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직접시행 재개발, 재건축 시동 건다
서울 등 후보지역 41곳 제안...
한겨레 | 2021.04.04
지자체 41곳 민간조합 7곳 신청
이날 선도사업지 뽑아 본격추진
공공주택 20~30% 건립의무 대신
공공기관 시행, 사업·수익성 높아
10~15층 노후아파트에 매력적
LH 신뢰추락 해소가 선결과제
국토교통부 제공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ㄱ아파트는 최근 집주인들 사이에서 숙원인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988년 입주한 9~15층 2000여가구의 이 단지는 최근 진행 중인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는 게 당면 목표다. 이후에는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공공 직접시행 재건축 방식도 적극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내놓은 ‘2·4 대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 시동을 걸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 말을 종합하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후보지로 최근까지 모두 48곳의 후보지가 제안돼 국토부가 검토 작업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48곳 중 41곳은 지자체가 제안했고 7곳은 민간 조합이 신청한 곳이다. 지자체 제안 사업지 중 19곳은 재개발 구역으로, 지역별로는 서울 14곳, 인천 4곳, 부산 1곳이다. 22곳은 재건축으로 모두 서울에서 신청됐다. 민간 제안 후보지는 재개발이 서울 2건과 경기 1건, 인천 1건 등 총 4건이고 재건축은 서울 2건과 대구 1건 등 총 3건이다. 국토부는 이달 중 이들 후보지 중에서 선도사업지를 선별해 발표하고 후속 절차를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조합원 절반의 동의로 정비계획 변경계획을 신청하고 그 후로 1년 이내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지난 2·4 대책에서 처음 제시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단독 시행을 맡아 현물 선납 및 수용 방식으로 재개발과 재건축을 진행하는 사업이다. 용도지역 1단계 종상향 또는 법적상한 용적률의 120%상향을 적용해 사업성을 크게 높여주고 조합원 등 수익을 10~30%포인트 더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공공사업이다 보니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고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도 면제된다. 대신 공공성 확보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공자가주택 등 공공주택을 20~30% 범위에서 공급하도록 했다. 현행 재건축 사업은 재개발과 달리 공공임대 건립 의무가 없지만 공공 직접시행 재건축을 할 때는 5~10% 범위에서 공공임대를 지어야 한다.
부동산업계에선 기존 용적률이 200% 안팎으로 현행 민간 방식으로 재건축했을 때 조합원 부담금이 커질 수밖에 없는 노후 중층(10~15층) 아파트 단지들의 경우 공공 직접시행 방식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공공이 직접 시행하면 사업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데다, 조합원 개인의 수익도 높아져 지불해야 할 분담금 액수가 줄어드는 게 최대 매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공공사업자가 시행을 맡기는 하지만 시공사는 조합들이 선정해 사업자에게 통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백준 제이앤케이(J&K)도시정비 대표는 “수익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집주인들이 꺼려하는 공공임대를 5~10% 정도 비율로 하는 대신 공공분양(공공자가)을 더 배치한다면 공공 시행 재건축 사업에 대한 집주인들의 거부감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고 짚었다.
엘에이치 땅 투기 사건으로 사업자인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논의 중인 엘에이치 개혁 방안에 따라 조직 분위기도 쇄신될 것”이라며 “이달 선도사업지 발표 뒤에는 엘에이치, 에스에이치, 한국부동산원이 합동으로 운영하는 공공정비사업 통합지원센터가 좀더 활발하게 관심있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2·4 대책 발표일 이후 정비구역 내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에는 아파트 우선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고 현금청산하기로 하는 등 강력한 투기 억제 대책이 작동하고 있어, 공공 정비사업의 공정성 훼손이나 투기 우려는 3기 새도시보다 덜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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