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나 청량리 살아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서광 공인중개사 2019. 5. 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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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나 청량리 살아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머니S | 2019.05.29



집창촌이 헐리고 들어서는 청량리역 롯데캐슬스카이L65 공사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최근의 청량리역 주변은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그저 강북의 허름한 동네에 불과했던 곳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포함해 지하철 5개 노선과 KTX강릉선이 지나는 교통의 요충지로 탈바꿈될 예정이기 때문. 여기에 청량리역 일대 집창촌 밀집지역이 모두 헐리고 대형건설사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면 강북을 넘어 서울의 대표 주거지로 등극할 기세다. 청량리역 일대 개발의 여파로 인근 노후아파트까지 미래가치를 인정받고 있어 시장의 관심도 높다. 이제 이곳에선 옛날의 청량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낙후지역이 헐렸다

서울 청량리역은 동대문구 용두동·전농동·청량리동·제기동 등에 둘러싸인 곳으로 과거엔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이자 기피지역이었다.

과거 청량리역은 경원선과 중앙선, 경춘선 등 철도의 시·종착역으로 활용돼 경부선의 서울역, 호남선의 용산역과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철도의 중심지였지만 상대적으로 주변 주거여건이나 편의시설 등의 개발은 더뎌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특히 ‘청량리588’이라 불리던 집창촌이 있어 지역주민 조차도 어디가서 “나 청량리에 산다”고 말하는 것을 꺼렸다. 그만큼 청량리역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냉정했고 동네주민 스스로도 어딘가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현재는 춘천, 정동진 등 강원도 지역과 제천 등 충북 내륙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몰리는 동북권 대표 기차역이지만 도심 팽창과 주변지역의 노후화로 사실상 부도심 기능은 상실한지 오래다.

또 기차역이 있어 관광객 등이 수시로 몰려 유동인구는 많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재개발·재건축 진행은 더뎌 노후주거지 비율이 높아 주거지로서는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새 청량리역 일대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분다. 2년전 만 해도 집창촌 흔적이 곳곳에 남았지만 현재는 모두 헐리고 대형건설사의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집창촌 거리와 인근 노후건물도 거의 헐렸다.

청량리역 일대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자 지역주민들의 기대도 높다. 전농동 주민 A씨는 “예전에는 부끄러워서 청량리에 산다고 말도 못했다. 40년 넘게 살았지만 그만큼 낙후동네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며 “저기(집창촌)가 과연 없어지는 날이 올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오래 살다보니 이런 날이 왔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제기동 주민 B씨는 “그동안 동네 이미지가 나빴고 개발도 안돼 서울안의 촌동네라는 느낌이 강했다”며 “청량리역 주변이 하루하루 바뀌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하고 동네주민 모두가 날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곧 빛볼 날이 오겠다는 기대감에 들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 공사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광화문·강남이 15~20분

청량리역은 1호선·분당선·경의중앙선·경춘선·KTX강릉선·ITX-청춘이 정차한다. 또 GTX-C노선(예타 통과)과 GTX B노선(추진 예정) 등 추가 교통호재가 더해지면 총 8개의 열차가 교차하는 강북의 ‘교통허브’로 거듭날 전망이다.

최근 이곳을 방문했을 때 1호선 종각역을 출발해 청량리역까지 가는 데 15분이 걸렸다. 또 청량리역에서 분당선을 타고 한강 건너 7호선 강남구청역까지 가는 데는 17분이 걸렸다. 청량리역 주변에 산다고 가정할 때 주요업무지구인 종로·광화문일대와 강남까지 소요시간이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것.

게다가 경의중앙선을 타면 용산·마포·상암 등 또 다른 업무지구도 30~40분대면 이동할 수 있고 경춘선과 KTX강릉선도 연결돼 광역교통망도 발달했다.

특히 앞으로 GTX노선 두개(B·C)가 청량리역을 지나는 점도 미래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GTX가 개통되면 강남은 물론이고 수도권 이동이 편리해져 청량리역 일대 주거가치는 더 뛸 것으로 전망된다.

용두동 주민 C씨는 “재개발 과정에서 보상 등의 문제로 시공사와 주민들의 마찰도 있었고 앞으로도 해결해야할 일이 산더미지만 이제 첫 삽을 뜬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개선할 여지도 많다”며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전농동 주민 D씨는 “지역 주민들은 청량리의 발전을 바라지 후퇴를 원하지 않는다”며 “입지적 장점을 잘살린 개발이 된다면 청량리역 일대는 최근 떠오른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못지않은 강북의 신흥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청량리일대가 개발로 들썩이자 인근 노후아파트의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다. 청량리역 건너편에 위치한 미주아파트는 1978년 준공돼 올해로 41년 된 단지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로 대형면적으로 구성된 이 아파트의 시세는 전용면적 108㎡ 7억~9억원, 135㎡는 10억5000만~12억원으로 형성됐다”며 “투자보다 실거주 위주지만 최근에는 개발 기대감에 문의가 늘었고 미래가치를 생각하면 비싸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