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 맞은 재건축·재개발사업… 실태 점검
헤럴드 2012-03-06
김병조 기자
박원순표 뉴타운 출구전략에 정비업계 사실상 붕괴
사업진행 ‘올스톱’ 정비·설계업계 경영난 사상 최악
직원 탈출 러시… 건설사도 ‘수주 중지·관리’ 체제로
정비업계에 IMF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대규모 해고와 자진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와 정비업체, 설계업체 등 업종을 막론하고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첩첩산중의 절망감이 업계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2008년부터 이어진 세계경제 위기가 국내 시장을 덮치며 국내 주택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데다 최근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에 따른 정비구역 해제 근거가 마련되면서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정비사업의 중심인 서울시의 경우도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주택정책이 본격적인 정비구역 해제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침체 흐름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정비업계 사람들이 이 시대를 대표하는 실업자군(群)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정비업체 최대 타격=정비업체들의 상황이 최악이다. 급여가 제때 지급되고 있다는 정비업체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3~6개월 간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지사가 돼 버렸다. 급여를 받지 못해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신입 직원들일수록 퇴사가 빠르고 이사 등 임원들이 마지막까지 남는 형국이다. 신입직원들의 퇴직이 빠른 이유는 빨리 퇴사를 결정하고 아예 다른 분야로의 전업을 모색해 보자는 일말의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의 동반 침체로 타 분야 또한 어려워 다시 정비업계로 돌아오는 직원들의 사례도 알려지고 있다.
다른 정비업체를 알아보는 직원들도 있으나 업계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새로 취업한 업체 역시 급여 지급이 중단돼 2~3개월 후 또 다시 실업자가 되는 비참한 상황을 경험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과장급 이상의 중견 직원들도 흔들리고 있다. 짧지 않은 업계 생활과 노하우로 웬만하면 움직이지 않을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향후 회사의 회생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계속 이어지는 급여 중단은 이들마저 회사를 떠나게 하고 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평소에 알고 지내던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구직활동 증명을 요청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제대로 된 급여가 1년간 지급되지 않은 회사도 있다. 도중에 간혹 30~40% 급여가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최근에는 그마저도 끊겼다. 이렇게 밀린 급여가 1억원이 된다는 직원도 나오고 있다.
정비업체 A사의 한 직원은 “1년간 급여와 각종 수당 등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1년간의 연봉에 차량유지비와 활동비 등을 합하면 받지 못한 금액이 1억원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생활비 조달을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각종 대출 서비스의 달인이 되고 있다. 예전에는 신용카드로 할부서비스조차 받지 않았다는 정비업체 B사 직원은 “생활비가 필요하게 되면서 각종 생활비 융통 방법을 알게 됐다”며 “최근에는 카드 돌려막기, 리볼빙서비스, 현금서비스 등 다양한 카드대출 기능의 달인이 되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서글픈 이야기도 들려온다. 생활비를 이리저리 융통하다가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되어 버리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나오기 시작했으며, 아내에게는 차마 급여가 나오지 못한다는 말을 할 수 없어서 수개월 동안 아내 몰래 마이너스 통장에서 매달 급여만큼의 금액을 자신의 급여통장으로 이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본연의 정비사업 업무 또한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떠나는 직원이 담당하고 있던 업무가 남아 있는 직원에게 모두 전가되면서 남아 있던 직원 역시 업무 과중에 시달리다 회사를 떠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한때 직원 숫자가 80여 명에 달했던 한 대형 정비업체 C사에는 최근 20명 남짓한 직원들이 남아 회사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남은 20명의 직원 중 회계·경리 직원 등 경영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을 제외하면 실제 현장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10여명 남짓한 상황이다.
정비업체 C사의 한 부장은 “회사가 한창 성장할 때 내가 직접 관리하는 직계 부하직원이 17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1명만 남은 상황”이라며 “그들이 남기고 간 업무까지 담당하느라 매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상황에서 업무과중에 따른 피로감 때문에 일이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경영난에 빠진 정비업체 직원은 회사 안팎에서 어려움에 처하기 십상이다. 현장에 나가면 운영비 지원을 요구하는 추진위 및 조합 임원들에게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때 410개까지 증가했던 서울시 소재 정비업체는 2012년 2월 현재 200개사로 거의 절반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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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는 현상유지가 최대 생존법… 협력업체는 울상
■ 업계 파장
기타 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정비사업의 중심을 이루는 건설사, 정비업체, 설계업체가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 속하지 않는 업체들은 더욱 영세하기 때문이다.
영세업체에 속하는 이들 업체들은 건설사와 정비업체 등 소위 원청 업체들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그 피해가 일파만파로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의 생존법 ‘현상유지’=건설사 역시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대신 회사 규모가 기존 인력을 지탱해 주고 있어 상황은 다소 넉넉한 상황이다.
그룹사에 소속된 대형 건설사의 경우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어려운 시대를 헤쳐 나가고 있다. 즉 주택시장이 어려워지면서 플랜트 등 다른 분야의 수익으로 주택부서를 유지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침체를 맞이한 건설사들은 우선 신규 수주를 대폭 줄이는 모습이다. 신규 수주를 대신해 기존에 수주해 놓은 사업장들의 사업 속도를 높여 조속히 착공에 돌입하자는 것이다.
조직구성도 슬림형으로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종전에 건축영업부와 주택영업부가 별도로 돼 있었다면 지금은 두 부서를 합쳐 하나의 부서로 통합해 사업을 진행한다.
D건설사 관계자는 “회사 내에서 주택부서는 사실상 부도난 부서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사업부서별 평가에서도 주택부서가 최악의 점수를 받고 있어 플랜트 등 타 부서가 우리 부서 직원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건설사의 생존법은 인력 동결이다. 건설사들은 신입직원을 뽑아도 정비사업 분야로 발령 내지 않는다.
건설사 내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있는 경우에는 그나마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주택 주력 건설사의 경우에는 생존법이 더욱 적극적이다. 일부 직원들을 타 부서로 옮기거나 해외 현장으로 발령 내는 등 힘겹게 상황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설계사 등 협력업체들도 울상=설계업계 또한 마찬가지다. 업계 수위를 달리는 내로라하는 설계업체들도 회사마다 최근 100~200명 안팎의 인원을 감축했다는 소식이다. 게다가 급여 지급 중단은 정비업체와 비슷한 상황이다.
비교적 초기 단계에 사업에 참여하는 설계업계에는 이같은 경기 침체 상황이 좀 더 빨리 다가왔다. 이미 2년 전부터 연봉이 동결됐으며, 임원의 경우 경기상황이 나아질 때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연봉의 20%를 유보시키는 방안도 강구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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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중단 능사가 아니다 연착륙 대안부터 찾아야”
■ 업계 반응
갑작스런 정비사업 중단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연착륙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급격한 뉴타운 및 정비구역 지정이 최근의 문제 원인이 된 것처럼, 현재의 갑작스런 정비구역 해제 역시 나중에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업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시장이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검토시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사업추진 기간 동안 투입된 적지 않은 비용 정산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미 이 문제로 국토해양부와 서울시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국토부는 불가하다는 입장으로 양 측 주장이 팽팽하다.
무엇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비사업에 대한 과도한 비판적 시각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비업계 전체를 현재 벌어진 문제들의 원인제공자로 규정하고 정치적 입장에서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비업계에서는 관련 법에 의해 합법적으로 각 사업 절차를 추진했으며 정비사업을 통해 도시업그레이드 및 기부채납 등으로 정부재정에 기여하는 순기능 또한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여론 조성으로 정비업계 전체를 붕괴 직전으로 몰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엄밀히 말해 정비업계 직원이야말로 정부 정책의 희생자들이라고 주장했다. 2000년 초중반 정비업계의 급팽창 과정에서 대학을 갓 졸업하고 정비업계로 진입한 사람들이 현재 과장과 부장 직급을 달고 현장을 누비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당시 정부에서는 ‘선계획-후개발’이라는 새로운 도시계획 제도를 내놓고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으로 최초의 광역적 개발을 시도하는 등 정비사업을 통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정부는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잦은 법령 개정과 제도 변경 등으로 오히려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으로 정비사업의 장점 10가지는 도외시하고 2~3가지 단점만 주목하고 있다”며 “현재 박시장은 정비업계에 감정이 섞인 징벌적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차 산업은 1차 산업 나름의 구조가 있고, 3차 산업은 3차 산업 나름의 구조가 있다”며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몇 가지 단점만을 부각시키며 산업 자체를 고사시키려는 정책 때문에 나중에 부작용이 훨씬 심각해 질 것이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전체가 붕괴 직전에 처해 있는데 이같은 상황은 장기적인 국가 발전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향후 정비업계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젊은 층들의 업계 이탈이 가속화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비업계야 말로 최근 어려움을 겪으면서 극단적인 고령화 추세 속에 내몰리고 있다.
또 다른 정비업체 관계자는 “20대 후반의 직장 새내기를 포함해 30대 중후반의 정비업계 허리들이 대거 업계를 빠져 나가고 있다”며 “향후 경기가 회복돼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경우 실제로 일할 사람이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북아현 뉴타운을 만드는 사람들
글쓴이 : 서광(올드보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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