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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전세시장] 강남발 전세난민 ‘어~디~로~’ 가야하나

서광 공인중개사 2020. 6. 2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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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전세시장]

강남발 전세난민 ‘어~디~로~’ 가야하나

 

 

 

 

헤럴드경제 | 2020.06.26

 

6·17대책, 갭투자 원천차단 초강수
재건축 입주 분양권 ‘2년거주’ 의무화
은마아파트 68% 3000가구가 세입자
서울 50개 단지 3만7000가구 해당
집주인들 입주행렬…씨마르는 전세
상한제 대기수요·입주물량 급감 겹쳐
전셋값은 52주 연속 상승 국면

 

문재인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인 ‘6·17 조치’의 메시지는 한마디로 ‘거주할 집 아니면 사지 마라’로 축약된다. 실거주자여야 실수요자로 인정하겠다는 통보다.

무주택자라도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살 경우 6개월 안에 속히 그 집으로 이사해야 한다. 재건축 조합원이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 실거주해야 하는 ‘날벼락’ 같은 요건도 새로 생겼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투자목적으로 사 놓은 외지인들도 당장 상경해야할 판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전세 낀 갭투자가 원천차단됐다. 강남의 재건축 대장주인 은마아파트는 4424가구 가운데 68% 가량인 3000가구에 세입자가 산다.

은마 집주인들은 2년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전세기간이 만료되는 대로 세입자를 내쳐야 한다. 심지어 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이사비-복비 다 줄테니 집 비워달라는 집주인들도 벌써 생겨나고 있다.

은마처럼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 전이어서 규제대상이 되는 곳은 서울에만 대략 50개 단지(약 3만7000가구), 전국은 100곳(약 8만가구)에 이른다. 이런 단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면 서울·수도권 여기저기서 거처를 구하지 못해 떠도는 전세난민이 양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6·17 부동산대책’이 전세대란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수요자=실거주자’ 라는 새로운 정의는 전세 공급의 씨를 말리면서 안그래도 울고싶은 전세시장의 빰을 세게 후려친 격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8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로또 청약’ 대기 수요, 강남·서초 재건축단지 1만가구 이주, 내년 입주물량 급감(올해의 절반 수준), 임대차 3법 추진(전월세 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3기 신도시 청약 대기 수요, 코로나 사태에 따른 매수 관망 수요 등으로 지난해 7월 첫째 주 이후 52주 연속 상승세(한국감정원 집계)가 이어지고 있는 국면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요건, 갭투자 규제강화 등 전세난을 가중시키는 ‘6·17 대책’의 후폭풍이 가세하면서 세입자의 비명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남·서초 재건축 1만가구 이주행렬, 전세물건 동나…새 아파트엔 주인 직접 입주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만 9650가구의 이주가 시작된다. 멸실주택은 많은데 같은 기간 입주 물량은 적고, 최근 2~3년 새 준공된 아파트는 양도세 면제를 위한 집주인의 입주가 늘면서 전세 품귀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강남권 이주의 첫 포문은 지난 3월 청담동 청담삼익아파트(888가구)가 열었다. 여기에 지난달 25일부터 3000가구 규모의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가 이사에 나서면서 전세난이 본격화되고 있다. 내년에는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지구(2100가구)와 3주구(1490가구) 등이 이주행렬에 가세한다.

전세 수요는 많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입주 예정 물량은 적은 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강남·서초구 입주 예정 물량은 각각 2395가구, 2505가구에 그친다. 내년 상반기도 2638가구가 준공될 예정이다.

이런 까닭에 강남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2개월 새 1억~2억원가량 올랐다. 잠원동 신반포2차 전용면적 68㎡는 지난달 6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불과 한 달 전인 4월 같은 층이 3억9900만원에 손바뀐 것과 비교하면 2억원이 뛰었다. 지난 1월 8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 49㎡는 지난달 9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 호가는 9억7000만원 선이다.

잠원동 인근 한 중개업소는 “지난 4월 입주한 신반포센트럴자이 집주인이 대부분 실제 거주하면서 전세 매물이 거의 없다”며 “이주 수요가 반포, 잠원을 넘어 사당, 이수, 논현, 방배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서울 강남 전세난이 하반기에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6·17 대책’ 에 따라 조합원 분양 자격(2년 이상 실거주)을 충족하기 위한 집 주인의 입주가 줄을 이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단지는 투자수요가 많아 실제로 거주하는 주인이 많지 않다. 직접 거주하기에는 좁고 낡았기 때문이다. 4424가구로 대단지인 대치동 은마만 해도 실거주율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인 양천구 목동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서 입지여건이 가장 뛰어나다는 곳에서 새 아파트를 받지 못하면 ‘로또’를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집주인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실거주를 택한다. 반면 학군이 좋고 직장이 가까워 몰려든 세입자들은 졸지에 전세난민으로 전락하게 생겼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로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이 더 어려워진 국면에서 이번에는 전세 공급마저 줄이는 정책을 내놨다”며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전세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서울 입주물량 ‘반토막’…수도권 건축 인허가도 10년래 가장 적어

전세시장의 미래가 암울한 것은 수급에서도 드러난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1739채로 올해(4만2012가구 예정)의 절반 수준이다.

2010년 이래 가장 적다. 특히 2000가구 이상 대단지 입주는 아예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1996가구)와 강동구 ‘고덕자이’(1824가구)가 내년에 입주 예정인 대단지 아파트로 꼽힌다. 경기도 입주물량 또한 매년 12만~16만가구 수준을 기록했지만 2021년부터 10만가구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된다.

내년 이후의 수급 전망도 밝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1만8024 가구다.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5만4000 가구가 서울에서 인·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0년 이후 10년래 가장 적은 수치다. 주택 건설 기간을 감안하면 3~5년여 후 공급(입주물량)은 지금보다 훨씬 부족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3기 신도시 ‘로또청약’ 대기수요도 전세난 부채질

8월 본격 시행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전세가격을 자극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정부가 고분양가를 억제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대부분 인근 시세의 절반 수준인 ‘로또 아파트’가 됐다. 청약 가점이 충분한 세입자라면 기존 아파트를 매매하기보다 새 아파트 청약을 노리며 기존 전세 계약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3기 신도시 분양을 기다리는 대기수요도 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교산지구가 들어서는 하남시의 경우 최근 두달 새 미사지구와 구도심 등의 아파트 전셋값 호가가 최고1억원까지 오르고 있다.

지난달 4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미사강변골든센트로’ 전용 84㎡ 호가는 이달 6억원으로 뛰었다. 창릉지구가 들어설 고양시 덕양구 별빛7단지 전용 85㎡도 이달 4억원까지 오르며 한달새 7000만원 가량 호가가 올랐다. 3기 신도시 청약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이주하는 수요가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 설명이다.

청약 1순위 요건을 갖추려면 최소 2년간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

‘임대차보호 3법’ 시행 예고…전세난 가중시키는 정부 규제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임대차보호 3법’도 벌써부터 전세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월세 신고제는 현재 여당이 발의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통한 임대차 기간 연장, 전월세 임대료 증액 상한제를 위한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월세 규제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단기적으로 제도 시행 전 미리 보증금을 올려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며 전셋값이 급등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도 임대인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해 전세 매물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임대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는 추세여서 월세 비중을 높여 세금을 충당하려는 집주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임대차 3법이 적용되면 세입자가 4년을 살 수 있지만 전셋값이 2년마다 오르는 것”이라며 “집주인이 전세 대신 월세, 반전세로 전환해 전세 구하기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호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