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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로또 분양'...15억 로또는 어디
중앙일보 2019.06.18
분양 앞둔 인기 지역 단지들
주변 시세보다 얼마나 저렴할까
청약 과열, 당첨자 특혜 논란
사업자가 로또 쉽게 안 내줄 듯
시세가 3.3㎡당 8000만원에 가까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인근에서 분양하는 단지는 분양가 규제로 3.3㎡당 5000만원 넘게 받기 힘들다.
3.3㎡당 4700만원 대 6300만원. 84㎡(이하 전용면적) 가구 기준으로 16억원 대 22억원. 서울 강남에 분양을 앞둔 아파트의 예상 분양가와 주변 시세다. 6억원이나 차이 난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공사)가 24일부터 분양가 규제를 한층 강화하면서 분양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셈법이 복잡해져 분양가를 예상하기가 어려워져서다. 강남 등 인기 지역에서 심하다. 공사의 규제로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가 더 내려가면서 되살아난 ‘로또 분양’을 둘러싼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당초 이달 분양예정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라클래시. 공사의 분양가 심사기준에 따르면 현재 공사 중인 단지 가운데 분양가 비교 단지가 없다. 2015년 11월 나온 바로 옆 상아3차 재건축 단지(삼성동센트럴아이파크)가 최근 분양 단지이다.
지난해 3월 입주해 공사 심사기준 중 ‘준공 10년 이내’에 해당한다. 분양가 상한선이 이 아파트 분양가에 분양 이후 해당 지역 집값 변동률을 적용한 금액과 최근 서울 평균 분양가 가운데 높은 가격이다. 다만 주변 시세 이하여야 한다.
분양가에 현재까지 집값 상승률을 반영한 금액이 3.3㎡당 4700만원 정도이고 주변 시세(센트럴아이파크)는 6300만원이다. 59㎡ 지난달 3.3㎡당 6700만원인 17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84㎡ 최고 실거래가는 지난해 10월 22억2000만원(3.3㎡당 6500만원)이었다.
84㎡ 기준 예상 분양가가 시세보다 5억원 넘게 저렴하다.
올 연말께부터 잇따라 나올 서초구 반포동 일대 신반포3차 등 재건축 단지들의 분양가도 주변 시세보다 확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포동 주변에서 최근 분양한 단지가 지난해 12월 반포동 디에이치라클라스(삼호가든맨션3차 재건축)이다. 3.3㎡당 4892만원이었다.
12월 이후 분양하게 되면 최근 분양 시점에서 1년이 지나기 때문에 앞선 분양가에 집값 변동률(하락이면 100%)을 적용한 금액과 105% 중 낮은 금액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지금까지 서초구 집값이 하락세여서 이 추세가 이어지면 분양가의 100%가 된다.
신반포3차 옆 아크로리버파크 시세는 3.3㎡당 8000만원에 육박한다. 84㎡가 지난해 9월 31억원까지 올랐다. 신반포3차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4892만원이면 84㎡의 경우 15억원 가까이 낮은 셈이다.
위례신도시 옆 송파구 거여마천뉴타운에서 올해 연말 롯데캐슬(거여2-1구역)이 두 번째로 분양한다. 분양가는 2017년 12월 첫 분양한 e편한세상 송파 센트럴파크(거여 2-2구역)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그 사이 송파구 집값이 5% 넘게 올라 e편한세상 분양가의 105%가 된다. 3.3㎡당 2500만원이다. 84㎡가 8억5000만원 정도다. e편한세상 84㎡ 입주권 시세가 10억원을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거래가격이 9억9180만원(3.3㎡당 2940만원)이었다. 삼성동·반포동 단지들에 비하면 소소한 금액이다.
올 하반기 1만2000가구에 달하는 매머드급 단지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도 시선을 끈다. 거리·규모 등 공사의 심사기준에 따르면 2016년 7월 분양한 명일동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가 비교 단지다.
이 단지의 준공(6월 예정) 전·후에 따라 둔촌주공 분양가가 달라진다. 준공 전에는 래미안 분양가의 105%를 넘을 수 없다. 3.3㎡당 2400만원대다. 준공 후에는 래미안 분양가에 그동안 강동구 집값 변동률을 적용한 3.3㎡당 2700만원 정도까지 가능하다.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 입주권이 지난달 초 3.3㎡당 3400만원까지 거래됐다. 78㎡가 10억원을 넘긴 10억839만원이었다.
둔촌주공 분양가와 주변 시세가 3.3㎡당 700만원 이상 차이 난다.
이들 단지 당첨자는 '로또'를 잡은 셈이다.
로또 분양 부작용은 없나. 주택 수요가 로또를 노리고 분양시장으로 지나치게 쏠리면 청약과열이 우려된다. 당첨자가 과도한 특혜를 누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과거 로또를 줄이려는 시도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판교 분양 때 채권입찰제를 시행했다.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분양가가 주변 시세(분당)의 60% 정도여서 상당한 시세차익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변 시세의 90%와 분양가 차액을 채권으로 환수했고 85㎡ 초과 중대형에 적용했다. 무주택 실수요로 본 85㎡ 이하에는 시세차익을 인정한 셈이다.
이후 입찰제 기준이 80%로 내려갔다가 2013년 이명박 정부가 폐지했다. 분양가 부담을 낮춰 주택경기를 살리려는 조치였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도입한 보금자리주택도 로또였다. 주택 수요의 이목은 온통 보금자리주택이었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땅값을 올려 시세차익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60㎡ 이하 택지 공급가격을 조성원가의 90%에서 감정가격으로 높였다. 60㎡ 초과 용지는 감정가격이어서 당시 60㎡ 이하 택지 공급가격이 가장 저렴했다. 그만큼 분양가가 낮았다.
정부는 “주택시장 왜곡 및 택지가격 왜곡, 입주자에 대한 과도한 특혜 논란 해소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중 택지가격 왜곡을 제외한 나머지 두 가지 이유는 지금 로또 분양에도 해당하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시세차익을 줄이기 위한 채권입찰제 등 방안을 도입할 것 같지 않다. 현재 검토하고 있는 바도 없다.
공사의 분양가 규제가 신도시 등 공공택지 이외 민간택지 내 민영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민간 영역이기 때문이다. 채권입찰제나 택지가격 인상은 공공택지와 법으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분양가상한제 단지가 대상이었다.
채권입찰제와 같은 방안의 실익도 별로 없다. 이 제도가 주변 시세의 80%나 90% 이하 분양가를 기준으로 삼는데 공사의 분양가 상한선이 주변 시세보다 10~20% 저렴한 경우가 많지 않다.
앞서 예상한 주변 시세와 차액은 인근 새 아파트를 기준으로 한 체감 차익이다. 채권입찰제는 주변 평균 시세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주변 시세가 체감보다 낮게 평가된다.
요즘 로또는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 비율이 낮아서보다 3.3㎡당 분양가가 많이 오르면서 절대적인 금액이 커지면서 등장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입주 때까지인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기도 어렵다. 공공택지 분양가상한제 단지의 전매제한 기간은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 비율로 산정된다. 최장 8년이다.
규제가 어려운 로또는 자금력 있는 수요자 몫이다. 로또 단지는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매우 낮은 주로 강남 등 고가 지역에서 나온다. 분양가가 절대적으로 만만찮은 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자금력이 없으면 분양받지 못한다.
분양가 9억원 초과는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지 못하고 중도금(대개 분양가의 60%)도 분양가의 4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돈'이 '돈'을 벌면서 수요자의 경제력에 따라 주택시장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사업자가 로또를 쉽게 내줄 것 같지 않다. 분양가 규제를 피해 주변 시세대로 분양하면 사업비를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래미안 라클래시가 3.3㎡당 6300만원에 분양하면 조합원당 추가분담금을 평균 1억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또 분양 단지는 조합 등 사업자에게도 마찬가지로 로또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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