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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돈뭉치… 무주택자는 주택 맴돌고 유주택자는 땅 본다

서광 공인중개사 2020. 6. 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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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돈뭉치…

무주택자는 주택 맴돌고 유주택자는 땅 본다

 

 

 

 

조선비즈 | 2020.06.23

 

6·17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이고 일부 지역은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집을 사들이는 ‘갭(gap) 투자’도 막히면서 시장의 뭉칫돈이 어디로 흘러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력한 규제에도 시중 자금이 워낙 많아 부동산으로 자금이 흘러드는 것 자체를 막을 순 없을 것으로 봤다. 무주택자들은 여전히 주택 시장을 맴돌고, 유주택자들은 땅이나 상가·오피스텔로 눈을 돌릴 것으로 전망했다.

 

일러스트=조숙빈 디자이너

일러스트=조숙빈 디자이너

 

◇여전히 주택시장 머무르는 무주택자·1주택자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6·17 부동산 대책 이후로도 서초·강남·송파구 등 강남 3구와 마포·용산·성동구 일대의 공인중개사 사무소로 매수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했던 노원·도봉·강북구의 상황도 비슷하다. 매수 문의가 아예 실종됐던 지난 3~4월 상황과는 다르다.

서울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제는 지금이 아니면 집을 영영 못 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무주택자들의 문의가 많다"면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이들에게는 중계동을 중심으로 4억원 이하, 90년대 이후에 입주한 아파트나 빌라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1일 노원구 중계동의 한 빌라를 매수하기로 계약한 이정민(34)씨 상황이 딱 그렇다. 이씨는 "대출을 다 끌어모아 간신히 집을 샀다. 더 미뤄봐야 가능성만 더 줄어든다는 생각에 서둘렀다"고 했다.

1주택자들도 더 좋은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집을 내놓고 계속해서 주택 시장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갈아타는 수요가 꾸준하다. 같은 동네에서 대형 평수로 가겠다는 사람, 경기도에서 오는 사람 등 다양하다"고 했다. 김영훈(51)씨는 최근 경기도 산본에 있던 아파트를 매도하고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아파트로 갈아탔다. 김씨는 "노후 대비로 경기도 아파트보다는 서울 아파트가 낫다고 판단했다"면서 "향후 상승 여력도 서울 아파트가 낫다고 본다"고 했다.

주택 구입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매수자·매도자 동향지수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전국 매수우위지수는 89.7을 기록해 지난주(76.4)보다 상승했다. 서울은 133.5로 지난주(98.7)보다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했다. 강북지역은 지난주(96.6)보다 상승한 135.3을 기록했고, 강남지역은 지난주 100.2에서 131.8로 급등하면서 매수문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무주택자나 1주택자는 여전히 투자 1순위를 주택으로 생각하고 자금을 끌어모아 구매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땅·꼬마빌딩 기웃거리는 다주택자

 

2020년 4월 23일 서울 강남역 인근 번화가 모습/ 장련성 기자

다주택자들의 셈법은 조금 다르다. 2015년 이후부터 주택으로 꾸준하게 자산을 늘린 이들은 이제 땅이나 꼬마빌딩을 바라보고 있다. 추가로 주택에 투자하기에는 아무래도 대출도 어렵고 세금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5억원짜리 토지를 살 경우 통상 감정가는 12억~13억원으로 70% 대출을 받을 경우 8억4000만원~9억1000만원 정도 대출받을 수 있다. 같은 금액대의 주택을 살 경우 대출가능액은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해야 하고 규제지역 여부에 따라 40~60%를 대출받을 수 있다.

세금도 덜 드는 편이다. 국토교통부의 보유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를 한 채씩 소유하면 다주택자 중과로 보유세 약 5300만원을 내야 한다. 시세가 50억원인 빌딩의 보유세는 1200만원 정도로 훨씬 적다. 세법상 꼬마빌딩은 주택이 아니어서 땅값이 80억원을 넘지 않으면 건물분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 않고, 다주택자 중과도 없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토지나 상가건물의 경우 세율이 낮다. 상가건물은 경제활동에 쓰이는 것이어서 주택 세율의 3분의 2 정도에서 절반 정도로 낮은 편"이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토지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토지거래량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87만905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84만5348건)에 비해 3% 늘었다. 한국감정원 지가동향 자료에 따르면 4월 전국 땅값도 전월 대비 0.236% 올랐다. 2010년 11월 이후 114개월 연속 올랐다.

꼬마빌딩 가격도 오름세다. 토지건물 정보 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서울 지역 꼬마빌딩 매매가는 2015년 대지면적 3.3㎡당 평균 3242만원이던 것이 지난달 말 기준 평균 5549만원으로 올랐다. 이 기간 상승률이 71.1% 정도다.

몇몇 시중은행들이 VIP 고객에게 제공하는 토지 임장 서비스는 올해 예약이 다 찬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VIP 담당 PB는 "코로나19 상황에도 함께 임장을 가자는 신청이 계속 들어온다"면서 "사 놓으면 추후에 개발 가능성이 있어서 토지보상금을 받겠다는 증여 계획용 토지와 작은 건물이라도 올리고 싶다는 건물 신축용 토지 등이 섞여 있다"고 했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실수요를 강조하고 재건축을 틀어막으면 유동성과 투자에 대한 욕망이 비규제 물건으로 튀어가는 것"이라면서 "비주거용 꼬마빌딩이나 토지 시장 등 규제에서 피해있는 물건으로 흐름 퍼져나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불패론 확산하지만…섣부른 투자 지양해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와 꼬마빌딩, 상가 등으로 돈이 흘러들어 갈 가능성이 크지만,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경고한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꼬마빌딩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는 만큼 임대료가 상승하지는 않아 수익률을 크게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아파트는 환금성이 좋지만, 꼬마빌딩은 운영·관리 문제도 있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상가가 불황을 맞으면서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 됐다. 하지만 1인 기업이나 소규모 기업이 늘어나면서 소형 오피스 상품이나 업무지구 또는 역세권 오피스텔의 경우 인기가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무주택자들의 초조함이 극에 달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주택 시장도 규제 탓에 관망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계속해서 대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당분간 시장은 관망이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이 과열된 측면이 있고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