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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수요 줄어 하반기 전세난 심화 우려 커
일각선 "안전자산 부동산 선호현상 가능성도"
미국과 유럽발 악재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지면서 그 여파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침체된 국내 부동산시장에까지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글로벌 증시 폭락이 국내 부동산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매수세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침체가 더 깊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동시에 가뜩이나 하반기 서민들을 움츠리게 하는 전세난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도 높다. 다만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부동산 실물에 대한 선호 경향으로 가수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금융시장의 악재가 한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상당 기간 부동산시장에도 심리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특히 재건축ㆍ재개발사업과 부동산 거래 등 전반적인 분야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실물경제에서 시작된 악재는 아니지만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이탈리아 등의 재정위기는 아직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워 경제 전반에 보수적인 분위기가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국제사회가 공조를 통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할 경우 단기간에 사태가 수습돼 한국 부동산시장에 미미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부동산도 금융이라는 큰 틀 안에서 움직이는 자산"이라며 "사람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매매시장이나 분양시장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은 "지난번 리먼브러더스 금융위기 때도 강남 은마아파트나 개포주공 같은 아파트는 고점 대비 최대 40%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추이를 쉽게 예견하기는 힘들다"며 "금융시장에 요동이 오래가면 실물자산인 부동산시장도 흔들릴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박 소장은 또한 "부동산시장이 안전자산이기는 하지만 레버리지(지렛대)를 둬야 하는 투자종목이다 보니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며 "부동산시장은 금리 등 금융시장에 종속화되는 추세가 강한 만큼 이번 주식 폭락 사태는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중의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증시가 빠지는 속도가 워낙 빨라 수요가 위축되는 추세"라며 "보통 투자자들은 주식이 추가 상승여력이 없다고 느낄 때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은 주식이 너무 급격히 하락해 부동산으로도 자금이 유입될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올 하반기 전세시장도 초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표는 "지난달부터 강남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살아났던 매매수요가 줄어들어 전세난은 하반기에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은마아파트 인근 E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로 인해 매매하려는 수요보다는 전세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더욱이 이곳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에 따른 이주수요까지 겹쳐 전세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부정적 전망과 달리 일각에서는 과거 주식시장이 폭락할 때 부동산의 흐름이 일정한 패턴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워낙 증시가 좋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투자수요가 적은 편이었다"며 "이에 따라 안전자산이라는 부동산의 효용성 때문에 다시 자금이 조금씩 부동산시장에 몰릴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오는 12일 아파트 분양을 앞둔 한라건설의 한 실무자는 "아직까지 증시로 인한 큰 변동 사항은 없다"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증시에서 빠진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려 더 긍정적인 영향이 있지 않을까 내부적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올 하반기 대규모 단지를 분양하는 건설사들도 현재 분양일정을 미룬다거나 조정하려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안길수기자 coolass@sed.co.kr
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