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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이 본격 시작되면서 우선해제구역이 발표됐다.
이번 구역해제로 그동안 속앓이를 했던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나 열악한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주민들 "다행"
15일 기자가 찾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89 일대는 우선해제구역 대상지로,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신설동역에서 5분도 채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까운 초역세권 지역이다. 신설동역 주변 대로변에는 현대식 빌딩이 들어선 것과 달리 바로 뒤편에는 오래된 한옥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길은 한 사람이 다니기에도 비좁은 느낌이었고 대낮에도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로 한적했다.
역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도 낙후된 이 지역은 재개발이 시급해 보였으나 주민들 대부부은 재개발을 원하지 않았다. 신설동 S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은 투자자가 없고 전부 원주민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라며 "노인이 많은데 임대료로 노후생활을 하는 상황에서 재개발을 하면 수익이 없어지니 당연히 반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무리 낙후됐다고 해도 이 지역은 신설동역과 가까운 초역세권에다 버스역도 가까워 선호도가 높은데 서울시내에서 이 가격에 이렇게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며 "구청에서 개발을 적극 추진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설동 주민 김모씨(64)는 "물론 새집에서 살고 싶지만 돈이 없으니 결국 재개발 뒤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구역해제가 된다니 다행"이라며 "집은 낡아도 월 30만원이나마 월세방 내놓고 살 수 있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이 지역 집값의 평균 시세는 3.3㎡당 1300만원이라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의 전언. 그러나 공시지가는 700만원밖에 되지 않아 감정평가를 받으면 대부분 낡은 한옥주택이어서 가옥값은 없고 토지가로만 평가받아 추가분담금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대부분 원주민들은 재개발이 시작되면 높은 추가분담금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으나 구역해제로 한시름 놓게 된 것이다.
■낙후된 주거환경 개선에는 대안 필요
그러나 낙후된 주거환경에 대해서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동네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주민 박모씨(34)는 "골목이 비좁고 어두운 데다 몇몇 집은 너무 낡아 폐가 같은 느낌이어서 밤길 다니기 무서운 게 사실"이라며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민 이모씨(75)는 이날 홀로 노쇄한 몸을 이끌고 집을 수리하기 위해 못질을 하느라 바빴다. 이씨는 "재개발을 하면 좋긴 하겠지만 돈이 많이 든다고 하니 방법이 없지 않겠느냐"며 "집이 너무 낡아 어쩔 수 없는 만큼 이렇게 고쳐서라도 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박씨는 "개인들의 집은 개인이 수리하도록 맡겨둔다고 하지만 후미진 골목길이라도 지자체에서 정비를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재개발이 중단됐다고 수십년 전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적 개발 모델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